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적기시정 조치 적절했나
권고치 130% 넘는데도 ‘취약’ 평가
롯데손보 “위법 소지있어…대응할것”
노조, 당국 상대 항의시위 나설 예정
권고치 130% 넘는데도 ‘취약’ 평가
롯데손보 “위법 소지있어…대응할것”
노조, 당국 상대 항의시위 나설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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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손해보험 노동조합 앞에 성명문이 걸려있다. [독자 제공] |
중견 손해보험사인 롯데손해보험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인 ‘경영개선권고’를 받았다. 최근 영업이익과 자본적정성이 꾸준히 개선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이러한 조치가 내려지면서 업계에서는 “과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롯데손보는 내부적으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며, 노동조합은 금융당국을 상대로 항의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비계량평가 중심으로 ‘경영개선권고’…업계 “과도한 조치”=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정례회의에서 롯데손보에 대해 적기시정조치 중 첫 단계인 경영개선권고를 의결했다. 적기시정조치는 자본건전성이 악화된 금융회사에 당국이 개입해 자본 확충, 부실자산 처분, 사업비 감축 등 개선계획을 강제하는 제도다. 이번 조치로 롯데손보는 두 달 내에 경영개선계획을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하며, 승인 이후 1년간 이행 점검을 받게 된다.
롯데손보는 이번 조치가 계량지표보다 비계량(질적)평가에 치중된 결과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정기검사와 올해 2월 수시검사를 통해 롯데손보의 경영실태평가(RAAS) 종합등급을 3등급(보통), 자본적정성 부문을 4등급(취약)으로 평가했다. 비계량평가에서 ‘자체위험 및 지급여력평가체계(ORSA)’ 미도입이 지적된 것이 결정적 근거였다.
하지만 롯데손보는 ORSA 미도입이 아닌 ‘합법적 유예’였다고 반박한다. 회사 관계자는 “ORSA는 내부모형 구축이 완료되지 않은 경우 일정 기간 유예할 수 있도록 시행세칙에 명시돼 있다”며 “이사회 결의를 거쳐 적법하게 유예한 절차를 제재 근거로 삼은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롯데손보의 최근 실적과 재무건전성 지표는 모두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293억원, 순이익은 990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42%, 45% 증가했다. 9월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K-ICS)은 141.6%로 금융당국 권고치(130%)를 웃돈다. 2024년 상반기 기준 자본적정성 계량평가 역시 ‘3등급(보통)’으로, 최소 기준을 충족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비계량평가 요소를 근거로 제재가 내려지자 업계에서는 “당국이 시점을 잘못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회계기준 전환기라 대부분 보험사가 ORSA를 도입 준비 중인데, 이를 이유로 제재를 내리는 건 감독 리스크를 키우는 행위”라며 “조기 경고보다는 개선 여력을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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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기본자본 취약·문제 반복”…롯데손보 매각 차질 예상도=금융당국은 롯데손보의 기본자본비율과 일부 건전성 지표가 업계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6월 말 기준 손보업권 평균 기본자본 K-ICS는 106.8%지만, 롯데손보는 -12.9%”라며 “무·저해지보험 비중, 대체투자 비중 등에서도 상대적으로 취약한 수치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2021년에도 유사한 문제로 적기시정조치를 유예받았지만 개선 속도가 더디다”라며 “이번엔 감독 테두리 안에서 체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롯데손보는 “회계 제도상 기본자본 계산방식은 변동성이 크며, 금감원 스스로도 공식적인 산출기준을 확정하지 않았다”며 “단일 지표만으로 건전성 전반을 판단하는 건 과도하다”고 반박했다.
이번 조치는 롯데손보 매각 절차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 8월부터 롯데손보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해 왔으며, 현재 기업가치 산정과 가격 검토 단계에 있다.
하지만 이번 경영개선권고로 롯데손보의 대외 신용도와 평판에 악영향을 미쳐 협상이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경영개선권고는 법적 강제력이 크지 않지만, 잠재적 인수자 입장에서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추가 실사나 가격 재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전했다.
롯데손보 노동조합도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노조는 6일과 7일 각각 금감원, 금융위 앞에서 연이어 항의 집회를 열 예정이다.
롯데손보 노조위원장은 “이번 결정은 회사의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외면한 처사”라며 “회사는 행정소송을 통해 당국의 위법성과 부당함을 반드시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보험산업 전반에도 ‘질적평가 리스크’를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K-ICS 제도 정착과 금리 하락기에 보험사들의 자본관리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비계량평가 결과가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질적평가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경영개선조치로 이어질 만큼의 객관성과 일관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지급여력 지표가 정상인 회사를 제재하면 업계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손보는 “고객 신뢰와 영업 안정성은 흔들림이 없으며, 보험금 지급·신규 계약 체결 등은 모두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정상적인 영업과 보상 서비스를 유지하며, 필요한 대응 절차를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지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