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만 하면 윈윈 전략 ‘브랜드 협업’
산산기어 잡은 실리카겔·오아시스
메가커피 만난 라이즈·하츠투하츠
산산기어 잡은 실리카겔·오아시스
메가커피 만난 라이즈·하츠투하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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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산기어와 오아시스의 협업 [크림 제공]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산산기어, 아직도 몰라?”
패션 브랜드 산산기어가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23년쯤부터였다. 그해 실리카젤은 새 앨범을 내며 산산기어와 협업, 음악, 뮤직비디오, 의상까지 풀 패키지를 완성했다. 밴드의 이름을 건 옷가지 몇 개를 만드는 일반적 협업이 아니라 장장 8개월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물론 결과도 좋았다.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텔레포트의 이승준 대표는 “테크웨어 산산기어와 실리카겔의 로고도 잘 맞아떨어진 데다,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보면 2020년대엔 이런 풍이 유행이었다고 할만한 두 감각이 만난 성공 사례”라고 했다. 실제로 지금도 실리카겔을 통해 산산기어를 알게 됐다는 팬들이 적지 않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다니고 있는 정혜민 씨는 “실리카겔을 좋아해 산산기어 옷을 즐겨 입게 됐다”고 말할 정도다.
산산기어는 지난 5년 사이 놀라운 성장을 하며 K-팝 그룹부터 세계적인 밴드까지 ‘협업 파트너’로 함께 하고 있다. 실리카겔을 비롯해 NCT위시 역시 새 앨범 프로젝트를 산산기어와 함께 했다. 최근 내한한 밴드 오아시스도 산산기어와 함께 재킷, 반팔티, 후드 집업을 선보였다. 갤러거 형제와 팬들이 즐겨 입는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아 선보인 제품들은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에서 1분 만에 매진됐다.
대중음악계에서 아티스트와 특정 브랜드의 협업은 보다 확장된 IP(지식재산권) 비즈니스의 영역이다. 업계에선 “브랜드 협업은 잘만 하면 양쪽 모두에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 윈윈 전략”이라고 말한다.
사실 브랜드의 입장에선 세계적인 K-팝 그룹이나 팝스타와의 협업은 늘 환영이다. 문제는 성사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이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로 들어서며 마케팅에 가장 돈을 많이 쓰는 곳은 브랜드”라며 “명품 브랜드처럼 자본력이 있다면 세계적인 스타와의 협업이 수월하겠지만, 중소 브랜드가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이어가기 위해선 서로의 이미지와 방향성이 맞는 아티스트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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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드 지소쿠리클럽 [지소쿠리클럽 SNS] |
기획사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연예기획사에선 과거 브랜드 협업엔 적극적이지 않았다. 자사의 아티스트가 가진 독보적 콘셉트와 그간 구축해 온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해 자칫 브랜드 협업으로 그것이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가 컸다. 하지만 최근엔 달라졌다. 명품 브랜드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활동하는 것은 물론 실용적 의류 브랜드, 커피,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과의 협업이 보다 활발해졌다.
K-팝 그룹처럼 탄탄한 기반을 갖추지 않은 인디밴드에도 브랜드 협업은 팀의 이름과 음악을 알리고 이미지를 다시 만들 기회가 되기도 한다. 흑인 음악 기반의 밴드 까데호는 오랜 기간 스포츠 브랜드 반스와 협업했다. 까데호의 멤버이면서 밴드의 브랜드 컨설팅을 담당한 이승준 대표는 “반스라는 브랜드는 스케이트보드 문화의 태동과 함께 성장했다. 당시는 펑크록이 주류를 이뤘으나, 이후 흑인 음악 주류 시대가 되니 새로운 소비자에게 다가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그 무렵 반스가 진행한 다양한 프로젝트 중 하나가 까데호 사례였다”고 말했다.
주류 음악시장에 속한 K-팝 그룹이나 누구나 이름을 아는 빅 가수가 아니라면, 현재 대다수의 가수나 밴드의 생존 확률은 극도로 낮다. 이 대표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은 음악만 잘한다고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본인의 기준과 색깔이 명확해야 한다”며 “언더그라운드에 몸담을수록 더 뾰족한 방향으로 멋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언더그라운드와 협업을 도모하는 브랜드가 선호하는 아티스트를 분명히 정의하긴 힘들다. 각각의 브랜드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가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뭉뚱그려지지 않은 감성과 대중의 취향이 아닌, 뾰족하고 독특한 개성의 아티스트”를 눈여겨본다는 것이다.
낚시와 캠핑을 좋아해 자신들의 음악을 ‘캠핑록’, ‘피싱록’으로 정의한 밴드 지소쿠리클럽은 지난해 아웃도어 브랜드 비헤비어(BEHEAVYER)와 협업했고, 올해는 마운틴 아웃도어 브랜드 ‘시에라디자인’의 브랜드 앰버서더로 선정되기도 했다. 자체적으로 음악과 이름을 알리기 쉽지 않은 밴드에게 의류 브랜드와의 만남은 안정적인 마케팅 수단이자, 자신들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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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넥스트도어와 이디야의 협업 [이디야커피 제공] |
K-팝 그룹도 이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다. 주요 팬층인 10~20대에게 더 가깝게 다가서기 위해서다. 올 연말 완전체 앨범의 발매를 앞둔 블랙핑크의 네 멤버는 모두 하이엔드 브랜드의 대표 얼굴이지만, 10~30대가 사랑하는 무신사와 협업해 다음달 10일까지 서울과 부산의 무신사 매장 5곳에서 팝업스토어를 연다. 블랙핑크 MD(기획 상품)는 물론 블랙핑크가 컴플렉스(Complex), 파나틱스(Fanatics)와 협업해 완성한 한정판 컬렉션,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다저스(DODGERS)와 뉴욕 메츠(Mets)의 후디, 티셔츠 등도 선보인다.
그런가 하면 라이즈와 하츠투하츠는 메가커피와 보이넥스트도어는 이디야 커피와 협업해 시너지를 올리고 있다. 이들이 함께한 협업 굿즈는 완판, 음료는 오픈런의 연속이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아무리 팬덤이 탄탄한 그룹이라 해도 팬 연령대는 고정돼 있다. 다양한 마케팅을 한다고 해도, 전국에서 수천개의 매장을 가진 커피전문점을 통해 확장하는 자연스러운 마케팅을 따라갈 수 없다”며 “남녀노소가 이용하는 커피 프랜차이즈와의 협업은 소속사가 아티스트를 알릴 수 있는 수백개의 오프라인 플랫폼을 가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름과 음악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