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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를 이렇게 키워? 죽어!” 칼들고 어머니 위협 아버지, 목졸라 살해한 아들…정당방위 아니다 [세상&]

존속살해 혐의
정당방위 인정 못 받아
1심 징역 10년→징역 6년
대법, 징역 6년 확정

사진은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애들을 이렇게 키웠으니 니X이 죽어야 한다”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지난 2017년 10월 10일 아침 9시, 필리핀의 한 자택에서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려고 했다. 흉기를 들고 위와같이 말하며 접근했다. 아들은 아버지를 막으려다 본인이 칼에 베였다.

자주 있는 일이었다. 아버지는 툭하면 배우자와 자식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아들 A씨는 화를 참지 못했다. 프라이팬으로 아버지의 머리를 내려친 뒤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결국 A씨는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A씨가 주장한 대로 정당방위를 인정하진 않았다. 다만, 가정폭력 상황에서 범행한 점을 고려해 선처를 택했다. 징역 6년 실형이 확정됐다.

A씨 가족은 2005년부터 필리핀에 거주했다. A씨는 한국에서 중학교 1학년을 중퇴한 뒤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골프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20세에 어깨 부상을 당하면서 골프를 그만뒀다.

가족 간 갈등은 이때부터 심해졌다. A씨는 필리핀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다 2017년부터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한식당과 빵 카페 개점을 준비했다. A씨의 아버지는 사업진행에 관해 불만이 많았다. 수시로 가족들에게 욕설하고, 폭행했다. 가부장적인 성격 탓에 가족들에게 미움 받았다.

사건 당일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는 공사 지연 문제로 A씨에게 폭언했다. “이 새X는 죽어야 한다”며 “(돈) 없이 살아봐야 한다. 앞으로 잘 할 거야? 안 할 거야?”라고 뒤통수를 때렸다. A씨가 무릎을 끓고 사죄하고 나서야 사태가 다소 진정됐다. 하지만 불과 1시간 뒤 아버지는 어머니, 여동생에게 폭행을 반복했다.

아버지는 식당 공사 문제로 A씨의 여동생에게 폭언을 하다가 얼굴을 때렸다. 어머니가 이를 말리자 아버지는 “니 X이 죽어야 한다”며 흉기를 들고 다가갔다. A씨는 이를 말리다 결국 아버지를 살해했다.

정당방위 인정 X…1심 징역 10년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1심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1심을 맡은 의정부지법 11형사부(부장 오창섭)는 지난해 11월,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아버지가 어머니와 여동생을 칼로 찌르려고 했다”며 “이에 대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부친)가 실제 흉기로 다른 가족들을 해칠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당시 A씨는 프라이팬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때린 뒤 목을 졸라 살해했다”며 “당시 피해자가 더 이상 저항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므로 방위행위로서 한도를 넘었다”고 밝혔다.

양형배경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존속살인은 부모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전통적 윤리의식에 배치되는 중대한 범죄”라며 “저항하지 못하는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인한 것으로 살인에 대한 강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2심 징역 6년…대법, 확정

대법원. [연합]

2심에서도 정당방위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징역 6년으로 감형이 이뤄졌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6-2형사부(부장 최은정)는 지난 7월, 이같이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감형의 배경으로 “피해자가 평소 가족에게 위압적인 태도를 보이며 언어폭력을 행사했다”며 “피해자가 유발한 가정폭력 상황에서 격분한 피고인이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이어 “피고인은 범행 이후 깊은 후회와 반성으로 수년을 보냈다”며 “평생 피해자에게 속죄하며 남은 가족을 잘 돌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살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유족이기도 한 피고인의 어머니와 여동생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간절히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무런 전과가 없는 점도 고려됐다.

대법원도 이러한 원심(2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신숙희)도 지난달 26일 “원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징역 6년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