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자체·교육청 주거래은행 사활에 협력사업비 출혈경쟁

올해 협력사업비 3500억원 육박
시중은행 vs. 지방은행 격차 확대
금고 지정 기준 미비 지적 커지자
협력사업 배점비율 제한 법안 발의


#. 2년 전 조선대학교의 주거래은행이 광주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교체되면서 지역 금융권에 적잖은 파장이 일었다. 개교 이후 처음으로 시중은행이 맡게 된 것이다. 시중은행의 공격적인 영업에 광주은행은 2020년부터 40억원대를 유지하던 협력사업비 규모를 올해 90억원대로 불렸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의 ‘금고지기’ 자리를 두고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간 경쟁이 매년 치열해지고 있다. 공공기관의 주거래은행으로 지정되면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할 수 있어 자금 조달에도 숨통이 트인다. 하지만 일부 기관들이 금고 선정 과정에서 협력사업비나 출연금 규모를 주요 평가 항목으로 내세우면서 은행 간 출혈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은행연합회에서 받은 ‘은행권 공공금고 협력사업비 현황’에 따르면, 8월말 기준 지자체와 지방교육청 금고 은행으로 선정된 은행은 12곳이고, 이들이 협력사업비로 지원한 금액은 3497억6400만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공기관은 통상 2~4년 주기로 금고 은행을 새로 선정하는데 이때 협력사업비나 출연금이 클수록 평가 점수를 높게 받는 구조다. 협력사업비는 금융기관이 지자체 금고 선정 입찰 과정에서 운영 대가로 출연을 제안한 현금이나 물품을 뜻한다.

전체 은행 협력사업비 중 절반(54.3%)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에 집중됐다.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농협은행과 iM뱅크(옛 대구은행)까지 포함하면 89%(3114억원)까지 불어난다. 올해는 신한은행(1170억원)과 농협은행(1087억원)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우리은행(303억원), 하나은행(221억원), 국민은행(205억원), 부산은행(161억원), iM뱅크(127억원) 순이었다.

최근 2~3년 사이 금고 입찰 때 제시되는 협력사업비 규모가 눈에 띄게 커졌다. 농협은행은 2019년 600억원대에서 올해 1000억원을 넘어섰고, 하나은행도 2020~2023년 동안 70억원대를 유지하다 올해 200억원대로 뛰었다. 경남·전북·제주 등 지방은행들은 대부분 100억원을 밑돌며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이미 공공금고 시장에서 시중은행은 지방은행을 제치고 주도권을 잡은 모습이다. 9월 기준 전국 31개 시·도 및 257개 시·군·구, 17개 교육청의 공공금고 예치 규모는 총 612조원 규모다. 이 중 전국에 영업망이 가장 많은 농협은행이 420조원(점유율 68.7%)으로 1위다. 기관 수로 살펴보면 농협(66.9%), 신한(7.5%), 국민(5.6%), 우리(4.6%), 하나(2.6%) 순으로 5대 은행들이 입지(87.2%)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지방공기업 금고 경쟁에선 폐해도 나타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국회에 제출한 전국 420개 지방공기업 협력사업비 현황을 살펴보면, 지방공기업들은 주거래은행으로부터 협력사업비 명목으로 숙박권, 행사·축제 후원, 장학금 출연, 용역·시스템 제공, 금리·대출 우대 등 여러 혜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교통공사는 주거래은행에서 40억원 상당의 콘도 회원권 등을 협력사업비로 받기도 했다.

지방공기업은 지자체와 달리 별도 금고 지정·평가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제도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는 “정부가 금고지정 근거와 세부 선정기준을 마련하고 금고 평가기준에서 협력사업비 비중을 최소화해 달라”고 지적했다.

지방은행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시중은행에 맞서 지역 금융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지역상생 금융’ 기조로 중신용자 대상 대출 확대를 유도하면서 지방은행들은 연체율 관리라는 과제까지 짊어지고 있다.

정치권은 과열된 경쟁에 우대 이자율 등 정량평가를 강화한 제도 손질을 예고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지자체 금고 선정과 이자율 문제는 전국을 다 조사한 다음 정부에서 표를 만들어 공개하는 게 가능한지 검토해보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예금금리에 대한 배점비율을 높이고, 협력사업에 대한 배점비율은 제한한 내용을 골자로 한 ‘지방회계법’을 지난달 대표발의했다. 유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