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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조 예산전쟁 돌입…이재명표 사업·APEC 후속 예산 격돌[이런정치]

李대통령 시정연설…5일 공청회
與 “경주 APEC 후속 예산 태워야”
野 “재정건전성 훼손, 반드시 삭감”
지역화폐·국민성장펀드 등 쟁점
지선 앞 ‘선심성’ 지역예산 경쟁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연합]

[헤럴드경제=김진·주소현 기자] 국회가 이재명 정부 들어 첫 예산안 심사에 돌입한다.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를 반영한 전년 대비 8% 늘어난 728조원 상당의 역대 최대 규모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후속 예산 편성 등을 공언한 여당과,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며 감액을 예고한 야당의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질 전망이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주 APEC 정상회의의 결과를 입법과 예산으로 이어가겠다”며 이번 예산안에 APEC 후속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부의 확장 재정은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지키며 미래산업을 키우는 투자”라며 전략산업인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연구·개발(R&D) 예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도 정부를 믿고 묵묵히 버티는 국민에게 책임있게 손을 내밀겠다”며 “낭비는 줄이고, 필요한 곳에 과감하게 투자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도 통화에서 “한미, 한중,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서 논의되고 방향성이 제시된 부분에 대한 예산을 태우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회 심사를 거치며 예산안 규모가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대한민국의 재정건전성을 훼손하려는 시도를 이번 국회에서 하려 한다”며 “오로지 표를 위한,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예산은 반드시 삭감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박 수석대변인은 “소비쿠폰과 같이 경제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는 포퓰리즘 예산안은 삭감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전날 수도권(서울·경기·인천) 및 강원 지역 예산정책협의회를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재정건전성을 지키면서 국민에게 꼭 필요한 사업을 중심으로 예산을 편성하겠다”며 ‘송곳’ 심사를 예고한 바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에 따라 예산안 심사의 최대 쟁점은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과 국민성장펀드 등 일명 ‘이재명표’ 사업과 APEC 후속 예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4조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의 국비 지원액을 전년보다 1500억원 늘린 1조1500억원으로 책정했다. 국민성장펀드는 이 대통령이 “성장 기회와 과실을 함께 골고루 나누는 게 중요하다”며 힘을 실은 정부의 핵심 사업이다. 국민의힘은 그간 지역화폐를 ‘포퓰리즘’이라 비판해 왔고, 국민성장펀드에 대해서도 국민연금 등 공적기금 투입을 우려해 왔다.

내년은 지방선거가 이뤄지는 해인 만큼 국회 심사 과정에서 각종 지역 사업 예산이 얼마나 늘어날지도 관심사다. 지역 민심을 잡기 위한 선심성 예산이 늘어나고, 지역 예산이 곧 해당 지역의 주요 공약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도 발빠르게 나섰다. 지난 9월부터 지역별 예산정책협의회에 나섰던 민주당은 앞서 ‘부산·울산·경남(PK) 메가시티 건설’, ‘대구·경북(TK) 20조원 국비 지원’ 등 굵직한 지역 사업 예산 지원을 약속했다. 국민의힘은 이번주 대구·경북(3일), 부산·울산·경남(4일), 충청(5일), 호남(6일) 등 전국을 돌며 예산정책협의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국회는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5일 공청회를 거쳐 6~7일 종합정책질의에 들어간다. 이후 10~11일 경제부처, 12~13일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며, 17일부터 예산안 증·감액을 논의하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가 가동된다. 소위에서 조정을 마친 예산안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된 후 본회의에 오르게 된다. 새해 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법정 처리시한은 12월2일이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후 예산안이 법정시한 내 처리된 건 2014년과 2020년뿐이다. 예산안이 가장 늦게 처리된 것은 2022년 12월24일 처리된 2023년 예산안이다. 2025년 예산안은 12·3 비상계엄 여파가 한창이었던 지난해 12월10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안(약 677조4000억원)보다 4조1000억원 감액된 총 673조3000억원 규모의 전례 없는 감액 예산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