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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내년 HBM 물량 이미 고객 확보…증산 검토”

삼성전자 3분기 확정실적 발표
엔비디아에 HBM3E 공급 공식화
HBM4부터 시장 점유율 확대 노려
반도체 역대 최대 매출…부진 탈출
이재용, 오늘 젠슨 황과 ‘서울 만찬’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8월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포옹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현일·박지영 기자] 삼성전자가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BM3E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납품을 공식화하면서 SK하이닉스가 독주하던 HBM 레이스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HBM 생산량을 올해보다 대폭 확대 수립했으나 이미 해당 물량에 대한 고객 수요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증산을 검토 중이다. 3분기 HBM 판매량은 전분기 대비 80% 중반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 가장 먼저 HBM3E 12단 개발 소식을 알렸던 삼성전자는 약 20개월 만에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했다. 이를 계기로 반도체 사업에 깊게 드리웠던 그림자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습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3분기 확정 실적이 나온 당일 15년 만에 한국을 찾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서울 강남에서 만찬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HBM3E 공급 및 HBM4로 이어지는 양사 파트너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역대 최대 매출(33조1000억원) 달성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에 HBM3E 판매를 늘린 것이 기여했다. 4분기에도 HBM3E를 비롯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6세대 제품인 HBM4 수요 또한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1c(10나노급 6세대) 공정 생산능력을 확대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줄곧 2조원 대의 적자를 냈던 파운드리 사업은 가동률 상승과 원가 절감으로 적자 폭이 크게 감소했다. 3분기에 2나노 1세대 공정을 적용한 첫 제품 양산을 시작한 데다 2나노에서 대형 고객을 확보하면서 역대 분기 최대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30일 3분기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 콜에서 “2분기까지 실적에 대해 시장과 주주의 많은 우려가 있었는데 3분기 실적 반등을 통해 시장과 주주의 기대에 조금이나마 부응하게 됐다. 믿고 기다려준 주주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6년 상반기는 AI 투자 붐 지속으로 반도체 경기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관세 불확실성으로 인해 2026년 하반기 전망은 내년 2분기 실적 발표 시점에 구체적으로 업데이트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메모리 수요 과거보다 강해…공급량 넘어서”=삼성전자는 메모리 제품 전반에 걸쳐 고객 수요가 예년보다 강하고 빠르게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에도 공급부족 현상의 지속으로 메모리 호황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AI 인프라 확보 경쟁으로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하드웨어 투자가 계속 확대될 것”이라며 “AI 관련 서버향 수요는 지속 증가해 업계 공급량을 크게 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투자와 생산능력 확대를 감안해도 내년 고객 수요가 삼성전자의 공급을 넘어서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6세대 제품인 HBM4를 비롯해 고수익 D램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최근 고객사들의 GPU 성능 경쟁 심화로 더욱 높은 성능의 HBM4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초기 개발 착수단계부터 고객 요구를 상회하는 11Gbps 수준을 확보한 HBM4는 업계 최고 수준 성능”이라고 강조했다.

▶HBM4부터 본격 레이스 시작…AI 특수 올라탄다=발열 문제 등으로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번번이 통과하지 못했던 삼성전자는 작년 5월 반도체 부문 수장을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한 이후 설계 변경을 통해 개선에 주력하며 절치부심해왔다.

엔비디아는 현재 시장에 나온 전체 HBM 물량 중 약 70%를 쓸어갈 만큼 최대 구매자로 통한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가장 많은 HBM3E 물량을 대고 있고, 마이크론이 뒤따라 소량을 납품 중이다.

후발주자인 삼성전자의 초기 HBM3E 공급 물량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당장 HBM 시장 구도에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차세대 제품인 HBM4로 가는 길목에서 그동안 제기된 기술 결함 논란을 털어낸 만큼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점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엔비디아는 현재 최신 AI 반도체인 ‘블랙웰’의 뒤를 잇는 후속작 ‘루빈’을 내년 하반기 출시할 계획이다. ‘루빈’에 HBM4 12단 제품이 탑재되면서 HBM 시장의 주류는 HBM3E에서 HBM4로 옮겨갈 전망이다. 현재 HBM4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삼성전자 순으로 엔비디아 인증 절차가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반도체 팹리스(설계전문) 기업인 AMD와 브로드컴에 HBM3E 12단을 공급해왔다. 이번에 AI 반도체 시장의 ‘큰손’인 엔비디아의 벽을 넘으면서 본격적인 HBM 매출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3사 중 압도적인 생산능력을 보유한 만큼 품질 테스트 통과 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좁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추격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