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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만 바라보는 홈플러스…10만명 대규모 실직 ‘공포’ [비즈360]

31일 LOI 마감…인수 희망자는 ‘전무’
1800여개 납품업체, 농가도 파산 우려
농협 인수, 공적자금 투입 등도 불투명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인근 신호등에 빨간색 불이 켜져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강승연·신현주 기자] 기업회생계획 인가 전 M&A(인수·합병)를 추진 중인 홈플러스가 끝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하는 31일까지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아서다. 매각이 성사되지 않으면 청산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인수 희망자 전무…결국 파산?

홈플러스의 매각 주간사 삼일PwC는 지난 2일부터 공개경쟁입찰 절차에 돌입해 31일 오후까지 LOI와 비밀유지확약서 접수를 받기로 했다. 인수 희망자가 나오면 예비실사를 거쳐 오는 11월 26일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인수 희망자가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홈플러스는 오는 11월 10일까지 자구책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법원이 애초 6월 12일까지였던 기한을 7월 10일, 9월 10일, 11월 10일로 연장해 준 만큼, 홈플러스가 재차 연장을 요청하더라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안정적인 인수자의 자금 수혈 없이 홈플러스가 회생 방안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막판 극적인 인수자가 나타나 매각 절차가 진척되지 않으면, 법원은 분할 매각이나 청산을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회생 절차 마감 시한은 내년 3월 4일이다.

현재 홈플러스 대형마트는 123개, 슈퍼마켓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297개다. 납품업체는 1800여곳에 이른다. 법원이 청산 명령을 내리게 되면, 직영 직원 2만명과 협력업체 직원 등 최대 10만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이게 된다.

홈플러스는 68개 임대 점포 중 임대료 협상이 결렬된 15개 점포에 대해 연내 폐점을 진행한다. 경기 수원 원천·대구 동촌·부산 장림·울산 북구·인천 계산, 서울 시흥·가양, 경기 일산·안산고잔·화성동탄, 충남 천안신방, 대전 문화, 전북 전주완산, 부산 감만, 울산 남구 등이다.

폐점이 예고된 경기 고양시 소재 홈플러스 점포 입점업체 매장 앞에 영업종료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 [뉴시스]

이커머스 대중화 속 악화된 재무구조, 인수자 찾기 난항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 6월 말부터 우선협상대상자를 미리 정해두고 공개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호스’ 방식을 추진해오다 지난 2일 공개경쟁입찰로 전환했다. 쿠팡, CJ, 농협경제지주 등과 접촉하기도 했으나 뾰족한 성과 없이 4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잠재적 원매자들이 홈플러스 인수에 난색을 보인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얽혀 있다. 무엇보다 온라인 쇼핑 대중화로 대형마트 업계의 성장성이 저하된 상태에서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해야 할 수 있다는 부담이 크다. 홈플러스 매각은 대형마트, 슈퍼마켓, 신유통·식품 제조·도매 등 전 영역을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매각하는 방식이다. 사업부문별로 분리 매각하는 게 그나마 낫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재무구조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삼일PwC가 법원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는 약 2조5059억원이지만, 청산가치는 3조6816억원으로 더 높다. 총 차입금은 약 5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점포 임차료 성격의 리스부채는 3조4000억원, 금융권 차입금이 2조원 수준이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3000억원의 재정 지원 계획을 밝힌 데 이어 2000억원의 추가 지원을 약속했지만, 실질적 지원은 미흡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김병주 회장이 제공한 DIP금융 대출 600억원에 대한 구상권을 포기했다는 MBK 측 입장에도 여전히 싸늘한 반응이다. 이 때문에 MBK는 M&A가 성사되면 2조5000억원 규모의 홈플러스 보통주를 무상 소각해 경영권을 포기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지난 30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고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종합감사에 출석해 홈플러스 사태 관련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

농협이 구원투수?…시장은 “글쎄”

홈플러스 파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정치권 등에서는 농협이 인수자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농협이 보유한 하나로마트와 홈플러스를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홈플러스에 납품하는 농가와 납품업체도 살릴 수 있다는 논리다.

지난 2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홈플러스의 국산 농축산물 매출이 2조원 정도고, 거래하는 농가 수가 5만곳”이라며 농협이 홈플러스를 인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4일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나왔다.

이에 대해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농협유통과 하나로유통이 연간 400억원씩, 800억원 적자가 나고 직원 200명 이상을 구조조정했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농협 적자가 문제인데 농업인 피해는 안 받게 해야 하니 검토해 보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을 내놨다.

정부가 직접 나기도 쉽지는 않다. 사모펀드인 MBK의 경영 실패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부적절해 보일 수 있어서다. 노동·사회단체는 정부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위한 서울공동대책위원회’는 3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 등 공적 방식으로 인수하는 방안으로 적극적인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며 11월 8일 국민대회까지 총력투쟁에 나서겠다고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