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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씨 말랐다

직방 의뢰 ‘서울 전세 계약’ 조사
10월 29일 기준 전세거래 6093건
3월 대비 60% 급감…6년래 최저

갭투자 원천차단, 전세 매물 실종
서민 주거안정 저해 우려 지적도


아파트 전세난이 현실화하고 있다. 서울에서 전세 거래는 6년 래 최저치로 급감했다. 전세 매물 감소는 앞으로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서울 및 경기 남부 지역에서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매하는 ‘갭투자’가 전면 금지된 데다가, 주택담보대출 한도마저 줄며 매매에서 전세로 눈을 돌린 실수요자까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 시장의 급격한 축소로 서민들의 주거안정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본지가 프롭테크 기업 직방에 의뢰해 분석한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건수는 지난달 말(29일 기준) 6093건으로 집계됐다. 9월(1만731건) 대비 43% 급감한 수치다. 통상 새 학기 시작으로 전세 계약 건수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3월(1만5253건)과 비교해선 6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서울 전 지역에 실거주 의무가 부여되면서 매물이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기사 22면

이 속도라면 올해 전세 계약 건수는 근 6년 중 최저치를 기록할 거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직방에 따르면 서울 전 지역의 전세계약 건수는 ▷2020년 13만5762건 ▷2021년 13만8031건 ▷2022년 14만4970건 ▷2023년 16만6088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가 ▷2024년 14만4362건으로 감소했다. 올해에는 6월부터 소유권 이전부 전세대출 등이 금지되며 10월 29일까지 거래 건수가 11만8926건에 그쳤다.

전세→월세전환, 주거비 지출 크게 늘어=전세 거래가 줄어든 자리는 월세가 차지하고 있다. 실제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율은 2020년 40% 수준에서 최근 65%까지 차지했다. 문제는 급격한 월세화가 가져올 파급효과다.

전세제도는 집주인에게 ‘무이자 대출’과 같은 역할을 해, 집값 상승을 가져오는 주범으로 꼽혔다. 하지만 임차인에겐 목돈을 묶어두는 저축 효과를 가져와 자산 형성에 보탬이 됐다.

통계도 전세보다 월세 거주 가구의 주거비용 부담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통계청의 최신 가계 동향 조사(2023년)에 따르면, 전체 소비 지출에서 주거비 비율은 자가 및 전세 거주 가구는 8.5%인 반면, 월세 거주 가구는 21.5%로 배 이상 높다. 월세로 살면 그만큼 자산을 키우기 어려운 것이다.

소득이 낮을수록 이같은 현상은 더해졌다.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는 전체 지출의 19.7%를 주거비로 쓰는 반면, 상위 20%(5분위)는 주거비 비율이 8.5%였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같은 정책으로 인해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아파트 월세가 치솟고 있다”며 “시장 양극화로 청년층이 내 집 마련을 포기하게 되면서 경제 활력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필요한 기간 원하는 지역 살 수 있어야 하는데” 세입자도 낙담=전세실종이 ‘주거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도 우려되는 점이다. 학군과 교통이 편리한 지역에 매수가 어려운 이들이 전세로 거주해왔는데, 외곽으로 밀리게 된 것이다.

25개 자치구 중 구로·양천·은평·종로·중랑 5개 구를 제외하고 20개 자치구가 일제히 절반 넘게 전세계약 체결 건수가 감소했다.

서울의 한 세입자는 “주택 매입을 위한 대출이 막혀버린 상황에서, 전셋집을 구하기도 힘들어지고 있다”며 “좋은 학군지에서 필요한 기간동안 살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소멸되고 있다”고 전했다.

홍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