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 태생 ‘금수저’…7세 때 뉴욕정착
차압방지 주택 상담사·래퍼 활동 경험
역대 최연소·최초 무슬림 출신 시장
임대료 동결·무료버스 공약 표심 잡아
맘다니 “권력의 조건 무너뜨릴 것” 도발
“공산주의 막겠다” 트럼프와 충돌 예고
승리 하루 뒤 인수위 발표…5명 전원 여성
‘당선저지’ 월가 초긴장, 뒤늦은 화해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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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다니 “권력의 조건 무너뜨릴 것” 도발
“공산주의 막겠다” 트럼프와 충돌 예고
승리 하루 뒤 인수위 발표…5명 전원 여성
‘당선저지’ 월가 초긴장, 뒤늦은 화해 손길
천문학적인 돈을 주무르는 기업인, 말 한 마디에 주가가 출렁이는 금융인, 미래를 바꾸는 창업가, 국제정세를 쥐락펴락하는 지도자. [더 비저너리]는 세상의 흐름을 주도하는 파워 리더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무엇이 현재의 그들을 만들었으며, 어떤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그들의 생생한 스토리를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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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뉴욕시장 선거에서 조란 맘다니(오른쪽)가 50%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사진은 당선 직후 맘다니 당선인이 부인 라마 두와지와 함께 연단에 올라 지지자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는 모습. [AFP] |
세계 자본주의 심장인 미국 뉴욕의 시장 선거에서 30대 진보 정치인이자 인도계 무슬림인 조란 맘다니(34) 뉴욕주 의원이 4일(현지시간) 제111대 뉴욕시장으로 당선됐다. 무슬림이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의 시장으로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맘다니는 역대 최연소 뉴욕시장 당선자이기도 하다. 1991년 10월 18일생으로, 지난달 만 34세가 된 맘다니는 1898년 뉴욕시가 지금 형태의 5개 구로 통합된 후 가장 어린 나이에 뉴욕시장으로 당선됐다. 임기는 내년 1월 1일 시작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임기 중 처음 치러진 이번 선거는 임기 초반 국정운영에 대한 유권자들의 때이른 중간 평가 성격도 함께 갖는다. 뉴욕시장 선거와 함께 치러진 버지니아주와 뉴저지주 주지사 선거에서도 ‘반(反) 트럼프’ 메시지를 전면에 건 민주당이 여유 있게 승리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비판적인 민심이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5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와 연방의회 선거에서 모두 승리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1년 만에 치러진 선거에서 민주당에 매서운 반격을 허용한 꼴이 됐다.
승리 하루만에 인수위 발표 5명 전원 여성…‘빅테크 저승사자’ 포함
맘다니 당선인은 선거 승리 하루 만인 5일 행정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수위원회 명단을 발표하며 향후 시정 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이날 뉴욕 퀸스의 플러싱 메도우 코로나파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선거운동의 시(詩)는 어젯밤 9시에 끝났을지 모르지만, 통치의 아름다운 산문은 이제 막 시작됐다”며 “뉴요커들의 삶을 개선하는 어려운 여정이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밝혔다.
맘다니가 이날 발표한 인수위원회 명단에는 전임 뉴욕시장 빌 드블라지오를 도왔던 엘래나 레오폴드를 비롯해 바이든 행정부에서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을 지낸 리나 칸, 현 애덤스 뉴욕시장 체제에서 제1부시장을 지낸 마리아 토레스-스프링거 등이 포함됐다. 이날 발표된 인수위 간부 5명은 모두 여성이다.
리나 칸은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의 독과점 문제에 강경한 비판적 입장을 가져 ‘빅테크 저격수’, ‘빅테크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이에 월가는 초긴장하고 있다. 맘다니의 당선을 막기 위해 정치자금 모금단체까지 만들어 상대 후보 띄우기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했기 때문이다. 월가 부유층은 맘다니의 ‘급진좌파’ 성향의 정책을 대비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맘다니는 진보 정책에 대한 경제계 우려에 대해 “선거기간 뉴욕시 재계 주요 지도층과 소통해왔다”며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을 비롯해 재계 지도층과 지속해서 소통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역대 최연소·최초 무슬림…역대 최대 투표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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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란 맘다니가 뉴욕시에서 직접 버스를 타고 유권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페이스북] |
맘다니는 이번 선거에서 56년 만에 최다 투표수를 기록한 뉴욕시장 당선자가 됐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4일 오후 9시 종료된 이번 선거에서 200만명 이상의 뉴욕시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했다. 이 수치는 직전 치러진 2021년 뉴욕시장 선거 최종 투표수(110만표)의 2배 수준이다. 또한 56년 전인 1969년 존 린지 뉴욕시장 재선 선거 이후 최다 투표자가 참여한 선거다.
민주당 후보로 나서 승기를 거머쥔 맘다니는 이번 선거의 ‘흥행’ 주역으로 평가된다.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그는 무상버스·무상보육 확대 등 진보적 공약을 앞세우며 선거 기간 내내 화제와 논쟁을 몰고 다녔다. 여기에 민주당 경선에서 맘다니에게 패배한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시장이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하면서 선거 구도는 세대간 대결, 기득권 대 반기득권의 대결로 빠르게 재편됐다.
맘다니는 고물가에 시달리는 뉴욕 시민들의 생활 형편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둔 공약을 내걸어 진보세력의 부상을 대변하는 아이콘이 됐다. 뉴욕시가 임대료 관리 권한을 가진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의 임대료 동결을 비롯해 최저임금 인상, 무상버스 운행, 무상보육 확대 등이 그가 내건 핵심 공약이었다. 공약 실현을 위한 재원은 부유층 증세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맘다니는 트럼프 정부가 갓 출범한 올해 2월만 해도 지지율 1%에 불과했다. NYT는 그런 그가 대이변을 일으킨 원동력으로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의 외로움이라는 그간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요소를 지목했다.
맘다니가 젊은 유권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약 1년 전부터다. 그는 지난해 10월 뉴욕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길거리에서 수많은 시민을 직접 만나 시장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인터뷰했다. 핵심 메시지는 생활고에 대한 공감이었다. 18달러짜리 칵테일, 더 이상 1달러로 살 수 없는 피자 한 조각 등 고물가에 시달리는 뉴욕 시민들의 생활 형편을 안타까워하며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시민들과 대화하고 토론했다.
휴대전화 화면만 들여다보고 생활비에 쪼들리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서적으로 고립된 젊은 세대들은 이러한 차별화된 캠페인을 통해 ‘함께 어울리는 법’을 배웠다. 생일파티로 거리 유세를 함께하고, 선거 포스터 제작 모임에서 연인을 만나는 등 맘다니 캠페인은 외로움에 지친 Z세대에게 공동체의 유대감을 제공한 사회적 공간이었다고 NYT는 풀이했다.
또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규탄하는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에도 여러 차례 참석하며 친팔레스타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등 첨예한 사회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하버드 출신 부모 ‘네포 베이비’ 한계 벗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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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뉴욕시장에 당선된 조란 맘다니가 유년 시절 어머니, 할머니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페이스북] |
2018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지 7년 만에 뉴욕시장에 오른 ‘이민자’ 맘다니는 1991년 아프리카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서 인도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 마무드 맘다니(79)는 아프리카학을 전공한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교수다. 모친은 베니스 영화제에서 4번, 칸 영화제에서 2번 수상했고, 아카데미상 후보에도 2번 오른 유명 영화감독 미야 나이어(68)다. 인도인들은 물론 미국 사회에도 널리 알려진 유명인이다. 둘 다 하버드대를 나왔다.
미국의 한 인도계 무슬림 이민자는 맘다니를 향해 “이민자의 힘든 삶이란 어떤 것인지 제대로 겪어본 적 없는 엘리트 집안 자제”라고 표현했다. 이번 선거에 출마했다가 중도 사퇴한 애덤스 현 뉴욕시장은 맘다니를 두고 ‘네포 베이비’(nepo baby)라고 비꼬았다. 네포 베이비란 ‘네포티즘’(족벌주의)과 ‘베이비’를 합한 말로 ‘특출한 부모 덕에 출세한 사람’을 가리킨다. 한국의 ‘금수저’와 비슷한 표현이다.
맘다니는 뉴욕시에서 명문 공립고교인 브롱크스 과학고를 졸업했다. 입학시험을 쳐야 하는 이 학교는 한국의 특목고와 유사하다. 이후 메인주의 보든 칼리지에서 2014년 학사 학위를 받았다. 보든 칼리지는 리버럴아츠(인문학 및 순수 자연과학) 분야에서 미국 최고 명문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대학이다.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도 이 대학을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맘다니는 힙합 래퍼이자 음악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이후 뉴욕에서 아시아계 저소득층 시민들을 상대로 주거 상담사를 하는 등 진보 활동가로 일했다. 2018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맘다니는 2년 뒤인 2020년 6월 뉴욕주의회 의원선거에 출마해 뉴욕시 퀸스 아스토리아 등 지역을 대표하는 뉴욕주 의원으로 선출된다. 그는 이후 두 차례 재선에 성공하며 현재까지 주의회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뉴욕시장 출마 선언을 한 지난해 10월, 시리아계 미국인이자 무슬림인 라마 두와지(28)와 약혼했고, 지지율이 1%에 불과하던 올해 2월 결혼했다. 1997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출생한 두와지는 미 버지니아 커먼웰스대에서 순수 예술을 전공했고, 미 3대 디자인 스쿨로 꼽히는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츠에서 같은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다.
맘다니 “트럼프 권력 쌓은 조건 자체 무너뜨려야”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맘다니 대 쿠오모’의 1대 1 양자 대결 구도로 가야만 맘다니를 낙선시킬 수 있다며 ‘반(反) 맘다니’ 단일화를 공공연하게 촉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로 규정하면서 그가 당선된다면 뉴욕시에 대한 연방 지원금을 끊을 것이며, 뉴욕시는 경제·사회적으로 완전한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맘다니는 당선 축하 행사가 열린 뉴욕 브루클린 파라마운트 극장에서 지지자들이 “조란! 조란!”을 연호하는 가운데 나타나 “도널드 트럼프, 보고 있는 것 알아요. 이것만 말하겠습니다. 볼륨 크게 올리세요!”라고 도발하는 것으로 첫 행보를 시작했다.
맘다니는 “트럼프에게 배신당한 국가에 그를 어떻게 물리칠 수 있을지 보여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바로 그가 태어난 이 도시”라며 “독재자를 가장 두렵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면, 그가 권력을 쌓을 수 있게 해준 조건 자체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단지 트럼프만 멈추려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도 멈추려고 한다”면서 “이민자들이 세우고 움직여온 뉴욕은 오늘 밤부터 이민자가 이끄는 도시가 될 것이며, 앞으로도 이민자의 도시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나한테 잘하지 않으면 성공 못해” 경고
맘다니의 당선 확정 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이제 시작”이라는 짧은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지만, 맘다니의 도전장에 응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곧바로 5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메리카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해 민주당을 지칭하며 “민주당은 미국 최대 도시 시장에 공산주의자를 앉혔다. 그들은 미국을 공산주의 쿠바, 사회주의 베네수엘라로 만들려 한다”며 “마이애미는 공산주의 피난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11월 5일 미국인들은 우리 정부를 되찾았다. 우리 주권을 되찾았다. 우리는 어젯밤 뉴욕에서 주권을 조금 잃었지만, 우리가 잘 처리하겠다.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공산주의자가 뉴욕에서 어떻게 하는지 보자”면서 “우리는 뉴욕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어쩌면 약간 도와주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맘다니 당선인을 향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면서 자기가 연방 자금줄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 당선인이 승리 연설에서 자신을 향해 도발적인 발언을 한 것을 두고 “그는 나에게 매우 친절해야 한다. 그에게 가는 많은 것들을 승인하는 사람이 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는 첫발을 잘못 뗐다”고 말했다. 이어 맘다니가 “매우 위험한 발언”을 했다면서 “그는 워싱턴을 좀 존중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는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경고했다.
로이터 통신은 앞으로 맘다니의 뉴욕시장 임기 3년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발언권을 쥐고 있으며 공격적인 정치를 즐기는 트럼프와 정면으로 맞붙는 능력을 시험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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