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위기의 ‘자유무역’…APEC ‘경주선언’ 담길까 [경주 APEC]

APEC 정상회의 경주선언 막판 조율
美보호무역 강화로 ‘자유무역’ 빠질수도
조현 외교 “자유무역 문구 막판협상중”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전현건 기자]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공식 개막하는 가운데 ‘자유무역’의 중요성이 담긴 ‘경주 선언’이 채택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1일 외교가에 따르면 APEC 외교·통상 장관들은 29∼30일 열린 합동각료회의(AMM)에서 이른바 ‘경주 선언’ 채택을 위한 막바지 조율을 거쳤다. 아직 쟁점사항은 남아있지만, 정상선언 채택은 낙관하는 분위기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전날 회견에서 ‘경주 선언’ 채택이 “매우 근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조 장관은 ‘자유무역’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지 여부에 대해선 “섣불리 예단해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통상 APEC 정상회의 공동선언에서는 자유무역 가치를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돼왔지만,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이 강력한 보호무역 노선이 강화되면서 ‘자유무역을 지지한다’는 표현이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1기 이후 최근 4년간 APEC의 자유무역·다자주의 지지를 상징하는 문구로 자리 잡은 이 표현이 올해 선언에서 제외된다면 경주 APEC이 본래 취지가 무색하게 다자무역 질서의 퇴조를 확인하는 행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앞서 조 장관이 언급한 ‘미해결 쟁점’ 중 하나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가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에 불을 지피고 있는 만큼 자유무역과 다자주의의 가치를 강조하는 공동선언문에 회원들의 만장일치 총의를 모으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APEC의 본령인 자유무역 가치를 강조하는 선언문 도출에 의장국으로서 한국 역할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지난 26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경주선언이 무산될 가능성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며 “경주선언이 나오도록 노력하고 있고, 미중 사이 조정 역할도 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APEC 21개 회원은 ‘경주 선언’과 별개로 AMM의 별도 성명을 협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 장관은 “정상 선언의 성과 문서들이 채택되는 토요일(11월 1일)에 맞춰 공동성명도 타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주 선언’으로 불리는 APEC 정상회의 공동선언이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수위는 미국발 관세조치로 흔들리는 세계무역기구(WTO)와 관련한 표현에서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역대 APEC 선언은 자유무역에 대한 지지를 바탕에 깔고 WTO 체제에 대한 강력한 옹호를 언급하는 방식으로 다자주의를 지향해 왔다. 2021∼2024년 APEC 정상회의 공동선언은 모두 ‘WTO가 그 핵심을 이루는(WTO at its core) 규칙 기반의 다자간 무역 체제’라는 표현을 담았다. APEC 정상회의가 미국 대통령의 본행사 불참 등으로 파행을 겪었던 2017∼2021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종료 이후부터 이 표현이 APEC 선언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