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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석유화학 사업재편 골든타임 허비말라” 경고…연말 석화 재편안 속도 낸다

석화업계, 연말까지 자구계획 제출
기업 간 물밑 협상 시일 더 걸릴 듯
‘대산 산단’서 첫 자율 재편 가시화
“고부가 전환도 큰 과제” 고충 토로

여수석화국가산업단지 모습. [헤럴드 DB]

[헤럴드경제=고은결·배문숙 기자]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석유화학 업계의 자율 구조조정과 관련해 “지금이 마지막 기회로, 연말까지가 골든타임”이라며 수위 높은 경고를 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조정 데드라인’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자율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이에 각 기업들은 막바지 자구안 마련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공급 과잉과 수익성 악화로 위기를 맞은 석화 산업이 대규모 체질 개선 국면에 진입한 만큼, 업계의 자율적 재편은 향후 생존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 부총리는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민관이 함께 석유화학산업의 재도약도 이뤄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구 부총리는 특히 “일부 산단과 기업의 사업재편이 여전히 지지부진해 업계 진정성에 시장의 의구심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업계 스스로 약속한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모든 산단과 업계는 속도전을 펼쳐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그러면서 “업계가 이번 골든타임을 허비한다면 정부와 채권금융기관도 조력자로만 남기는 힘들 것”이라며 “배가 기울 때 자기 짐만 지키려다, 결국 침몰을 막지 못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타당성 있는 사업재편은 정부도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며 ”먼저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산단·기업에는 더 빠른 지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석유화학산업 3대 산단별 NCC(나프타분해시설) 생산능력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정부와 ‘사업재편 자율협약’을 체결한 국내 10대 석유화학 기업들은 늦어도 내달 초까지 정부에 사업재편 자구 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다.

한 석화기업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어느 정도 방향성을 잡아 산단 통합 그림을 그려가는 상황”이라며 “(협약을 맺은 10개사) 실무자 간 소통은 지속 중”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모든 산단의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안이 윤곽이 드러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정부는 나프타 분해설비(NCC)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최대 25%, 약 370만 톤 규모를 감축 목표로 제시하며 자구안 제출 시한을 연말로 못박았다. 골든타임이 다가오는 만큼 업계의 빠른 결단을 압박하며 당근과 채찍을 제시 중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현재 여수·대산·울산 등 3대 석유화학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기업 간 물밑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일부 산단은 조율에 시일이 더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대산 산단에선 업계의 자율적 사업재편이 가시화되고 있다. 산단 내 업체가 설비 통폐합 사업재편안에 최종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도 지난 3일 세종 기자간담회에서 “(충남) 대산 석화단지의 경우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이 초안을 만들어 제출한 것이 맞다”고 밝혔다.

울산 산단은 대한유화,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3사가 구조재편 전략을 협의 중이다. 그러나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의 NCC 통합 논의가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여수 산단도 LG화학이 GS칼텍스에 NCC 매각 및 합작회사 설립을 통한 통합 운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 진전은 드러나지 않았다. 정부는 자율적 사업재편을 하는 기업에 맞춤형 지원을 한다는 방침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8월 21일 서울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석유화학 사업재편 금융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현재 석화 구조 개편은 산업통상부·업계 간 협의와 관계 부처 간 협의 등 ‘투 트랙’으로 돌아가고 있다. 정부는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금융과 세제, 공정거래법 관련해 지원을 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기업 간 자율 협약 이후에는 금융위원회 중심 협약식도 별도로 진행하게 된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촉박한 재편 논의 일정과 더불어 고부가 전환 압박까지 이어지며 빠듯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사업재편 자율협약 이후 업계에 공급과잉 문제 해결 외에 고부가가치화 전환에 대한 과제도 요구해왔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고부가가치 전환 및 연구개발(R&D) 플랜까지 마련해야 하니 여러모로 마른수건을 쥐어짜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신학철 한국화학산업협회장 겸 LG화학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제17회 화학산업의날’ 기념행사에서 “감축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정부가 금융·세제·R&D 지원과 규제 완화 등 다양한 인센티브로 업계를 뒷받침해 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