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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임박 ‘부고니아’ vs 원작 ‘지구를 지켜라!’ 어떻게 다를까

내달 5일 개봉 ‘지구를 지켜라!’ 리메이크 ‘부고니아’
캐릭터 변주와 재해석 통해 ‘오늘날’의 이야기 담아내

[CJ EMN 제공]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2003)의 영어 리메이크인 영화 ‘부고니아’가 내달 5일 국내 개봉한다. 칸영화제 심사위원상부터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까지, 세계 주요 영화제를 사로잡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복귀작이다. 원작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요르고스 란티모스 특유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영화는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진출하며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부고니아’는 외계인에게 지구가 침공당했다는 망상이 외계인이라 믿는 이를 납치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원작의 큰 줄기를 공유한다. 동시에 ‘부고니아’는 극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에 대한 변주를 통해, 장준환 감독이 만든 독창적인 세계를,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만의 연출로 재해석한다. 그래서 ‘부고니아’는 원작과 어떻게 다르고, 어떤 모습으로 국내 관객과 만나게 될까. 관전 포인트 3가지를 준비했다.

① 화학 회사 CEO ‘강사장’과 생명 바이오 기업 CEO ‘미셸’

[CJ EMN 제공]

‘지구를 지켜라!’와 ‘부고니아’에서 안드로메다에서 온 외계인으로 의심받는 캐릭터, 백윤식의 ‘강사장’ 역은 엠마 스톤이 연기하는 ‘미셸’로 바뀌었다. ‘강사장’이 화학회사의 CEO로 돈이 곧 권력이던 2003년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자본가였다면, 반면 ‘미셸’은 거대 생명 바이오 기업을 운영하는 여성 기업가로 여성들이 활약이 눈에 띄게 늘어난 오늘날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부고니아’는 원작의 중년 남성 ‘강사장’을 젊은 나이에 성공한 여성 CEO ‘미셸’로 바꾸며 신선한 변주를 완성한다. 원작자인 장준환 감독 역시 납치되는 CEO의 성별을 바꾸면서 더 강렬한 캐릭터가 탄생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캐릭터의 이름도, 성별도, 연령대도 다르지만 두 인물 모두 모두 대기업 사장으로 자기 회사 직원에게 납치되고, 두 캐릭터를 연기한 백윤식과 엠마 스톤이 실제 삭발 연기를 감행한 것은 공통점이다.

양봉하는 순박한 청년 ‘병구’와 거대 바이오 기업 배송부 직원 ‘테디’

지구를 지켜라! 포스터

‘지구를 지켜라!’에서 신하균이 연기한 ‘병구’는 양봉을 하며 살아가는 순박한 청년이다. 다가오는 개기월식 전까지 안드로메다 왕자를 만나지 못하면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 믿는 그는, 화학회사 CEO ‘강사장’을 외계인이라 확신하고 그를 납치한다. 2025년의 ‘테디’는 거대 바이오 기업의 배송부 직원으로, 벌이 사라지는 것부터 온갖 정치적 불합리까지, 모든 문제가 외계인의 지구 침공 때문이고, 사장 ‘미셸’이 그 외계인 중 하나라고 굳게 믿는다. 머리를 질끈 묶고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구해야 한다는 집착에 사로잡힌 그는 ‘미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그녀와 치열한 공방전을 펼친다. ‘병구’와 ‘테디’는 양봉을 하며, 외계인의 지구 침공에 집착해 대기업 사장을 납치, 지하실 감금 후 끔찍한 고문을 벌인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CJ EMN 제공]

원작에서는 오직 양봉에만 몰두했던 ‘병구’를 ‘부고니아’에서는 배송부 직원이자 양봉업을 하는 ‘테디’로 인물 설정에 변화를 주며 ‘양봉’이라는 핵심 요소를 유지하면서도 원작에 변주를 줬다. 여기에 납치극에 함께하는 인물과의 관계 역시 바뀌었다. 여자친구 ‘순이’와 함께한 ‘병구’와는 달리, ‘테디’는 함께 사는 사촌 동생 ‘돈’과 함께한다. 영화는 두 형제가 보여주는 대담한 이야기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인류의 초상을 심도 있게 그려낸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스타일로 재창조된 ‘인류 저항군 본부’

지구를 지켜라! 스틸컷

‘지구를 지켜라!’ 속 ‘병구’의 지하실은 영화 속 가장 중요한 공간이자 ‘병구’의 기괴하고 외로운 내면을 상징하는 장소다. 지하 2층은 ‘병구’가 생업인 마네킹을 만드는 작업실이자 외계인을 연구하는 연구실, 지하 1층은 그가 외계인이라고 의심하며 납치해 온 ‘강사장’을 감금해, 고문하고 협박하는 공간으로 등장한다. ‘병구’가 오랜 시간 외계인에 집착해 왔음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영화 속 지하실은 어둡고 눅눅한 느낌으로 ‘지구를 지켜라!’의 독특한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부고니아’ 속 ‘테디’의 지하실 역시 소외된 그의 내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자, ‘미셸’과 ‘테디’의 대립이 극에 달하는 공간이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미셸’과 ‘테디’의 갈등이 벌어지는 환경을 좁은 공간으로 제한함으로써 등장인물들과 그들이 상징하는 바에 대한 집중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초반에 명백해 보였던 것들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드러내고자 했다”라고 했다.

[CJ EMN 제공]

프로덕션 디자이너 제임스 프라이스는 ‘테디’의 집을 설계할 때, 층층이 쌓인 디테일을 통해 인물들이 그 공간에 들어가는 순간, 마치 ‘테디’의 어린 시절 한 가운데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엠마 스톤은 “완전히 새로 지은 건데, 전혀 새것 같지 않게, 기괴하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지게끔 만든 놀라운 공간”이라고 했고, 제시 플레먼스는 “기발한 요소들까지 놓치지 않는 미친 섬세함. 내가 본 최고의 프로덕션 디자인 중 하나”라며 극찬했다.

영화 ‘부고니아’는 11월 5일 한국에서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