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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춘재와 그의 전처. [뉴시스] |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 이춘재의 전처가 31년 만에 침묵을 깼다.
2일 방송된 SBS ‘괴물의 시간’에서는 이춘재의 전처인 이모 씨가 지난 시간을 증언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춘재는 1994년 처제를 성폭행·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던 2019년 연쇄 살인의 진범으로 특정됐다.
전처 이씨는 “억울한 것도 있고 하고 싶은 얘기도 많지만 지금 와서 이런 얘기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 싶기도 하다”며 “그런다고 죽은 동생이 살아나지도 않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도 나를 원망한다”며 “나보고 ‘네가 그 사람(이춘재)을 만나서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고 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나도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으면 예쁘게 살았을 것 같다”며 “한 사람 때문에 인생이 망가졌다. 그런 사람을 만난 제 잘못일 것”이라고 자신을 탓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춘재와의 인연은 이씨가 건설회사에서 일할 때 시작됐다고 한다. 하청업체 직원이었던 이춘재가 먼저 대시했다고 했다. 이씨는 “그때 ‘남자가 참 손이 곱다’는 생각을 했다”며 “나빠 보이는 면이 별로 없었다. 그때가 출소하고 얼마 뒤라는 걸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어느 날 이웃집에서 사람이 죽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시체가 실려 나가는 모습을 함께 본 이춘재는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사건의 범인은 이춘재였다.
이씨는 “경찰에서 이춘재가 한 거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말문이 턱 막혔다. ‘나는 왜 살려뒀을까, 나는 왜 안 죽였을까’ 생각했다”며 “경찰이 ‘아이 엄마라서 그런 것 같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아이를 임신한 이씨는 시부모와 함께 화성에서 살았다. 이춘재는 지방에서 일하느라 집을 비우는 때가 많았다고 했다. 이씨는 “그 사람은 집에 잘 오지도 않았고 어쩌다 올 때도 빈손이었다”며 “제가 산부인과에 가야 해서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꼭 시어머니 계좌로만 송금했다. 살가웠던 기억 자체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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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괴물의 시간’] |
그러면서 “그 사람 루틴이 있는데 저는 거기에 맞춰 움직였다”며 “루틴이 어긋나거나 뜻대로 안 되면 저한테 그냥 화풀이했다”고 말했다. 이어 “눈빛이 돌변하는 순간이 있다. 지금도 소름이 끼치는데, 그러면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고 했다.
또 “(이춘재가) 이유 없이 저를 때리고 있었는데 아이가 자다 깨서 기저귀 바람으로 나왔다. 그 사람이 쳐서 아기가 떼굴떼굴 굴렀다”며 “그걸 보고 어떤 엄마가 가만히 있나. 대들다가 주먹을 정면으로 맞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와중에 병 주고 약 주더라. 멍 빨리 없어진다고 그 사람이 약도 사다 줬다”고 말했다.
이춘재가 30년간 살았던 화성 진안동 토박이 노인 5명은 모두 어린 시절의 이춘재에 대해 ‘착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웃 할머니는 “춘재가 마음도 좋고 성품이 착해. 뭐든지 ‘네네’ 하고 잘 대답하는 아이였어”라고 했다. 또 다른 할머니는 “그 애가 그럴 애가 아니다. 그 사건을 춘재가 그랬다고 하는 건 너무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춘재는 1994년 청주 처제 성폭행·살인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와 상고를 거쳐 무기징역으로 확정됐다. 2019년 DNA 대조를 통해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특정됐다.
경찰 재수사 과정에서 1986년 9월~1994년 4월까지 경기 화성에서 발생한 10건의 살인 사건과 1987년 12월 수원 여고생 살인 사건, 1989년 7월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 1991년 1월 청주 여고생 살인 사건, 1991년 3월 청주 주부 살인 사건 등 4건의 살인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이 밖에도 9건의 성범죄·강도 사건 등을 벌였다고 털어놨다. 이춘재가 자백한 23건의 사건은 모두 혐의가 인정되나 공소시효가 지난 것이 명백해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