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생투’ 와이스 못믿고, 간신히 악몽에서 벗어난 김서현 또 올렸다…한화팬 속 터지게 한 ‘믿음의 야구’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한화, 3-0으로 앞서다 4-7 역전패
선발 와이스, 7⅔이닝 1실점 역투
김서현, 9회 박동원에 투런포 허용
김경문 믿음의 야구, 다잡은 승리 헌납

지난 29일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승리한 후 김경문 감독이 김서현을 격려하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인생 투구’라고 할만한 역대급 구위를 보여줬던 라이언 와이스를 좀더 믿었더라면 어땠을까.

전날 가까스로 악몽에서 벗어난 2004년생 김서현에게 하루만 더 숨을 몰아쉴 여유를 줬더라면 어땠을까.

승부의 결과만이 남는 스포츠 세계에서 ‘가정’(If)은 의미가 없다지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의 물줄기를 완전히 뒤바꿔 버린 4차전 8회의 그 선택의 순간은 두고두고 회자될 만하다. 눈앞에서 다잡은 승리를 놓친 한화 이글스 홈팬들로선 김경문 감독의 고집스러운 ‘믿음의 야구’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한화가 3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4차전에서 8회 2아웃까지 0-4로 앞서다 4-7로 역전패했다. 시리즈 전적 1승3패로 내몰린 한화는 남은 3경기에서 한번만 패하면 26년 만의 KS 우승은 물건너간다.

출발은 좋았다. 선발 투수 와이스가 올시즌 가장 위력적인 공을 던지며 LG 방망이를 헛돌게 만들었다. 포수 미트에 매섭게 꽂히는 투구에 LG 타자들은 감히 손을 대지도 못했다.

투구수 110개가 넘어가면서도 위력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타선도 힘을 보태 팀은 3-0으로 앞서고 있었다. 완봉승까지도 기대할 만한 흐름이었다.

라이언 와이스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5회 박해민을 병살타 처리한 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

와이스가 8회 두 타자를 연속 삼진을 처리한 후 덕아웃을 향해 교체 거부 사인을 보내고 있다. [뉴시스]

8회초 선두 타자 박해민과 홍창기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와이스는 덕아웃을 향해 강한 제스처를 취했다. 투수 교체 움직임을 보이자 계속 던지겠다는 강렬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하지만 2아웃 후 신민재에게 2루타를 맞자 한화 벤치는 주저없이 와이스를 내렸다. 투구수 117개였다. 한국 무대 개인 최다(종전 112개)였다. 장타를 맞긴 했지만 앞선 타자들을 상대한 공엔 힘이 있었다.

남은 3경기에서 와이스의 추가 등판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의 어깨를 좀더 믿고 갈 법했다.

게다가 한화 불펜진은 플레이오프 5경기를 꽉 채웠고 한국시리즈 3경기를 펼치며 피로가 쌓일대로 쌓인 상태.

하지만 김경문 한화 감독의 믿음의 야구는 불펜진과 김서현을 향했다.

와이스의 바통을 이어받은 김범수는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와이스에 1실점을 얹고 내려갔다. 8회 2사 1,2루 위기 상황에서 김서현이 올랐다.

김서현은 10월 한달간 결정적인 순간에 홈런 4개를 맞으며 정신적으로 무너졌다. 그때마다 김경문 감독은 “김서현이 있어야 더 높은 곳, 우승까지 바라볼 수 있다”며 그를 감쌌다.

김서현은 전날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모처럼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승리 후 눈물을 펑펑 흘리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경문 감독으로선 ‘믿음의 야구’를 한 번 더 확실하게 증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김서현이 30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9회 박동원에 추격을 허용하는 투런 홈런을 맞은 뒤 아쉬워 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스물한살의 김서현은 이제 막 나쁜 꿈에서 벗어났고 조금 더 숨을 몰아쉴 시간이 필요했다.

김서현은 첫 타자 오스틴을 뜬공을 잡으며 8회를 마무리했지만, 4-1로 앞선 9회에서 오지환에 볼넷, 박동원에 추격의 투런 홈런을 허용하고 고개를 떨궜다.

그래도 김 감독은 밀어붙였다. 하지만 기억하기 싫은 악몽에 다시 끌려들어간 김서현은 좀처럼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넣지 못했다. 결국 박해민에게 볼넷을 내주고서야 마운드를 내려왔다. 김서현의 성적은 ⅔이닝 1피안타 2볼넷 3실점.

이후 한화는 기세가 오른 LG 타자들에 연속 안타를 두들겨 맞으며 역전패했다. 덕아웃에서 이 모습을 지켜본 와이스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8회까지 한화의 승리를 기대하며 뜨겁게 달아올랐던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의 열기는 차갑게 식었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 후 김서현을 마무리로 기용한 점을 지적하자 “맞고 나서 (결과로) 이야기하는 데는 할 말이 없다. 8회에는 잘 막았다”고 반박했다.

야구가 8회까지라면 김 감독의 말에 재반박할 수는 없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야구는 가정으로 얘기할 수 없고 결과로 말할 뿐이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 5차전은 31일 마지막 안방 무대에서 펼쳐진다. 벼랑 끝에 선 노감독의 전략이 한화 팬들에게 희망을 안길지, 끝내 절망을 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