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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황·이재용·정의선 ‘세기의 러브샷’…엔비디아와 AI 동맹 [경주 APEC 정상회의]

15년만에 한국 찾은 젠슨황 CEO
이재용·정의선과 서울서 ‘치맥 만남’
선물·포옹·러브샷 등 이색샷 눈길
황 CEO, 경주서 李대통령 회동
“많은 발표할 예정” 기대감 높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찾은 젠슨 황(오른쪽)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0일 서울 삼성동 한 치킨집에서 진행된 이재용(왼쪽부터)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 중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현대차그룹의 두 총수와 현존 최고의 인공지능(AI) 기업을 이끄는 ‘슈퍼스타’가 30일 서울 한복판에서 만났다. 15년 만에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치킨집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만찬’으로 한국에서의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젠슨 황, ‘치맥 만찬’으로 韓일정 시작=3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특별연설을 앞두고 있는 황 CEO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많은 발표를 할 예정”이라며 “좋은 소식과 함께 우리가 하고 있는 많은 프로젝트를 여러분과 공유하겠다”고 예고해 기대감을 높였다.

3인의 회동은 이날 오후 7시 20분 삼성동 ‘깐부치킨’에서 시작됐다. 이 회장과 황 CEO는 보자마자 포옹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황 CEO는 두 회장에게 올 1월 CES 2025에서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콘셉트로 처음 선보인 ‘DGX 스파크’를 선물했다. 정 회장은 답례로 미리 준비해온 술을 선물했고, 황 CEO와 ‘러브샷’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약 1시간20분에 걸쳐 진행된 만찬 중에 황 CEO는 매장에 있는 시민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기도 했다.

상기된 얼굴로 밖으로 나온 이 회장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좋은 날 아닌가. 이제는 미국 관세도 타결되고. 살다보니까 좋은 사람들과 이렇게 맛있는 걸 먹는 것 행복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세 사람의 만남은 지난 8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5세대 제품인 HBM3E의 엔비디아 공급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6세대 제품인 HBM4는 현재 엔비디아의 퀄(품질) 테스트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어서 이날 이재용 회장과 황 CEO의 만남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재용 “젠슨 황, 존경하는 경영인이자 정 많은 친구”=이후 황 CEO는 엔비디아 그래픽카드(GPU) ‘지포스’의 한국 출시 25주년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 코엑스로 이동했다. 이 자리에 이 회장과 정 회장도 동행했다. 당초 이날 일정은 인근 치킨집에서 가진 ‘치맥 회동’까지였으나 황 CEO의 제안으로 두 사람은 엔비디아 지포스 행사까지 함께하게 된 것이다.

황 CEO는 행사에 앞서 가진 기자·시민들과 질의응답에서 31일 발표 예정인 삼성전자, SK, 현대차그룹,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에 AI 반도체를 공급하는 신규 계약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발표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한국에 대한 아주 좋은 소식을 갖고 있고, 힌트를 드리자면 그 소식은 인공지능(AI), 그리고 로보틱스와 관련된 것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엔비디아 행사에 ‘이건희 편지’ 깜짝 등장=이 회장은 지포스 행사 무대 연단에 직접 올라와 황 CEO와의 친분을 과시했다. 황 CEO 역시 30년 전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으로부터 받은 편지 내용을 공개하며 삼성전자와의 인연이 시작된 순간을 떠올렸다. 정 회장도 무대에 함께 올랐다.

이 회장은 “정말 뜻 깊은 날, 지포스 25주년을 기리는 한국 행사를 다시 한 번 축하한다”며 “25년 전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의 GDDR(그래픽용 D램)을 써서 지포스 256을 출시했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그때부터 양사의 협력이 시작됐고, 젠슨과의 우정도 시작됐다”며 “업앤다운도 있었지만 엔비디아는 삼성의 중요한 고객이자 전략적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줄곧 황 CEO를 ‘젠슨’이라고 지칭하며 그를 치켜세웠다. 이 회장은 “젠슨이 내 친구라서 (이 자리에) 왔다”며 “역대 최고의 기업인이자 존경하는 경영인이고, 더 중요한 건 정말 인간적이라는 점이다. 꿈도 있고, 배짱도 있고 정이 많은 친구”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1968년생, 황 CEO는 1963년생으로 다섯 살 차이다. 두 사람은 과거 이건희 선대회장이 황 CEO에게 보낸 편지를 언급하며 양사가 오래 전부터 이어온 긴밀한 관계를 강조했다.

황 CEO는 “1996년으로 기억한다. 한국으로부터 생애 처음으로 편지를 받았다. 이메일이 아니라 우편이었다”며 “모르는 사람이 보낸 편지에는 ‘나는 한국에 대한 비전(vision)이 있다’고 적혀 있었다”고 회상했다.

정 회장 역시 현대차의 미래 성장을 위해 엔비디아와의 협력이 필수임을 강조했다.

현대차는 현재 엔비디아와 자율주행, 디지털 트윈, 로보틱스 등의 분야에서 광범위한 협력을 하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차가 다수의 게임도 후원하고 있는 점을 강조하며 “엔비디아도 잘 되고 우리도 잘 될 수 있도록 하겠다. 한국이 전 세계에서 지포스 팬이 제일 많을 것”이라고 말하며 지포스 출시 25주년을 다시 한 번 축하했다.

황 CEO는 31일 경주에서 이재명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연쇄 회동을 갖는다.

김현일·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