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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정상 첫 만남, 과거사 언급없이 ‘셔틀외교 확인’ [경주 APEC 정상회의]

李 “미래지향적 관계 흔들림 없어야”
“한일은 이웃…협력 놓을수도 없어”
전문가 “한미일 안보협력 이을 전략”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0일 경북 경주 APEC 정상회의장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셔틀외교 복원과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강조했다.

과거사와 협력할 부분을 뒤섞지 않기 위해 과거사에 대한 언급 없이 신중한 태도로 첫 만남을 가졌다는 평가다.

‘여자 아베’로 불릴 만큼 우익 성향이 강한 일본 총리의 등장으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한일관계는 양 정상의 만남으로 일단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관계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31일 SNS를 통해 전날 다카이치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한일관계를 더욱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워낙 가깝고 오래된 사이다 보니 마치 가족관계처럼 정서적인 상처를 입을 때도 있다”며 “하지만 이웃임을 부정할 수도, 협력의 손을 놓을 수도 없다”고 했다.

또 “격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양국이 공동으로 대응해야할 과제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협력과 공조를 강화해야 할 시기”라면서 “어제 첫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다카이치 총리와 더욱 활발하게 소통하며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셔틀외교를 이어가며 새로운 한일 관계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길 기대한다”면서 “다음에는 일본 지방도시에서 보자”며 다음 만남을 기약하기도 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전임인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와 다른 정치적 성향을 가진 새 일본 총리의 한일관계 기조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일단 다카이치 총리가 이 대통령을 만나 셔틀외교 복원 의지에 공감한 것을 주목했다.

봉영식 연세대 객원교수는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 9일 밖에 안됐는데도 이 대통령을 만나 셔틀외교 복원을 언급했다”며 “상호 협력 기조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뜻깊은 성과”라고 평가했다.

우려했던 한일 정상의 첫 대면이 예상보다 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일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미일 공조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 후에도 “일한관계, 일한미 관계를 제대로 해나간다는 중요성에 대해 (의견이) 일치했다”고 했다.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보호무역주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속에 강고한 한미일 공조를 통해 3자 안보협력체제를 이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봉 교수는 “일본은 한국에서 소위 진보정부가 집권하면서 한일관계 뿐만 아니라 한미일 3자 협력체제에 금이 가는 것을 우려했다”면서 “같은 취지에서 서로를 자극할 수 있는 과거사 문제를 현 상황에서는 언급할 이유도 없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다카이치 총리 체제에서 한일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하고, 식민 지배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반성이 불필요하다는 태도를 보여온 점 때문이다.

다만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서로간에 호감을 가질 수 있는 환경 자체는 마련됐다”며 “일본측도 한일관계를 안정적으로 가져가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 첫 정상회담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경주=서영상·문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