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헤럴드광장] AI 시대, 온라인플랫폼 규제 신중해야


국회에서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법’이 논의되고 있다. 공정 경쟁과 소비자 보호가 명분이지만, 정부의 혁신 성장 전략과 충돌하며 국내 플랫폼 기업만 옥죌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정부는 인공지능(AI)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100조원 규모의 민관 합동 투자 계획을 내놨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6년도 예산안’에도 AI·R&D 분야에만 10조원 이상이 반영되어 있다. 한국을 세계 AI 3강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이다.

AI의 본질은 데이터다. 온라인플랫폼은 그 데이터를 집적·활용하는 핵심 인프라다. 이용자가 많을수록 더 많은 데이터가 쌓이고, 이는 곧 알고리즘 개선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을 ‘잠재적 독점자’로 낙인찍고, 자사 우대·데이터 이동 등을 금지한다면 기업들은 혁신보다 규제 대응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스스로 AI 전략을 무너뜨리는 셈이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문제는 뚜렷하다. EU의 ‘디지털시장법’은 구글·애플·메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를 겨냥한 사전 규제다. 미국은 정반대다. 의회에서 ‘플랫폼 독점종식법’ 논의가 있었지만, 최종 폐기됐다. 대신 틱톡 등 중국계 기업에 대해서만 국가 안보 차원에서 규제를 강화했다. 한국은 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 등 자국 플랫폼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글로벌 빅테크 규제라는 취지와 달리,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만 심화시킬 수 있다.

중국 플랫폼의 공세는 거세다. 알리바바, 테무, 쉬인 등은 초저가 전략과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테무는 출시 2년 만에 한국 앱스토어 쇼핑 부문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고, 쉬인 역시 1020대를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이에 대응하려면 투자와 혁신이 절실하다.

국내 시장의 현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서 쿠팡과 네이버의 점유율은 합계 약 42%, 배달의민족은 배달앱 시장에서 58%를 차지한다. 이는 치열한 경쟁의 산물이다. OTT 시장은 넷플릭스·티빙·웨이브·디즈니플러스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배달앱 시장도 쿠팡이츠·요기요가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 온라인플랫폼의 폐해는 현행 공정거래법과 공정위 지침만으로도 규율할 수 있다. 실제 2020년 공정위는 구글코리아의 인앱결제 강제 행위를 조사했고,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분쟁도 기존 제도로 처리했다. 특별법을 제정해 중복 규제한다면 불필요한 법적 불확실성과 기업 부담만 커진다.

물론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와 소비자 피해는 관리되어야 한다. 그러나 해법은 과잉 사전 규제가 아니라, 사후 집행력 강화와 국제 공조를 통한 규제 조화다. 동시에 국내 플랫폼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세제 지원, R&D 투자 확대, 벤처 생태계 육성이 병행되어야 한다.

의도가 아무리 선해도 잘못된 규제는 부작용을 낳는다. 자국 산업을 지키면서 소비자 후생을 보장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요구된다. AI 시대에 플랫폼은 국가 경제와 혁신 성장을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국회가 단기적 정치 논리를 넘어 국가 경쟁력을 최우선에 두고 신중히 판단하기를 기대한다.

김홍기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