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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 소부장의 힘 ‘K-그래비티’


10월은 세계인의 이목이 한국에 집중된 달이었다. 이달 초 인공지능(AI) 기업 오픈AI의 샘 올트먼 대표가 방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자사 데이터센터에 사용할 반도체 제작을 요청했다. 이어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참석차 젠슨 황 최고경영자도 30일 한국을 찾았다. 세계 AI 산업을 이끄는 그의 비전 속에 한국 반도체 업계가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대한민국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이 가진 탄탄한 제조 기반과 핵심 기술력이 차세대 AI 시장의 설계자인 샘 올트먼과 젠슨 황을 한국으로 이끌었다. ‘기술 속의 기술’이라 불리는 K-소부장의 매력이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으며, 세계의 산업과 경제, 기술과 인재를 끌어들이는 강력한 흡입력, 이른바 ‘K-그래비티(K-gravity)’를 만들어내고 있다.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계기로, 우리 정부는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발벗고 나섰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는 줄이는 한편, 새롭게 개발된 기술이 제품에 신속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지난 5년간의 노력으로 당초 목표는 상당 부분 달성된 것으로 보인다. 연구개발(R&D) 집중 투자로 일부 품목의 자립을 이뤄내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았던 100대 품목의 수입 의존도는 2020년 28%에서 2024년 20%로 낮아졌다. 또 617개 기업은 양산을 위한 성능평가 지원을 받아 사업화 소요 기간을 단축했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많은 국가가 경제안보를 이유로 협력보다는 자국 내 공급망 완결성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K-그래비티를 유지하려면 앞으로도 지속적인 혁신 기술 확보, 적극적인 글로벌 진출, 그리고 상생하는 협력 생태계 조성에 힘써야 한다.

미래를 선점하려면 단순한 선행 개발을 넘어, 도전적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특히 속도가 중요하다. AI 소재 개발의 기초가 되는 소재 데이터를 대폭 확충하고 표준화해 민간이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면,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면서도 성과를 신속하게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수출 상담과 관세·기술 규제 컨설팅 등을 통한 민간의 수출 역량 강화가 절실하다. 국내 수요기업이 해외 생산거점을 마련할 때, 소부장 공급 기업이 이를 현지 동반 진출의 기회로 활용하는 방안도 바람직하다.

아울러 기업 간 기술·인재 협력의 고도화에도 힘써야 한다. 정부는 기존에 선정된 10개의 소부장 특화단지 외에 10개를 추가로 지정할 계획이다. 입주 기업 간 기술 협력 과제를 발굴하고,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현장형 실습 교육도 강화한다. 앞으로 특화단지는 소부장의 핵심 기술과 인재가 모이는 중심 허브로 성장할 것이다.

지난 29일부터 산업통상부 주최로 열리고 있는 ‘K-Tech Inside Show 2025’는 안정적이고 견고한 공급망 구축을 위해 그간 쌓아온 성과를 점검하고, 민관이 함께 협력 의지를 다지는 동시에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다. 앞으로 첨단산업 생태계의 중심에서 우리 소부장 산업이 확실한 ‘K-그래비티’로서의 역할을 다해 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