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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뉴삼성’ 3년…“과감한 투자로 ‘기술의 삼성’ 복원해야”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 3주년
‘삼성 위기론’ 부른 반도체 부활 신호탄
기세 이어가려면 결국 기술 투자 급선무
소부장·빅테크와 ‘협업 리더십’ 보여줘야
11월 인사…JY표 ‘뉴삼성’ 밑그림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20년 7월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전장용 MLCC 생산 현장을 살펴보는 모습. [삼성 제공]

[헤럴드경제=김현일·박지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오는 27일 회장 취임 3주년을 맞는다. 올해에도 예년처럼 특별한 메시지나 사내 행사 없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10월 27일 회장으로 승진하며 오너 3세 경영의 닻을 올린 이재용 회장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 속에 3주년을 맞게 됐다.

10년 만에 사법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난 데다 지난해 ‘삼성 위기론’을 불러왔던 반도체 사업이 점차 회복세를 띠면서 이 회장은 활발한 대내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재계는 연말 단행할 조직개편과 인사에 주목하고 있다. ‘뉴 삼성’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 회장의 조직 구상과 사업 전략이 담길 것이란 전망이다.

각계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기술이 전 세계 산업 구조를 빠르게 재편하는 상황에서 이 회장의 리더십도 단연 기술력 강화에 집중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감한 투자로 ‘기술의 삼성’을 다시 복원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과감한 기술 투자…이재용 회장만이 결단 가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23년 2월 삼성전자 천안사업장을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박재근 한양대학교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메모리 1등을 놓쳤던 삼성전자가 다시 올라서려면 다음 세대의 메모리 기술 확보와 수율을 높이기 위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작년부터 고성능 D램 기술이 집약된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에서 밀리면서 급기야 올해 상반기 세계 메모리 1위 자리(매출 기준)를 SK하이닉스에 내줬다.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HBM은 AI 메모리 시장 최고 히트상품이 됐지만 삼성전자는 발열 문제로 번번이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에서 고배를 마시며 기술 결함을 지적 받았다.

그러나 설계 변경이라는 초강수로 이 문제를 해결하며 차세대 제품인 HBM4부터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으로 본격적인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3분기에는 삼성전자가 다시 1위를 회복했다고 하지만 계속 우위를 이어가려면 가장 먼저 기술력부터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역시 반등을 모색 중이다. 매 분기마다 2조원 안팎의 적자를 냈으나 3분기에는 가동률 상승으로 적자가 7000억원까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박 교수는 “(세계 파운드리 1위) TSMC와 동일한 수준의 기술과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삼성전자의 숙제”라며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데 그 결정은 이 회장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지난 7월 전기차 업체 테슬라로부터 약 23조원 규모의 차세대 AI 칩 ‘AI6’ 물량을 수주했다. 여기에 당초 세계 1위 파운드리 TSMC가 양산하기로 한 ‘AI5’ 물량까지 일부 확보했다.

김 단장은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이 기회에 TSMC에 뒤처지지 않는 기술력을 증명해야 한다”며 “결국 기술력의 핵심 지표인 수율과 성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기술’을 강조해왔다. 2022년 6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서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2주기였던 2022년 10월 25일 사장단 간담회에선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는 발언을 남겼다. 기술을 중시한 이건희 선대회장의 철학을 기리면서 동시에 미래 기술 확보가 삼성전자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이 회장의 인식이 강하게 묻어나는 발언이었다.

“세계적 기업 된 삼성, ‘협업의 리더십’도 갖춰야 할 때”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9월 충남 아산의 코닝정밀소재 2단지를 방문해 코닝 데모룸 투어를 하는 모습 [코닝 제공]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올라 선 삼성전자가 기술 투자와 함께 대내외적으로 ‘협업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세계적 플레이어가 된 삼성전자가 초격차라는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경쟁도 하고 동시에 협업을 해야 하는 위치가 됐다”며 “삼성전자 혼자 모든 걸 다 잘 할 수 없다. 외부 기업과의 협력에 눈을 떠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 역시 “협업이 절실한 시기”라며 “AI 시대 소프트웨어부터 반도체, 데이터센터에 이르기까지 업체 간의 협업이 필수가 됐다”고 짚었다.

이어 “내년 미국 텍사스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가동을 앞두고 대형 IT 기업으로부터의 추가 수주 여부가 ‘성장’이냐 아니면 ‘적자 지속’이냐를 판가름할 것”이라며 “이 회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서 빅테크 고객들과의 관계를 다지고 고객사까지 확보하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빅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체들과의 유기적인 협력도 과제로 제시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4월 독일 오버코헨 자이스(ZEISS) 본사를 방문해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김 단장은 “삼성전자는 소부장 업체들과의 협업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며 “소부장 업체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가면서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파트별로 각자 자기 것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조직 간의 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송재혁 삼성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사장)도 지난 22일 반도체대전(SEDEX 2025) 기조연설에서 “D램, 낸드, 로직, 패키지 등 모든 영역에서 기술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며 협업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송 사장은 “결국 소재, 공정, 설계, 패키지, 테스트가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며 “산업계, 학계, 소재·장비 업체와 함께 경계를 넘는 기술 협업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의 전체 사업을 조망하며 미래 전략을 진두지휘할 ‘컨트롤타워 재건’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준법경영을 감시하고 있는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1일 “컨트롤타워 자체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에 대해서도 책임 경영이라는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종전 입장을 유지했다.

2019년 10월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이 회장은 현재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6년째 미등기 임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