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40원 근접, 변동성 확대 우려
외환보유액 4220억달러, IMF 권고 하회
한은 “IMF 기준, 한국엔 더 이상 적용 안돼”
전문가 “5000억달러 돼야 시장불안 완충”
외평채 발행·달러매입 제약, 금리도 부담
“금 비중 확대·국내 증시활력 회복이 해법”
외환보유액 4220억달러, IMF 권고 하회
한은 “IMF 기준, 한국엔 더 이상 적용 안돼”
전문가 “5000억달러 돼야 시장불안 완충”
외평채 발행·달러매입 제약, 금리도 부담
“금 비중 확대·국내 증시활력 회복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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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LSU)와 LSU 슈리브포트 챔피언십 야구팀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EP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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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가 미국에 약속한 투자금 3500억달러를 직접 투자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거의 전부를 현금으로 달라는 요구에 달러인덱스가 90선 후반에서 움직일 때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뚫고 일주일도 채 안 돼 1440원 선을 위협했다. 환율의 수준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변동성이다. 외환당국은 외환시장의 발작을 막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이용한다. 환율이 너무 빠르게 오르면 달러를 팔아 시장을 진정시키는 것이다.
두 번째 트럼프 시대를 맞이한 외환시장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변수가 지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쉽게 말해 달러 매도가 더 자주, 그리고 많이 필요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시금 제기되는 의문은 하나다. 과연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충분할까.
적정한 외환보유액은 얼마일까
외환보유액의 적정 규모에 대한 기준은 많지만 가장 대표적인 지표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발표하는 외환보유액 적정성 평가지수(ARA·Assessing Reserve Adequacy)다.
IMF는 단기외채, 통화량, 수출액, 포트폴리오 및 기타투자 부채 잔액을 기반으로 산출한 국가별 적정 외환보유액을 산출하는데, IMF ARA는 이러한 외환보유액의 적정 수준을 평가하기 위한 보조지표다. 통상 100~150%를 적정한 외환보유액 수준으로 본다. 우리나라의 IMF ARA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61.5%, 1999년 86.4%로 IMF 권고 수준을 밑돌았지만 2000년 114.3%를 기록한 이후 2019년 108.1%까지 계속 100%를 상회했다. 그러나 2020년 98.9%로 떨어진 뒤 2021년(99%)과 2022년(97.0%)까지 3년 연속 권고 수준 밑으로 내려갔다. IMF가 평가한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는 2020년 4480억달러, 2021년 4677억달러, 2022년 4362억달러였다.
현재 상황도 다르지 않다. 9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220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22년 기준 적정 수준에 비해 100억달러 이상 부족하다. 지난 2015년 9월 3681억1000만달러였던 외환보유액은 지속적으로 늘어 2021년 9월 4639억7000만달러를 기록했으나 이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외환보유액 순위도 2023년 8월 이후 올해 2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9위를 유지하다가 지난 3월부터 10위로 한 단계 떨어졌다.
다만 외환보유액 적정성 평가지수를 지금 대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상당히 많다. 개발도상국의 경제 규모를 넘어선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를 더 이상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IMF도 2022년 통계를 마지막으로 2023년부터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적정성 평가지수 발표를 멈췄다. 신흥국 지표로 한국을 더 이상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IMF는 당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충격적 상황이 오더라도 충분히 완충 작용을 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정량적 IMF 기준으로 외환보유액이 부족하지 않으냐는 지적이 종종 있는데, 단기외채 커버리지로 보면 2배가 넘는다”며 “단기외채를 두 번 다 갚고도 자금이 남는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외환보유액 자체로 보면 차고 넘친다”고 강조했다. 단기외채 커버리지는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달러 빚, 즉 단기외채를 상환할 수 있는 외환보유액 등의 유동성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의 견해도 같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0일 한은 국정감사에서 “IMF가 제시하는 외환보유고 적정성 지표는 주로 고정환율제도를 유지하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 산식”이라며 “한국은 완전 변동환율제도 국가로 그 기준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IMF는 한국에 대해서는 더 이상 별도의 적정 보유고를 추정하지 않는다”며 “국제기구에서 우리나라 외환보유고가 작다고 하는 기관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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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적정한 외환보유액 규모에 대한 논쟁을 차치하고 다수의 전문가가 고개를 끄덕이는 사실이 있다. 외환보유액은 대체로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3500억달러 대미 투자 요구와 같은 전례 없는 요구가 쏟아지고 환율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최근 상황 속에서는) 외환보유액이 조금 모자라는 측면이 있고, 개인적으로는 5000억달러는 됐으면 좋지 않겠느냐고 본다”며 “대미 투자 방식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도 일단 일부는 달러로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13일까지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12.3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평균 환율 1364.4원과 비교하면 47.9원 올랐고, 외환위기로 환율이 폭등해 사상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 1998년(1395.0원)과 견주어도 17.3원 높다.
달러 강세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환율의 오름세가 거세도 너무 거세다. 22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7원 오른 1431.5원에서 출발했다. 지난 5월 2일(1436.0원) 이후 약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개장가다.
올해 초 100을 훌쩍 넘던 달러인덱스는 90선 후반에 움직이고 있건만 환율은 1440원대를 넘보고 있다. 2023년 말과 비교해 보면 달러 가치는 약 1년 10개월 동안 2~3%가량 떨어졌는데, 환율은 오히려 10% 이상 상승했다.
민 이코노미스트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0억달러는 투자 여력이 있다고 했는데, 사실 그 정도도 매우 큰 압력”이라며 “시장 외적으로 상당한 호들갑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총알(외환)은 계속 쌓고 실제 쏘는 총알은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5500억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 협상을 비교적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외환보유액에 있었다.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1조3242억달러로 8월 기준 세계 2위를 자랑한다.
외환보유액 안 늘리는 걸까, 못 늘리는 걸까
지난 2021년 9월 4639억7000만달러에 달하던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022년부터 급감해 4000억달러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외환당국이 외환보유액을 적극적으로 늘리지 못한 것이다.
기저에는 외환당국이 외환보유액을 늘리고 싶어도 늘릴 수 없는 시장 환경이 있다. 우선 외환보유액 조달 통로인 외평채(외국환평형기금채권)를 발행하기 어려웠다.
외평채는 정부가 환율 안정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외국환평형기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외화 표시 국채다. 기획재정부가 가지고 있는 외평기금 중 일부는 한은 예치 형태로 외환보유액에 반영된다.
외평채도 기본적으로 국채이기 때문에 국내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발행 여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세수 부족까지 겹치면서 정부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외평기금을 오히려 끌어다 썼다.
민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최근 경기 상황에서 외환보유액을 적극적으로 늘렸다면 경기부양을 못 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외평채도 결국 차입이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을 온전하게 늘리는 방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외환보유액 조달 통로인 달러 매입도 실행하기 어려웠다. 기본적으로 최근 시장 환경이 고환율이었던 데다 최근 미국이 환율조작국 이슈를 강조하면서 달러 매입 방향의 개입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김 교수는 “환율이 안정적이고 미국의 관심이 덜할 때는 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하면 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며 “환율이 높은 데다가 미국이 매월 개입 수준을 살피며 환율 조작국 이슈를 강하게 밀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달러를 매입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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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 남는 운용수익
외평채도 더 많이 발행할 수 없고 달러도 매입할 수 없다면 외환보유액을 늘릴 수 있는 선택지는 운용수익 정도 밖에 없다.
독일의 예를 들면 이해가 쉽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순위는 2023년 8월 이후 올해 2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9위를 유지하다가 지난 3월부터 10위로 한 단계 떨어졌는데 그 이유가 독일의 비약적인 성장이었다.
그 바탕에는 독일의 독특한 외환보유액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 3월 한 달 사이 외환보유액을 288억달러 늘리면서 세계 순위를 10위에서 6위로 단숨에 끌어올렸다. 독일은 외환보유액 내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70%가량에 달한다. 금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외환보유액도 대폭 뛰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금 보유 비중이 1%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한은은 2013년 금 20톤을 추가로 매수한 뒤 12년째 금 보유량을 104.4톤으로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통계는 금을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금값이 올랐다고 외환보유액 발표가액이 늘지는 않지만 금 보유량이 많다면 가격 상승에 따라 실질적인 외환보유액 수준은 늘릴 수 있다.
김 교수는 “환율조작국 이슈가 있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도 외환보유액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한정되기는 마찬가지”라며 “결국 외환보유액의 운용수익밖에 없고, 최근에는 대표적으로 금을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의 실질적인 외환보유액 수준이 올라갔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최근 3년간 개입을 통해 외환보유액을 줄여가는 국면에 있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늘리지 못했다”며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국면으로 다시 가게 된다면, 자산 배분을 어떻게 할지 고민할 소지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식시장의 활성화도 간접적으로 외환보유액을 늘릴 수 있는 요인이다. 민간 차원의 투자로 외환보유액이 직접 소진되는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인 경로로 외환보유액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흑자로 들어온 달러는 통상 시차를 두고 외환시장에 매도되고 결국 국내에서 돌고 돌아 외환보유액으로 쌓일 수 있는 개연성이 생긴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경상수지 흑자와 비견될 정도로 해외 투자가 많이 일어나면서 이러한 흐름이 끊겼다.
즉, 최근 상승세를 탄 국내 주식시장이 더 강력한 모멘텀을 가지게 된다면 달러 유출이 줄고 외국인의 매수세도 이어지면서 외환시장 안정은 물론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데에도 우회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에는 민간에서 수출을 많이 해 흑자를 내면 어떻게든 돌아서 최종적으로 한은이 달러를 매입할 수 있는 환경이 나타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만큼이 금융계정(해외투자)으로 나가면서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도 지난 20일 ‘국내 해외투자자금(서학개미 자금)이 많다고는 하지만 원화 약세를 부추길 정도로 크지는 않지 않은가’라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그렇지 않다”며 “해외투자자금이 줄지 않았고 여전히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홍태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