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까다로워진 비자 심사에
中 부유층, ‘골든 비자’ 내주는 두바이로 눈돌려
캄보디아 등서 활동하는 푸젠성 범죄조직도 영향
中 부유층, ‘골든 비자’ 내주는 두바이로 눈돌려
캄보디아 등서 활동하는 푸젠성 범죄조직도 영향
![]() |
|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고급 리조트에서 바라본 고층 빌딩들의 전경.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중국 부유층의 이주 행렬이 싱가포르 대신 두바이로 향하고 있다. 수년간 중국 부유층들에게 인기 이주지였던 싱가포르의 비자 정책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최근 국제적으로 논란이 된 중국 푸젠성 출신의 범죄조직들의 영향도 있다고 전해진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두바이나 아부다비 등 아랍에미리트(UAE)로 이주하려는 중국 부유층들의 문의가 증가했다. 국제 금융그룹 스탠다드차타드의 마이크 탄 싱가포르 기반 글로벌 자산 계획 및 가족 자문 책임자는 “그들은 거주 자격을 얻고,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며 두바이에 가족법인을 만들어 거주 자격을 얻으려는 중국 부유층들의 움직임을 전했다. UAE는 ‘골든 비자(golden visa)’ 제도를 운영해 외국인 투자자나 고급인력을 상대로 장기 거주권, 혹은 시민권을 부여하고 있다. 탄은 “UAE의 골든비자는 10년 거주권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국 부유층에 매우 매력적이며, 세금 관점에서도 안정적이고 우호적”이라 설명했다.
부유층들의 이주 동향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 내 가족법인 수는 2023년 말 600개에서 지난해 말 800개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통계를 내면 1000개에 달했다. 자문가들은 이렇게 증가한 가족법인 상당 부분이 중국 부유층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 관리 회사 라이트하우스 칸톤의 UAE 사업부 상무 이사인 프라샨트 탄돈에 따르면 자산 규모가 5000만달러(약 700억원)에서 2억달러(약 2800억원) 사이인 자산가 그룹이 가장 활발하게 UAE로 향하고 있다.
기존에는 중국 부유층들이 자유로운 경제활동 등을 위해 이주하려는 목적지로 싱가포르를 찾았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금융 허브인데다, 화교들이 상위 경제계층을 차지하고 있어 활동하기 편안한 분위기였다. 자산 관리사 ‘라이즈 프라이빗 싱가포르의 케빈 텡 CEO는 “한동안 사람들은 싱가포르 가족법인을 ‘지위의 상징(status symbol)’처럼 여겼다. 친구가 하나 가지고 있으면, 당신도 하나 가져야 한다는 식이었다”며 “하지만 이 법인들 중 다수가 별다른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를 바랐던 중국 부유층들의 이주 움직임이 UAE로 선회한 계기는 코로나19였다. 당시 싱가포르는 강도 높은 봉쇄정책을 펴, 이에 불편함을 느낀 중국 부유층들이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싱가포르의 한 부유층 가족 자문가는 “싱가포르는 매우 제한적인 이민 규정을 갖고 있다”며 “가족법인을 설립하고 취업 비자(employment pass)를 받는 것은 비교적 쉽지만, 영주권과 시민권을 얻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두바이와 아부다비에서 펀드 매니저 및 가족법인 설립을 지원하는 M/HQ의 매니징 파트너인 얀 므라젝은 “많은 가족이 UAE에 재투자하기 위해 싱가포르 부동산을 매각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의 비자 정책이 더 까다로워졌다고 전해진다. 여기에는 한국 청년층까지 포섭해가며 범죄 행각을 벌인 국제적인 범죄조직의 영향도 있다.
흔히 ‘푸젠갱(Fujian Gang)’으로 통칭되는 중국 푸젠성 출신 범죄 조직들이 동남아시아로 들어와, 로맨스 스켐 등으로 범죄 수익을 올리고 암호화폐를 이용해 자금세탁을 하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싱가포르의 비자 정책이 더욱 까다로워졌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범죄 조직의 자금을 추징하기 위해 개인 및 법인의 자금 흐름에 대한 조사를 더 강화하고 있다. 범죄 조직이 암호화폐로 범죄수익을 은닉한다는 것도 싱가포르에서 암호화폐 사업을 하는데 부담이 되고 있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36개의 디지털 결제 회사에 암호화폐 사업 면허를 부여했지만, 올 여름부터 무허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단속을 시작하며 규제의 고삐를 죄었다. 반면, 두바이는 암호화폐 부문 특별 규제 기관인 VARA(Virtual Assets Regulatory Authority)를 통해 암호화폐 사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규제 강도가 낮다. 현재 VARA로부터 정식 면허를 받은 암호화폐 회사는 39개에 달한다.
텡 CEO는 중국의 더 많은 암호화폐 기업가들이 중동에 정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텡 CEO는 “암호화폐 및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 중국 부유층들은 현지 규제 당국이 얼마나 우호적인지를 살피고 있다”며 “싱가포르는 두바이에 비해 확실히 좀 더 위험 회피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 고객들이 점점 더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헤럴드경제신문 국제부가 1분 만에 훑어보는 트럼프 이슈를 매일 배달합니다. URL를 복사해서 주소창에 붙여넣기 한 후 ‘구독’해주세요.
https://1day1trump.stibee.com/
https://1day1trump.stibe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