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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소원 생기면 너도나도 신청할텐데…사전심사, 예비재판관 두자 [세상&]

6일 국회 제2간담회의실에서 ‘사법개혁의 골든타임, 재판 소원 도입을 논하다’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박지영 기자]

국회 재판 소원 토론회 개최
사건 폭주 막을 사전심사 도입 필요성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사법 개혁’ 일환으로 재판 소원을 추진하는 가운데 사건 폭주를 막기 위한 사전심사제와 예비재판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6일 국회 제2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사법개혁의 골든타임, 재판 소원 도입을 논하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김진한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제도가 잘못 운영되면 지나치게 많은 사건으로 잘 작동하던 기존의 헌법 재판마저 망가질 수 있다”며 “재판 소원 제도 설계가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재판 소원이란 법원의 판결에 대한 헌법 소원을 말한다. 헌법 소원은 공권력의 행사·불행사 또는 위헌적 법률로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하는 개인이 헌재에 권리 구제를 요청하는 절차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법은 헌법 소원의 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한다는 규정을 통해 재판 소원을 금지하고 있다.

재판 소원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사실상 4심제 도입으로 인한 비효율성, 재판 소원 폭주에 따른 헌재 기능 마비 등을 이유로 든다.

김 변호사는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재판 소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판 소원이 권력 견제와 기본권 보장 측면에서 매우 유효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가 만드는 법률은 헌재의 위헌법률심판 제도를 통해 통제받지만 만드는 ‘판례법’은 국민의 삶에 더 밀착된 법인데도 통제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다”며 “재판 소원은 당사자의 기본권 침해를 구제해 주는 것 이상으로 법원 재판에서 생기는 판례법을 통제하는 제도로 의미가 있다. 법원 또한 재판 소원을 의식해 헌법적 관점에서 신중하게 토론하게 돼 기본권 보장이 두터워진다”고 했다.

재판 소원 제도가 원활하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사전심사’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독일 헌재의 사전 심사 제도를 예시로 들었다. 독일 헌재는 18명의 헌법재판관이 2개의 전원재판부를 구성한다. 전원재판부 산하에 구성된 3인 재판부가 사전심사를 담당한다. 전원재판부가 심리할 재판 소원을 걸러내는 절차로, 3인 재판관이 만장일치로 사건을 인용 또는 각하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독일식 사전심사 제도를 도입하되 9명의 헌법재판관 전원이 사전심사를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독일 역시 3인 재판관이 사전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업무 과다 및 지연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독일이 3인으로 구성된 재판부에서 사전심사를 해보니 소극적으로 임하게 되는 문제가 있었다. (3인으로 구성된) 다른 소부에서 다른 판단을 내리지는 않을까 고민하게 되는 것”이라며 “전원재판부가 사전심사를 하되 강력한 자율권을 부여하면 사전심사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개혁안이 제시된 바 있다”고 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정광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 소원이 사법부 견제 수단이 아닌 국회 견제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독일이 헌재를 만들 당시의 논의를 살펴보면 헌법 소원은 ‘의회 다수파에 의한 독재’를 의식한 제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헌재의 주된 목적은 입법 권력 통제다. 입법부가 만든 법의 적절성을 (재판을 거친) 구체적인 사건에서 해석하는 것”이라고 했다.

재판 소원을 ‘사법부 통제’로 보지 않고 법률의 합헌성을 실제 사건에서 따지는 절차로 봐야한다는 취지다. 정 교수는 “법원이 1심에서 3심까지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전문적으로 법률 해석을 해서 헌재에 전달한다. 헌재가 일련의 과정을 거쳐 입법에 대해 최종적·합헌적 해석을 하기 때문에 입법부가 (헌재의 판단에) 기속된다”고 했다.

정 교수는 9명 재판관 전원이 사전 심사를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정 교수는 “독일이 실제로 (전원재판부 심리를) 해보니 실효성이 없었다. 재량에 의한 사건 선별은 헌재가 ‘재판 거부’를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궁극적으로 헌재 인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9명의 헌법재판관에 더해 6명의 예비재판관을 두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 우리나라 헌재 또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사전심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3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가 만장일치 의견으로 각하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지정재판부 구성원을 3명의 헌법재판관, 2명의 예비재판관 등 총 5명이 참여하도록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정재판부 확대로 사전심사의 실질성을 높이고 헌재 전체의 역량도 키우자는 취지다.

정 교수는 “예비재판관이 사건을 점검하면서 기존 재판관들과 호흡을 맞추고 역량을 키운 다음 헌법재판관이 되면 좋을 것 같다”며 “재판 소원을 하면 사법부 전체가 헌재가 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제대로 일을 하려면 결국 조직이 확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