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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압 극한환경서 새 ‘얼음’ 찾았다…“우주 생명체 탐색 단서될까”

- 표준연, ‘얼음 XXI’ 세계 최초 발견

김민주(왼쪽) 박사후연구원과 이윤희 책임연구원이 동적 다이아몬드 앤빌셀 장치를 통해 구현한 초과압수의 결정화 과정을 관찰하고 있다.[KRISS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상온에서 2만 기압(2 GPa)이 넘는 초고압 상태의 물이 얼음으로 변하는 과정을 마이크로초(μs, 100만분의 1초) 단위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기존 알려지지 않았던 물의 결정화 경로와 21번째 결정상인 ‘얼음 XXI(Ice XXI)’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0도씨(℃) 이하에서 물이 결정화되면서 생기는 얼음은 상온이나 심지어 물이 끓는 고온에서도 생길 수 있다. 액체가 고체로 변하는 결정화 현상은 온도뿐만 아니라 ‘압력’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상온에서 물은 ‘결정화 압력’인 9600기압(0.96 GPa) 이상의 압력을 받으면 얼음으로 상(相, Ice VI)이 변한다.

물이 얼음으로 변할 때, 물 분자 간의 수소결합 네트워크가 온도와 압력에 따라 복잡하게 왜곡, 재배열되면서 다양한 얼음상을 동반하는 결정화 과정이 나타난다. 물과 얼음의 복잡한 상전이 및 구조형성 과정을 이해하고, 그 과정을 극한 수준의 압력과 온도로 제어하면 지구상에 없던 신소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은 한 세기 이상 온도와 압력 조건을 조절하여 20가지의 결정질 얼음상을 발견해 왔다. 얼음상을 발견한 온도와 압력의 범위는 각 2000 켈빈(K) 이상과 100만 기압(100 GPa) 이상까지 넓게 형성되어 있다. 그중 대기압(0 GPa)부터 2만 기압 사이의 영역은 물의 상전이가 가장 복잡하게 생기는 핵심 영역으로 10개 이상의 얼음상이 밀집돼 있다.

KRISS 연구진이 초과압 상태를 구현하기 위해 사용한 동적 다이아몬드 앤빌 셀 장치 내부. [KRISS 제공]

KRISS 우주극한측정그룹은 자체 개발한 ‘동적 다이아몬드 앤빌 셀(dDAC)’ 장비를 이용해 상온에서 2만 기압 이상까지 물이 액체로 존재하는 즉, 결정화 압력의 200%가 넘는 초과압(Supercompression) 상태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세계 최대 규모의 X선 레이저 시설인 ‘유로피언 XFEL’을 통해 초과압 상태의 물이 결정화되는 과정을 마이크로초 시간 분해로 관측했다. 그 결과 상온에서 지금까지는 알려지지 않았던 5가지 이상의 결정화 경로를 발견하고, 해당 경로를 분석해 21번째 결정상인 ‘얼음 XXI(Ice XXI)’를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상온에서 형성된 얼음 XXI는 기존 알려진 얼음상에 비해 결정구조의 최소 반복 단위인 단위포(Unit Cell)가 압도적으로 크고, 바닥 면의 두 변의 길이가 같으면서 납작한 직육면체 형상의 결정 구조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얼음 XXI 단위포 내의 물 분자 위치정보를 분석해 구조를 규명했다.

이윤희 박사는 “얼음 XXI의 밀도는 목성과 토성의 얼음 위성 내부에 존재하는 초고압 얼음층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이번 발견이 극한 환경에서 우주 생명체의 근원을 탐색하는 단서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얼즈(Nature Materials)’에 10월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