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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번주 APEC 방한…3500억달러 투자 협상 극적 타결 이룰까

트럼프, 오는 29~30일 방한전 한미정상 나란히 말레이 APEC 참석
APEC 경주 정상회의전 관세협상 물밑조율 한창 유력
불확실성 증폭에 환율 뛰며 487조→504조원으로 늘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이번주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3500억달러(약 504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에 대해 최종 합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나란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체류 중 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말레이시아 일정을 끝내고 일본으로 이동한 후 오는 29~3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경주 정상회의 참석차 우리나라를 찾는다.

26일 관가 등에 따르면 한미 양국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에 맞춰서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펀드와 관련해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를 비춘 상태다.

대미 투자 펀드는 상호관세율을 낮추기 위한 핵심 조건이다. 한미는 지난 7월 31일 미국이 한국의 상품 전반에 적용키로 한 상호관세율 25%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특히 25%의 품목별 관세가 부과됐던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도 15%로 하향하기로 했다.

현재 미국은 당초 주장했던 ‘3500억달러 선불 투자’ 요구를 사실상 철회하고, 한국의 외환시장 부담을 고려해 분할 출자안을 수용한 상황이지만 미국은 우리나라에 8년에 걸쳐 매년 250억 달러씩 총 2000억 달러 규모의 현금 투자를 요구하고, 우리나라는 10년간 매년 150억 달러를 현금 투자하겠다고 제시하면서 분납기간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투자처 결정권을 둘러싼 이견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일 무역협상에서 투자대상 결정권은 미국이 가졌다. 미국은 반도체, 의약품, 조선, 에너지 등 일본이 투자할 산업과 투자 방식을 직접 지정키로 했다.

이렇게 관세 협상이 각론에서 부딪히자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지며 외환시장이 흔들렸다. 7월 31일 타결 소식이 전해졌던 당시 원/달러 환율은 1390원대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것은 선불(up front)”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9월 무렵에는 1410원대로 올랐다.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환율은 장중 1440원대로 올라서는 등 눈에 띄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 기간 3500억달러 펀드는 한화로 487조원 수준에서 504조원으로 불어나 버렸다.

전문가들은 일단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방한 중 우리나라의 불확실성 확대를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합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정치적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말레이시아에서 회동하면서 막판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의 말레이시아 아세안 정상회의 일정에는 한미무역협상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수행하고 있고 제이미슨 그리어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트럼프 미 대통령을 수행차 말레이시아에 체류하고 있다.

대미 무역협상의 창구역할을 하고 있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일정부터 합류해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러트닉 미 상무장관의 방한 때 무역협상이 막판 조율에 들어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아시아 순방길에 미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 안에서 가진 기자들과 문답에서 협상에 관해 “타결(being finalized)에 매우 가깝다”고 말했다.

상호관세가 어떤 방식으로든 타결된다 하더라도 불확실성이 완전히 걷히는 것은 아니다. 품목별 관세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 등에 최대 50% 관세를 부과하면서 지난 7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2억8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6% 감소하는 등 이미 품목별 관세 피해를 보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철강이나 알루미늄을 사용해 만든 파생 제품 중 관세 부과 대상으로 추가할 품목 확대를 검토 중이다. 미국이 한국의 주력 상품인 반도체에 품목별 관세를 높은 수준으로 부과한다면 대미 수출에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해선 “한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나쁘게 대우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긴 했다.

하지만 그동안 1기 때 약속을 번복한 트럼프 행정부의 전례를 보자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장비, 파생제품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8월 중에 발표할 것이라는 예고는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관세율 100%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 인공지능(AI) 산업 투자가 계속되는 한 실제로 100%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지만,

최병호 교수는 “최종적으로 문서화가 되기 전에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며 “지난 한미정상회의 결과서도 봤듯이 문서화 이전엔 항상 불확실성이 있다. 품목 관세도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또, 3500억달러 투자 펀드와 관련한 세부 사항을 두고 다시 삐걱댈 우려도 있다. 일부라 해도 상당한 규모 현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으로 인해 환율이 상승하며 외환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