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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와의 전쟁’ 설계자 체니 전 美부통령 별세

‘아들 부시’ 정부서 부통령 역임...9·11 대응 ‘테러와의 전쟁’ 설계
아프간, 이라크 전쟁 주도...보수 진영서도 논란
‘네오콘’의 원조, 말년에 트럼프 비난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이 2008년 2월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체니 전 부통령은 3일(현지시간) 별세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아들 부시’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내며 ‘테러와의 전쟁’을 설계했던 딕 체니 전(前) 부통령이 3일(현지시간) 향년 84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체니 전 부통령은 이날 밤 폐렴과 심장·혈관 질환 합병증으로 일기를 마쳤다. 고인은 생전 다섯차례나 심근경색을 겪는 등 오래전부터 심장 질환을 앓았다.

1941년 네브래스카주 링컨에서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동부의 명문 예일대에 입학했다가 성적 부진에 중퇴한 뒤 자신의 정치 기반이 된 와이오밍주에서 대학(와이오밍대)을 마쳤다. 1968년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하원의원 밑에서 일하면서 정계에 발을 들인 뒤 의회와 행정부에서 핵심 요직을 두루 경험했다. 제럴드 포드 정권이었던 1975년에는 34세에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임명돼 1977년 1월까지 재임했다. 당시로서는 역대 최연소 백악관 비서실장이었다.

1979∼1989년 와이오밍주에서 연방 하원의원을 지냈고 ‘아버지 부시’라 불리는 조지 하워드 부시 정권때 4년여간 국방장관으로 재임했다. 당시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를 상대로 한 걸프전쟁을 이끌었다.

이어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 기간 댈러스에 있는 석유 산업 관련 대형 건설사 할리버튼의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를 옮겼다. 할리버튼은 이후 체니가 부통령으로 합류한 ‘아들 부시’(조지 W. 부시) 정권에서 정부와 독점계약 등을 체결하면서 체니 부통령에 대한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고인은 ‘1인자’인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보직을 두루 경험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출마한 2000년 대선에서 승리하며 이듬해 백악관 입성에 성공했다. 그는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아들 부시 정권에서 두차례 부통령으로 임기를 함께했다.

기존에는 부통령이 대통령 유고시를 대비한 존재로 간주됐으나, 그는 국방과 외교를 중심으로 정책을 주도하는 실세형 부통령 상을 실현했다. 이를 두고 CNN은 “미국 현대 시기에서 가장 강력한 부통령”이라 평가했다.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설계했고, 럼즈펠드 당시 국방장관과 함께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전쟁도 주도했다. 두 전쟁은 미국에 젊은이들의 막대한 희생과 전비 소모를 안기며 진보 진영은 물론 보수 진영에서도 논란이 가중됐다.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서 테러 용의자에 대한 고문 등 반(反) 인권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 주장하며 전쟁을 시작했지만 끝내 이를 발견하지 못해의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전쟁을 시작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체니 전 부통령은 아들 부시 행정부가 초반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압박과 고립 전략을 채택한 데에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 북한이 2006년 제1차 핵실험에 성공한 후 그를 비롯한 매파 주도의 강경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커지면서 대북정책의 주도권은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국무장관 등 협상파 쪽으로 넘어갔다.

‘네오콘’의 원조인 그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네오콘과 군산복합체를 비판하며 ‘미국 우선주의’를 설계했다는 점에서 현 정권의 정치적 토대를 마련해준 격이 됐다. 공화당 내에서 여전한 영향력을 미쳤던 그이지만, 말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며 지난 2024년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기도 했다.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한 2021년 1·6 사태 조사위원회에 고인의 딸인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 군(群)에 들었다.

딸을 위한 TV 정치 광고에서 고인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보다 우리 공화국에 더 큰 위협이 된 개인은 없었다”며 “그는 거짓말과 폭력으로 지난 선거(2020년 대선)를 훔치려 했고 유권자들이 자신을 거부한 뒤 권좌에 계속 남으려 했다”고 비판했다. 딸 리즈 체니 하원의원도 지난 대선에서 아버지와 뜻을 함께 하며 해리스 후보를 지지했다.

유족은 부인(린 빈센트)과 두 딸(리즈·메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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