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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APEC 위해 지구 2.7바퀴 돌았다

역대 최대 ‘APEC CEO 서밋’ 주도
1년간 주요국 두달에 한번 꼴 방문
美·中·日 등 찾아 글로벌 리더 유치
젠슨황 CEO 방한에도 결정적 역할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폐회식 및 인계식에서 폐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

지난달 28일부터 4일간 경북 경주에서 진행된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경제포럼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올해 행사는 전 세계 21개국 1700여명의 경제인이 찾아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는데 CEO 서밋 의장을 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민간 외교관 역할을 자처, 동분서주로 전세계를 돌며 글로벌 리더들과 줄기차게 네트워킹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년 동안 전 세계 주요국을 두 달에 한번 꼴로 방문했다. 경주 APEC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전 세계를 방문했는데, 1년간 현장 방문을 위해 이동한 거리는 총 10만7593㎞에 달한다. 이는 지구(약 4만75㎞)를 약 2.7바퀴 돈 수준이다.

▶역대 최대 규모 자랑한 CEO 서밋=최 회장은 11월 차기 APEC CEO 서밋 개최 의장국으로서 의사봉을 전달받은 이후 경주 APEC 성공을 위한 행보를 이어왔다. 2월에는 대미(對美)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을 이끌고 미국 워싱턴 출장길에 올랐으며, 미국의 다양한 유력인사를 만날 때마다 한국의 APEC 개최를 알리는데 앞장섰다. 5월에는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만났고, 8월 한미정상회담 라운드테이블 행사, 9월 오사카엑스포 방문 등 APEC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APEC 개최를 눈앞에 둔 10월에도 중국과 미국을 찾으며 막바지 홍보전에 열을 올렸다.

이 같은 전방위 세일즈 외교에 힘입어 이번 APEC CEO 서밋은 규모와 구성 면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총 20개 세션과 2개의 특별세션에서 36회의 기조연설, 11회의 패널 토론이 진행됐으며 본행사와 퓨처테크포럼 등 부대행사에 참석한 인원은 2만8503명에 달한다. 지난 10년간 열린 APEC CEO 서밋과 비교해봐도 이번 경주에서 열린 행사 규모가 확연히 앞섰다. 이번 APEC CEO 서밋은 참석 연사 수(67명), 공식 유료등록 참석자 수(1852명) 등에서 최근 10년 동안 미국, 태국 등에서 열린 행사 중 가장 많은 인원과 규모를 자랑한다.

▶젠슨 황 ‘15년만의 방한’ 성사 주역=특히 국제 네트워크와 리더십으로 주요 인사의 참석을 성사시키며 행사의 덩치와 내실을 키웠다.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과 협력을 이끌며 주요 회원국 경제계 인사들과도 활발히 교류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만큼 이번 APEC을 돋보이게 만든 인물이 단연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였다. 최 회장은 젠슨 황 CEO와의 수년에 걸친 파트너십과 교류를 바탕으로 그를 직접 초청해 한국 방문을 성사시켰다. 젠슨 황이 한국을 다시 찾은 건 15년 만이다.

젠슨 황이 한국에 26만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키로 한 것도 젠슨 황의 방한이 결정적 계기였다. 최 회장은 지난달 30일 저녁 젠슨 황과 이재용 삼성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서울에서 가진 ‘치맥 회동’에도 초대받았지만 APEC CEO 서밋 의장으로서 경주를 지키느라 참석하지 못했다.

한편 세계 무대에서 기업인들의 민간 외교는 갈수록 중요해질 전망이다.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사업들은 단순 비즈니스를 넘어 국가 핵심 안보자산화하고 있으며 AI와 같은 미래 사업에 국가 명운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국익을 위해 ‘민간 외교관’으로 뛰며 국가적 행사 등의 성공을 주도하는 사례가 더 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APEC에서 최 회장의 민간외교와 글로벌 리더십이 보여준 것처럼 이제 우리나라에도 국익을 위해 글로벌 협력과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업인들이 더 많이 나와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은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