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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XX는 지옥으로’ 맞불집회 현행범 체포 보수 회원…국가가 배상하라 [세상&]

몸싸움 벌이려다 경찰에 현행범 체포
“위법 체포” 주장하며 국가 상대 손해배상 요구
법원 위법체포, “국가가 각각 위자료 300만원, 200만원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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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맞불 집회 중 진보단체 회원들과 몸싸움을 벌여 현행범으로 체포된 보수단체 회원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소송을 내 승소했다. 폭행의 정도가 무겁지 않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었는데도 위법하게 체포·구금했다는 점이 인정됐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8-2민사부(부장 김기현)는 보수단체 회원 A씨와 B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A씨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대한민국이 A씨에게 200만원을, B씨에게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시간은 지난 2023년 4월 2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는 광화문 일대에서 진보성향 단체를 규탄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같은 장소·같은 시각, 시민단체 촛불전환행동은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날 A씨는 촛불행동 집회참가자들을 향해 “빨XX는 지옥으로, 개X들은 양X으로, 홍X는 신X으로”라는 등 혐오 발언을 했다. 이를 들은 집회 참가자들은 A씨에게 욕설과 함께 항의했다. A씨는 달려들어 몸싸움을 시도했다가 경찰에 의해 제지됐다. 옆에 있던 B씨도 주먹을 들어 위협하며 깃발을 흔들었다.

경찰은 도로 철제 펜스를 따라 방어벽을 만들어 양측의 충돌을 막으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와 B씨는 깃발을 흔들며 양복 상의를 벗고, 촛불행동 행진대열로 접근하려 했다. 경찰이 경고했음에도 A씨는 “체포해”라고 말했다. B씨도 경찰에 항의하며 “나도 같이했다. 나도 체포하라”고 외쳤다.

결국 서울 종로경찰서는 같은 날 오후 7시 25분께 둘을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에 구금됐던 둘은 다음날 밤 12시 7분께 석방됐다. 경찰은 A씨는 집회·시위법 위반 혐의로 송치했고, B씨는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A씨와 B씨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A씨와 B씨 측은 “경찰이 자신들을 불법 체포·구금했다”며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등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측에선 “둘의 행위는 다른 집회참자들과 갈등을 유발하는 집회 방해 행위”라며 “현행범 체포는 적법했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A씨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위법한 체포가 맞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현행범 체포가 적법하기 위해선 범죄의 현행성·범죄의 명백성 뿐 아니라 체포의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 즉,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야 한다. 법원은 “이러한 기준으로 볼 때 당시 A씨와 B씨에 대한 체포는 현행범 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의 혐오 발언과 행위는 경찰 채증에 의해 모두 증거수집이 됐다”며 “집회 신고를 통해 이들의 신원도 파악됐으므로 도주 또는 증거이멸의 우려가 컸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들의 주거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도 아니었다”며 “양측이 흥분한 상태에서 서로 달려드는 상황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집회를 방해하는 폭행·협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은 “A씨와 B씨 등은 촛불행동 집회 참가자들보다 소수였다”며 “물리적 충돌이 무겁지 않아 경찰에 의해 바로 제지됐으며 현장에 비치된 경찰 규모를 보면 어렵지 않게 제지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손해배상 액수에 대해 법원은 “체포·구금이 위법하긴 했으나 A씨와 B씨도 지속적으로 혐오 발언을 하며 물리적 충돌을 유발했다”며 “집회 질서 관리에 어려운 점을 초래했던 점을 고려하면 각각 200만원, 300만원으로 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아직 이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다. A씨와 B씨 측에서 불복해 상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