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경제법률 형벌조항 조사
7698개는 양벌규정…법인도 처벌
행정절차 위반도 처벌에 부담가중
경영리스크 완화 위해 합리화 절실
7698개는 양벌규정…법인도 처벌
행정절차 위반도 처벌에 부담가중
경영리스크 완화 위해 합리화 절실
#.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 대표는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하는 업계 간담회에서 “최근 알루미늄 가격이 올라 납품단가를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고, 다른 업체 관계자들도 어려움을 공유하며 향후 단가조정 계획을 간략히 언급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신고를 접수받고, 해당 발언과 회의록을 근거로 담합 정황을 발견했다며 조사에 착수했다. 명시적인 가격인상 합의나 계약이 없었지만 공정거래법상 부당공동행위로 판단되면 최대 징역 3년과 최대 2억원의 벌금 그리고 과징금과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4중 제재가 가능하다.
이처럼 기업 활동과 관련성이 높은 21개 부처 소관 346개 경제법률에서 총 8403개의 위법행위가 형사처벌(징역, 벌금 등)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7698개(91.6%)는 법인까지 처벌하는 양벌규정이 적용된다. 경미한 사안의 경우 행정질서 처분으로 합리화하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0일 경제법률 형벌 조항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경협에 따르면 위법행위에 대해 ‘징역 또는 벌금’을 포함한 두 개 이상의 처벌·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항목은 2850개(33.9%)에 달했다. 중복 수준별로는 ▷2중 제재 1933개(23.0%) ▷3중 제재 759개(9.0%) ▷4중 제재 94개(1.1%) ▷5중 제재 64개(0.8%)로 나타났다.
현행 건축법은 사전허가 없이 도시에서 신축·증축·개축하거나 건폐율 및 용적률 기준을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된다. 점포 앞 테라스, 외부계단 가림막용 새시(경량 철골) 및 아크릴판 설치 등 영업 편의목적의 경미한 구조물 변경도 법적으로는 ‘증축’으로 간주해 처벌대상에 해당한다.
또 임시로 설치하는 가설 건축물을 허가나 신고 없이 건축하는 행위도 형사처벌 규정(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될 수 있다.
화장품법에 따르면 화장품 판매자가 직접 라벨을 제거하지 않더라도 기재·표시사항이 훼손된 제품을 판매하거나 판매 목적으로 보관·진열만 해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한경협은 법무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K-뷰티 중소기업이나 창업 초기 사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집단 지정에 필요한 자료 제출 시 실무자의 단순 착오나 친족의 개인정보 제공 거부 등으로 누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형사처벌하는 것도 지나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특수관계인 현황, 주식소유 현황 등 지정자료를 미제출하거나 허위 제출할 시 최대 징역 2년 또는 벌금 1억5000만원에 처한다.
한경협은 기업집단 지정자료 미제출 같은 단순 행정의무 위반은 행정질서벌로 전환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중복제재와 단순 행정의무 위반까지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현 제도는 기업 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고 경영 리스크를 높인다”며 “정부가 경제형벌 합리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기업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 개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현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