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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광장] 노후 소득 공백을 메우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009년부터 노인빈곤율을 격년으로 발표해 오고 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으며, 매년 개선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약 40%의 노인이 준비되지 않은 노후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83.5세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며, OECD 회원국 평균보다 약 2.4세 높다. 이에 따라 노인의 빈곤 상태가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기초연금 인상·주택연금제도 시행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최근에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 도입을 발표했다. 이는 사망 후 유가족을 위한 것으로 여겨졌던 사망보험금을 본인이 생전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택자산을 생활연금으로 유동화하는 주택연금제도처럼, 이제는 납입이 완료된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도 유동화가 가능해진다. 이번 정책을 통해 유동화 옵션이 추가됨에 따라, 비유동자산으로 분류됐던 사망보험금도 본인 또는 가족의 필요에 따라 유동화 비율과 기간을 설정하면 일정금액이 정기적으로 지급된다. 요양, 의료비 등 필수 지출 외에도 생활비 부담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단, 사망보험금의 기본적 기능 유지를 위해 유동화는 사망보험금의 9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가 심화하면서 세대 간 현금흐름의 불균형은 한국 경제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시니어 세대는 충분한 생활비가 부족하고, 주니어 세대는 주택 마련, 자녀 교육 등으로 모두가 현금흐름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망보험금 유동화 정책은 세대 간 현금흐름의 균형을 일부 회복하고, 경제 전반의 부담 완화와 노인 빈곤 문제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55세부터 유동화 옵션을 행사할 수 있어 국민연금 수령 나이까지의 소득 공백을 메우는 가교 연금 역할도 기대된다.

IMF 외환위기 이후 많은 가장이 가족의 생계와 자녀 교육을 위해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열풍이 있었고, 이런 흐름은 현재 성인 3명 중 1명이 종신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저출산·고령사회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신보험 본연의 기능은 점차 약화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사망 이후 유가족을 위한 재정적 대비가 중요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더 오래 사는 삶 자체에 대비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단순히 많은 자산의 축적보다 자산의 실용적 활용과 안정적인 현금 흐름 유지가 삶의 질을 좌우하게 된다. 실제 경로당이나 노인대학 등 시니어 커뮤니티에서는 많은 자산을 축적한 사람보다, 정기적으로 여유 있는 생활비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부러움과 인기를 얻는다고 한다.

이번 정부의 사망보험금 유동화 정책은 장수 사회로의 변화에 대응하는 순기능적 조치로 평가되며, 시니어 계층이 ‘부담’이 아닌 내수시장의 핵심 소비 주체로 재조명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이 제도가 절차적으로도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하고, 보편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성주호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