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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돌프 노던, 모스크바에서 퇴각하는 나폴레옹, 1851, 캔버스에 유채, 120x95cm, 위치불명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1812년 러시아 제국을 침공한 나폴레옹 군대를 몰락시킨 요인 중 하나인 전염병은 장티푸스성 열(enteric fever)과 재귀열(relapsing fever)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간에는 발진티푸스(typhus) 등으로 알려져 있었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Institut Pasteur) 니콜라스 라스코반 박사팀은 25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당시 러시아를 침공한 병사들의 치아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 장티푸스성 열과 재귀열을 일으키는 두 가지 병원체의 DNA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라스코반 박사는 “옛날 DNA는 아주 짧게 조각나 있어 PCR 기술로는 분석이 어렵지만, 이 연구에서 짧은 조각까지 포착할 수 있는 최신 분석법으로 더 넓은 범위의 병원 DNA를 찾았다”고 했다.
그는 “200년간 묻혀 있던 나폴레옹 군대의 전염병 원인을 현대 기술로 찾고 진단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당시 프랑스 황제였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1812년 여름 50만~60만명 군대를 끌고 러시아 제국을 침공했다.
러시아 제국은 나폴레옹 군 진격 경로 주변을 초토화하며 후퇴하는 작전으로 대응했다.
나폴레옹 군대는 모스크바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철수하는 동안 굶주림과 추위, 전염병에 직면했다. 그해 12월에는 살아남은 병사가 수만명에 불과할 정도였다.
이 전쟁은 훗날 나폴레옹 제국이 몰락하는 데 결정적 계기로 작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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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리스 오렌지, 크렘린궁을 떠나는 나폴레옹, 1916 |
이런 가운데, 나폴레옹 군대에 퍼진 전염병의 정체는 수 세기 동안 논쟁 대상이었다.
당시 장교와 의사들의 기록을 토대로 전염병이 발진티푸스였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됐다. 특히 나폴레옹 군대 병사의 유해에서 티푸스 원인균인 리케차 프로바제키이(Rickettsia prowazekii) DNA가 검출돼 발진티푸스 설에 힘이 실렸다.
연구팀은 나폴레옹 군 후퇴 경로에 있던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나폴레옹 군 집단 매장지에서 2002년 발굴된 병사 13명의 치아 내 DNA를 추출, 고대 DNA 연구에 쓰인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으로 감염원을 식별했다.
그 결과, 병사들의 유해에서 발진티푸스 흔적이나 병원체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장티푸스성 열을 일으키는 살모넬라 엔테리카(Salmonella enterica)와 재귀열 원인균 보렐리아 리커렌티스(Borrelia recurrentis)가 발견됐다.
나폴레옹 병사들에게 발견된 보렐리아 리커렌티스 균주는 약 2000년 전 철기시대 영국에 존재한 균주와 같은 계통에 속하는 것으로 나온 점 또한 흥미로운 부분이다.
하지만 이전 연구에서 당시 증상 기록을 근거로 병원체로 지목된 티푸스 병원균 리케차 프로바제키이와 참호열(trench fever) 병원균 바르토넬라 퀸타나(Bartonella quintana)는 검출되지 않았다.
라스코반 박사는 이 연구가 고대 DNA 분석 기술이 감염병 진화를 밝혀내는 강력한 도구임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또, 이전에는 드러나지 않은 장티푸스성 열이나 재귀열이 나폴레옹 군대 ‘그랑다르메’(Grande Arme)의 주요 몰락 요인 중 하나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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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를 드 슈토이번, 엘바에서 나폴레옹의 귀환, 1818, 캔버스에 유채, 97x128.5cm, 개인소장 |
한편 나폴레옹은 1814년 퇴위를 선언한다. 모스크바 철수 후 고작 2년가량이 흐른 후였다. 그는 이탈리아 엘바섬으로 유배를 간다. 1815년 2월 그곳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하지만, 그의 부활은 백일 천하로 끝을 맺고 만다.
다시 모든 것을 잃은 나폴레옹은 세인트헬레나로 보내지고, 6년의 유배 생활 끝에 1821년에 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