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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비핵화 정책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실천이다. 그 실천의 출발점은 역사적 경험에서 이미 검증된 구조적 요인들을 바탕으로, 현실에 맞는 비핵화 전략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전 세계 32개국의 핵개발과 비핵화 경험을 살펴보면, 그 중 23개국이 결국 핵을 포기했다. 비핵화의 배경에는 제재와 보상, 군사적 압력, 동맹국의 압박, 국내 정치의 변화 등 여러 구조적 요인이 작용했다. 특히 제재와 보상이 병행되고, 구조적 요인들이 오랜 기간 중첩적으로 지속되었다.
그동안의 북핵 협상 사례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있다. 1991년 남북한 비핵화 공동선언, 1994년 제네바 합의, 2005년 9·19 공동성명, 2012년 2·29 합의, 2018년 싱가포르 합의 등은 모두 앞선 비핵화 성공 사례들과 궤를 같이했다.
이들 합의의 배경에도 비핵화 성공의 구조적 요인들이 작동했다. 여기에 한반도 주변국들의 다자적 참여도 성공 요인으로 추가된다.
결국 세계 각국의 비핵화 성공 사례와 북한과의 핵 협상 경험은 하나의 교훈을 남긴다. 제재와 보상의 병행, 구조적 요인들의 중첩적 작동, 동맹국의 압박을 이끌어내는 다자적 참여, 그리고 단기 이벤트를 넘어선 정책의 지속성이야말로 비핵화의 필요 조건이라는 점. 이러한 경험적 교훈은 앞으로 북한 비핵화 전략을 설계할 때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현재 학계와 정책 현장에서는 다섯 가지 주요한 북한 비핵화 접근법이 논의되고 있다.
첫째, ‘차가운 평화’ 구상은 확장억제 강화와 한·미·일 공조를 통해 대북 억제력을 높이고, 대화를 재개할 안정적 환경을 조성하자는 제안이다.
둘째,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 접근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큰 틀에서 합의한 뒤, 세부 조치와 보상을 단계적으로 실천하는 방식이다.
셋째, ‘군비통제 협상 선행’ 방안은 북한이 선호하는 군축 논의를 일부 수용해, 군비통제에서 비핵화로 이어지는 진입로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넷째, ‘평화체제 협상 선행’ 구상은 평화협정을 먼저 논의해 북한의 안보 불안을 완화하고, 이를 비핵화의 출발점으로 삼으려는 접근이다.
다섯째, ‘한미동맹 현안 해결 후 남북 협상’ 전략은 전작권 전환 등 동맹 현안을 우선 정리해 한국이 주도하는 남북 대화의 기반을 마련한 뒤, 비핵화 협상으로 확장하자는 제안이다.
이들 방안들은 각각 나름의 개연성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그러므로 여기에 과거 사례에서 식별된 구조적 성공 요인들을 복합적으로 접목하는 것이 북한 비핵화로 나아가기 위한 관건이 될 것이다. 즉, 제재와 보상이 병행되고, 동맹국의 압박과 국내 정치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다자적 참여로 이루어진 정책이 장기간 지속되는 구조를 어떻게 다섯 가지 방안들에 내재화하느냐가 핵심인 것이다.
요컨대 북한 비핵화의 해법은 경험을 구조화해 적용해야 얻어지는 것이다. 이제는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보다는 역사에서 경험적으로 검증된 성공 요인을 토대로, 지속 가능한 북한 비핵화 전략을 세울 때이다.
김광진 숙명여대 석좌교수 (전 공군대학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