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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2인자 퇴진은 세대교체 예고편…‘이재용 2.0 시대’ 온다

50대 사장·기술인재 전진배치 관측
올해 AI 역량 갖춘 젊은 피 약진 주목
박학규 실장, 재무·공학 두루 전문성 갖춰
JY ‘뉴삼성’ 보여줄 시기…이사회 복귀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8년 만에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을 전격 교체하면서 이제 이목은 임박한 정기 인사에서 단행할 인적쇄신과 조직개편 내용에 집중되고 있다.

재계는 ‘삼성 2인자’로 불리던 정 부회장의 용퇴를 두고 반도체 실적 회복과 맞물려 완전한 ‘경영 쇄신’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1960년생인 정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대대적인 세대 교체와 조직 개편의 불씨를 당겼다는 분석이다.

사법리스크 벗어난 李…“뉴삼성 적기”


올해로 취임 3주년을 맞은 이 회장은 사법 리스크에서도 10년 만에 완전히 벗어나 본격적으로 ‘뉴 삼성’의 비전과 역량을 보여줄 적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미래전략실의 뒤를 이어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를 8년 만에 ‘사업지원실’로 승격시킨 것도 그 일환으로 풀이된다.

사업지원TF가 국정농단 이후 잦은 송사에 시달린 그룹의 정상화를 위한 과도기적 조직이었다면 사업지원실은 비상 경영체제를 끝내고 이 회장의 사업 구상과 미래 전략을 본격 실행할 최상위 정식 조직인 셈이다.

향후 추가 조직개편이 단행될 경우 계열사 사장단의 연쇄 이동도 불가피해 연말 인사 폭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사장단 인사, 1970년대생 약진 주목

지난 2003년 11월 신라호텔에서 열린 디지털 미디어 부문 ‘전략품목 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상무가 회의장으로 향하는 모습. [헤럴드DB]

삼성은 과거에도 ‘넘버2’로 꼽혔던 이학수 전략기획실장(2006~2008년), 최지성 미래전략실장(2012~2017년)이 물러난 이후 시차를 두고 단행한 인사에서 젊은 50대 사장들을 전진배치하며 과감한 경영쇄신 의지를 내보인 바 있다.

2009년 1월 인사를 통해 당시 50대였던 윤부근 부사장과 장원기 부사장이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으며 2017년 11월 인사에서 3대 사업부문장에 선임된 김기남(DS)·김현석(CE)·고동진(IM) 사장도 모두 50대였다.

이달 중순 단행될 삼성 사장단 인사는 이러한 과거 세대교체 흐름을 재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AI 확산으로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혁신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젊은 피’들을 경영 일선에 앞당겨 배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대표이사 부회장)이 겸하고 있는 메모리사업부장 차기 후보로도 1967년생인 송재혁 최고기술책임자(CTO·사장)와 1972년생인 황상준 D램개발실장(부사장)이 거론된다.

1968년생인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사장)은 8개월 만에 대행을 떼고 공식 선임이 유력한 가운데 부회장 승진 여부가 관심이다. 전임인 고(故) 한종희 대표이사도 59세에 부회장에 올랐다.

아울러 노 사장이 겸임하고 있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은 1970년생인 최원준 MX사업부 개발실장 겸 글로벌운영팀장(사장)이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다.

‘새 2인자’ 박학규, 재무·반도체 두루 경험…기술인재 중용 기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31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 공연을 보고 있다. [연합]

정현호 부회장에 이어 새로운 2인자가 된 박학규 사업지원실장(사장)은 1964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정현호 부회장보다 네 살 어리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시절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을 거쳐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을 맡았다.

동시에 KAIST에서 소프트웨어를 연구하는 경영과학과 대학원 석사를 받으며 이공계 전문성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DX부문과 DS부문에서 모두 경영지원실장으로 근무하며 전략까지 담당한 이력이 있다. 특히 DS부문 경영지원실장으로서 반도체 역량 강화를 위한 산학 협력을 주도하고, 국내 주요 대학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설치하며 전문 인력육성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인사에서 사업지원TF 담당 임원으로 자리를 옮겨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 전략수립을 주도하는 등 반도체 사업에 꾸준히 발을 걸쳐왔다.

박 사장을 필두로 전열을 갖춘 사업지원실은 DX부문과 DS부문 양대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 기술 경쟁력 강화와 경영 건전성 제고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사장단 인사도 인공지능(AI) 대전환의 물결 속에 반도체 사업의 반등 및 완제품(세트)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이끌 1970년대생 기술인재 중용이 관전포인트로 꼽힌다.

줄곧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한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선행 기술 확보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미전실 출신 배치한 사업지원실, 과거 위상 회복?


삼성전자는 이번 사업지원실 신설을 컨트롤타워의 부활로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안정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과거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은 국정농단 당시 과도한 권한 집중이라는 비판 속에 2017년 2월 해체됐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미래 먹거리 발굴과 굵직한 인수합병(M&A), 거대한 규모의 삼성 계열사 간 업무 조율 등을 진두지휘할 컨트롤타워 복원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번 사업지원실은 ▷전략팀 ▷경영진단팀 ▷인사팀 등 세 개의 팀을 두고 있는데 전략팀장은 최윤호 사장이 맡는다. 최 사장 역시 박학규 사장과 함께 과거 미래전략실에 근무했었다. 미래전략실 출신 인사들이 사업지원실에서 계속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과거의 위상을 되찾을 지 주목된다.

다만 미래전략실에 비해 사업지원실 규모는 턱없이 작다. 미래전략실은 경영진단팀(감사)을 포함해 전략1팀(삼성전자 담당), 전략2팀(기타 계열사 담당), 경영지원팀(재무), 인사지원팀(인사), 커뮤니케이션팀(기획·홍보) 등 인력이 100여명에 달했다.

사업지원실의 출범으로 삼성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담당하는 기존 미래사업기확단과의 역할 조정이 어떻게 이뤄질 지도 관심이다. 현재 미래사업기획단 단장은 고한승 사장이 맡고 있다.

아울러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이 회장이 사업지원실 신설과 함께 등기이사로 이사회에 복귀할 지도 관심이다. 책임경영 차원에서 등기이사로 등판해 기술 투자와 미래 성장을 전면에서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