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관세 25%→15%…일본·EU 동일선상 경쟁
현대차·기아 현지 가격 경쟁력 손실우려 해소
현대차·기아 현지 가격 경쟁력 손실우려 해소
난항을 거듭해 온 한·미 관세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국내 완성차와 부품업계의 대미 수출 및 현지화 전략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3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7개월째 25%로 유지돼 온 대미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관세율이 이르면 11월부터 15%로 낮아진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 7월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방안을 미국과 합의했지만, 후속 협의에 난항을 겪으면서 대미 수출 자동차와 부품들은 여전히 25% 관세를 적용받아온 상황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상 타결로 현대차·기아가 당장 3조원 이상의 비용 부담을 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올해 3분기(7~9월) 현대차·기아의 합산 관세 부담 규모가 약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25% 관세율이 지속될 경우 그 부담액이 연간 8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점쳐진 바 있다. 이는 15% 관세율을 적용받는 일본 토요타(6조2000억원), 독일 폭스바겐(4조6000억원) 등 현대차그룹의 주요 글로벌 경쟁사의 관세 부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앞서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16일부터 일본산 자동차 관세를 27.5%에서 15%로, 같은 달 24일에는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도 15%로 내리는 조정안을 각각 확정한 바 있다.
일본·유럽연합(EU)은 이른바 ‘트럼프 관세’ 부과 이전에 2.5% 관세를 각각 적용받았고,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는 무관세가 적용된 바 있다.
이번에 일본과 EU산 자동차에 적용된 15%의 관세는 기존 2.5%에 자동차 품목 관세 12.5%를 더한 수치다. 반면, 우리나라가 적용받게되는 15% 관세율은 기존 0%에서 고스란히 15%를 더한 수치다. 사실상 2.5%포인트 만큼의 이점이 사라지고 원점에서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의 경쟁이 다시 시작되는 셈이다.
실제 한미 관세 협정에 대한 행정명령 서명이 차일피일 밀리면서 현지에서 현대차그룹 차량과 일본 동급 모델의 가격 역전도 현실화한 바 있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에드먼드가 공개한 버지니아주 기준 2025년식 자동차 권장 소비자 가격에서 쏘나타는 연초 2만8145달러로 토요타 캠리보다 약 1750달러 저렴했지만, 지난달 한일 자동차 간 10%포인트의 관세 격차가 발생하면서 쏘나타가 캠리보다 965달러가 더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진 바 있다.
현대차·기아는 그동안 양사가 비축한 재고 물량을 바탕으로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는 ‘버티기 전략’을 펴 왔다. 그러나 3분기부터 현지 물량을 제외한 모든 차량에 25%의 관세가 매겨지면서 이러한 전략이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렸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미국에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두자릿수대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순조로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이번 관세 협상 타결로 양사 수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는 올해 3분기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2% 늘어난 48만175대를 팔았다. 역대 3분기 중 가장 많은 판매량으로, 친환경차의 판매량이 두드러졌다. 양사는 하이브리드차 9만58대, 전기차 4만5488대를 팔았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4.6%, 54.4% 늘어난 수치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관세 협상 타결로 4월 이후 현대차·기아 손익 부진의 주요 배경인 관세 비용 전망치가 약 40% 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울러 현재 15% 관세율로 내려온 일본과 유럽 자동차 회사들과 미국시장 내 대등한 경쟁구도로 복귀하고 수출 부진 등 생산볼륨에 대한 불확실성이 일시에 해소되면서 단기간 내 가파른 주가회복세가 나타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한미 관세협상 타결과 관련 입장문을 통해 “어려운 협상 과정을 거쳐 타결에 이르기까지 헌신적으로 노력한 정부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품질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 등으로 내실을 더욱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서재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