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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일가는 정치 부패 리스크 있어”…‘14조 가상자산’ 日 매체 일침 [디브리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의 가산자산 사업이 ‘정치 부패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승리로부터 1년이 다 된 시점에서 그의 가족 기업을 조사한 결과, 불과 1년 만에 100억 달러(약 14조원) 규모의 암호자산(가상통화) 비즈니스를 구축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미국 최대의 권력자인 대통령과 그 가족이 단기간에 이처럼 거액의 자산을 쌓아 올린 사례는 없다. 정치 권력의 부패 리스크가 감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일가 가상자산 규모는 어떻게 커졌나

트럼프 대통령 일가는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프로젝트에 기반한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라는 회사를 통해 사업을 확장 중이다. 2024년 9월에 설립된 이 회사의 창립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 트럼프이다. 이들이 가상자산 비즈니스 진출을 결정한 시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치르기 직전이다.

닛케이는 “WLF는 ‘디지털 토큰(WLFI)’을 1000억개를 발행했는데, 지난 9월에는 세계 최대의 가상통화 거래소 ‘바이낸스’에 토큰을 상장하고, 시장에 유통되는 약 270억개만으로 총 33억9000만달러(약 5조원)의 가격이 매겨졌다”며 “미국 정부 윤리국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도 약 157억개의 토큰을 보유하고 있다. 장남 등 가족 기업을 합치면 총 225억개”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분석에 따르면 전체 발행량 1000억개의 가치가 약 125억달러(약 18조원)에 이른다.

토큰의 실질적 가치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이를 구매하는 ‘큰손’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우선 싱가포르의 ‘DWF 랩스(DWF Labs)’가 있다. 이 곳은 글로벌 가상자산 초단타 트레이딩 회사로 4월에 2500만달러(약 364억원)를 구매했다. 1억달러(약 1400억원)를 투자한 아랍에미리트(UAE)에 기반을 둔 Web3 펀드인 아쿠아1(Aqua 1)도 있다. 이곳의 경우 출자자가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론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저스틴 선도 구매자이다. 그는 2017년 싱가포르에서 트론 재단을 설립했으며, 트론(TRX)과 비트토렌트 프로토콜 등을 개발했다. 그가 7500만달러(약 1092억원)어치의 WLF 토큰을 산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WLF로부터 2024년에만 5735만달러(약 834억원)의 수입을 얻었다.

지난 8월 13일 미국 뉴욕시에서 열린 행사에서,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의 새로 임명된 ALT5 이사회 이사 에릭 트럼프(가운데)가, 형이자 ALT5 이사회 옵서버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왼쪽)와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게티이미지]

왜 트럼프 대통령은 가상자산 사업에 빠졌나?

닛케이는 트럼프 대통령 가족이 가상자산 사업에 빠진 이유에 대해 “2021년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떠난 뒤, 그의 가족이 일부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거절당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회 난입 사건 등이 이유였지만, 은행 시스템에서 배제된 가족의 공포와 반발이 가상자산으로 이끌었다”고 덧붙였다.

WLF 판매로 얻은 수익을 트럼프 대통령 일가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평가하며 자신의 수익을 높이고 있기도 하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WLF 토큰이 상장된 바이낸스의 창업자 창펑 자오를 사면했다. 자오는 자금세탁을 둘러싼 자신의 죄를 2023년에 인정한 인물이었기에 이 사면은 당시 주목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취임 후 잇달아 가상자산 사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이 사임했고 가상자산 관련 집행부의 인력도 교체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에는 ‘트럼프 코인’을 발행했다. 현재 이 밈코인의 시가총액은 2조~3조원 사이를 오간다.

닛케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자산 사업 리스크로 우선 미국 적국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비영리 단체 ‘어카운터블 US’에 따르면 WLF의 토큰 구매자 중 북한, 이란, 러시아 관련 조직이 포함된다고 한다. 또 야당인 민주당의 공격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사항이다. 민주당은 가상 자산을 규제하는 여러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레임덕이 시작되면 가상자산 시장 전체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나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도 직접 혹은 기업을 통해 가산자산을 보유한다는 점이 위험 요소이다.

닛케이는 “정권과 업계의 유착이 새로운 ‘어둠의 정부(딥스테이트)’로 변하면, 트럼프 지지층의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며 “1기 임기 때 2번의 탄핵 소추를 받았던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지지 기반 상실이야말로 최대의 리스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