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프 끝내 파산…15년만에 역사 속으로
오아시스에 안긴 티몬도 오픈 무기한 연기
배송·AI ‘규모의 경제’…중소업체 가시밭길
구제 못받게 된 피해자들 “국가적 사망선고”
오아시스에 안긴 티몬도 오픈 무기한 연기
배송·AI ‘규모의 경제’…중소업체 가시밭길
구제 못받게 된 피해자들 “국가적 사망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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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회생법원이 10일 위메프에 파산을 선고했다. 사진은 기존 서울 강남구에 위치했던 위메프 사옥 [위메프 제공] |
[헤럴드경제=강승연·전새날 기자] 지난해 티메프(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기업회생절차를 밟던 이커머스 플랫폼 위메프가 파산 선고를 받으며 끝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티몬은 새 주인을 찾았지만, 여전히 영업 재개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형 플랫폼으로 쏠림이 가중되는 이커머스 업계의 차가운 현실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메프, 15년 역사에 ‘마침표’
1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전날 위메프에 파산을 선고했다. 위메프는 지난해 미정산 사태 이후 기업회생절차를 밟으며 매각을 추진해 왔지만, 결국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했다. 올 상반기엔 제너시스BBQ그룹이 실사까지 진행했지만 불발됐다. 앞서 법원은 지난 9월 “사업을 청산할 때의 가치가 사업을 계속할 때의 가치보다 크다는 것이 명백하게 밝혀졌다”며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바 있다.
위메프는 지난 2010년 10월 ‘위메이크프라이스(Wemakeprice)’라는 이름의 토종 소셜 커머스 플랫폼으로 출발했다. 온라인 공동구매를 통해 특가로 구매하는 ‘핫딜’ 개념을 정착시켰다. 티몬·쿠팡과 함께 ‘3대 소셜 커머스’로 불렸으며, 한때 쿠팡의 고객 수를 넘으며 온라인 유통 강자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쿠팡이 2016년 소프트뱅크로부터 조 단위 투자를 유치하고 오픈마켓, 직매입 구조로 빠르게 전환하며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2023년 위메프와 티몬을 인수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셀러(판매자) 정산금을 ‘돌려막기’에 쓰면서 1조원대 정산 지연 사태의 주범으로 몰락했다. 법정관리마저 실패하며 창사 15년 만에 파산이란 운명을 맞게 됐다.
앞서 EY한영이 지난해 말 법원에 제출한 실사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위메프의 수정 후 총자산은 486억원, 부채총계는 4462억원이다. 위메프의 계속기업가치는 마이너스(-) 2234억원이고, 청산가치는 134억원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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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회생법원이 10일 위메프에 파산을 선고했다. 사진은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지난해 8월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기업회생 심문기일에 출석하는 모습. 임세준 기자 |
오아시스가 인수한 티몬도 영업 재개 불투명
티몬은 오아시스마켓이라는 새 주인을 맞았지만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당초 지난 9월 10일이었던 오픈 예정일은 2개월 넘게 연기되고 있다. PG(결제대행)사, 카드사와 계약이 이뤄지지 못해서다. 기존 셀러들을 중심으로 1만여곳의 셀러를 확보하고 새 플랫폼도 준비했지만, 결제수단이 마련되지 못하면서 오픈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업계에서는 영업 재개가 밀릴 수록 오아시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오아시스는 이미 티몬 인수를 위해 181억원을 썼다. 116억원으로 티몬 지분 100%를 인수했다. 미지급 임금, 퇴직금 등 채권 65억원도 지급했다. 지난 7월엔 티몬 조기 정상화를 위해 500억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티몬 유지를 위한 고정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오아시스는 티몬에 남아있던 임직원 20여명을 오아시스로 재입사시킨 상태다.
오아시스는 PG사의 전향적인 입장 전환을 기다리는 중이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일단 티몬을 오픈해야 낮은 수수료율을 통해 셀러들에게 수익을 돌려드린다든가, 소비자에게 다양한 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할 수 있고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티몬 오픈에 대한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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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몬 홈페이지에 게시된 사과문 [티몬 홈페이지 갈무리] |
배송·AI 중요해진 이커머스…혹독한 구조조정 서막
이커머스 업계에선 위메프 파산이 구조조정의 서막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이커머스 업계는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쿠팡은 직매입과 자체 물류망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구축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연매출 40조원을 넘겼고, 올해도 40조원 후반대 매출이 예상되고 있다. 국민적 플랫폼을 구축한 네이버 역시 커머스 부문이 분기 매출 1조원에 육박하며 바짝 추격하는 중이다.
막대한 자본력을 등에 업은 C커머스(중국계 이커머스)의 공세도 거세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한 G마켓, 네이버와 손잡은 컬리처럼 양강 구도를 파고드는 후발주자들의 전략 싸움 역시 치열하다.
업계에서는 쿠팡 ‘로켓배송’, 컬리 ‘샛별배송’ 등 빠른 배송 경쟁력이 이커머스 플랫폼의 생사를 좌우하는 기준이 되면서 자체 물류망이 없는 중소 플랫폼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I(인공지능) 경쟁력도 변수다. AI를 활용해 물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개인화 추천을 고도화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경우 내년 ‘AI 쇼핑 에이전트’, ‘AI 탭’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예측, 제안하고 실행까지 완결하는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위메프 파산과 티몬 영업 재개 연기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갈수록 생존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줬다”며 “경쟁에서 밀려나는 중소업체가 매물로 나오더라도 인수자를 찾지 못하는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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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18일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티메프(티몬·위메프) 피해 판매자·소비자 연합인 검은우산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경영진 구속 수사 및 엄벌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
손실 보상 못 받게 된 피해자들 “국가적 사망선고” 비판
위메프 파산으로 손해를 보상받을 길이 사라진 피해자들은 망연자실 상태다. 파산 절차에서는 임금, 퇴직금 등 재단채권이 우선 변제돼 판매대금 등은 받을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티메프 피해자들로 구성된 ‘검은우산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법원에 회생절차 연장을 요구하며 항고장을 제출하기도 했지만, 30억원의 항고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기각됐다.
비대위는 지난 10일 파산 결정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이번 위메프 사태는 국가적인 사망선고”라며 비판했다.
비대위는 “사법부도, 정부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지금, 입법부인 국회가 나서야 한다”라며 “국회는 더 이상 이 사태를 방관하지 말고, 온라인 플랫폼 사기 피해자에 대한 구제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결국 피해자들은 국가와 제도 그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한 채 스스로를 대변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라며 “비록 기업은 파산했지만, 이 부당한 현실을 알리고 제도의 개선을 촉구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그간의 티메프 사태의 전반에 대한 백서 발간, 피해자뿐 아니라 중소상공인과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별도 단체 구성, 다양한 단체들과의 협력 등을 계획하고 있다.
신정권 비대위원장은 “중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은 사회적 약자로서 피해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라며 “백서 발간이나 단체 구성 등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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