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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공개매수 공백 속 커지는 온도차…글로벌 자본 시험대되나 [투자360]

일반 주주 지분매입 제각각…다양한 거래 ‘혼재’
제도 도입 지연되는 사이…자본의 움직임이 국내 M&A 지형도 바꿔

더존비즈온 [EQT파트너스 제공]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이 지연되는 사이 시장의 움직임이 한층 빨라지고 있다. 상장사 지배지분이 거래되는 과정에서 경영권지분에만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 성사되는가하면 일반 주주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 또한 이뤄지기도 했다.

여러 형태의 인수·합병(M&A)이 시도되며 공개매수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서 제자리걸음 하는 동안 글로벌 자본 움직임이 국내 시장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스웨덴 사모펀드(PEF) 운용사 EQT파트너스(이하 ‘EQT’)는 더존비즈온의 최대주주인 김용우 회장 등으로부터 보유지분 23.2% 전량을 매입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최근 체결했다. 주당 매매가는 12만원으로, 계약일 종가 대비 약 28%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EQT는 일반 주주 지분 공개매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을 남겨둔 상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에 대해 “일반 주주의 존재 자체가 무시되는 사례”라고 짚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을 통해 “EQT는 OECD 기업거버넌스 원칙에서 중시되는 ‘모든 주주에 대한 공정한 대우’ 내용을 고려해 프리미엄을 일반 주주에게 공평하게 부여하는 방법을 강구해야한다”며 “나머지 지분도 같은 프리미엄 가격에 공개매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QT는 최근 애큐온캐피탈·저축은행 매각을 시도하며 국내서 투자금회수 작업 또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유럽 최대 PEF 운용사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UBS를 매각주관사로 선임해 애큐온캐피탈·저축은행 인수자를 물색하려는 단계다.

이외에 EQT는 SK쉴더스 차환(리파이낸싱), 교보생명 풋옵션 관련 법정공방 등 국내 자본시장 행보가 주목된다.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의 투자회사로 출발한 EQT는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PEA) 등을 합병하며 사세를 키워왔다. 지난 9월 말 기준 운용자산(AUM)은 약 2670억유로(약 450조원) 상당으로 알려져 있는데, 규모 면에서 상위권 운용사로 손꼽힌다.

1조원대 ‘빅딜’ 더존비즈온 거래 성사를 앞둔 EQT는 국내 무대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처럼 외국계 PEF가 시장을 주도하는 양상이 자리한 배경에는 제도 공백이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강화한 상법 개정안이 우선 추진되는 동안 의무공개매수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서 계류되고 있다.

국회에는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6건 이상 발의된 상태로, 이달 정무위원회 법안소위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여부에 시장 관심이 모일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8월 공개한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대선 공양을 재확인한 바 있다.

법안이 계류되는 동안 시장에서는 각사 입맞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거래가 혼재했다. VIG파트너스(비올) 및 한앤컴퍼니(SK디앤디)는 공개매수한 반면 태광산업 컨소시엄(애경산업)은 최대주주 지분만을 매수해 주주 평등 원칙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시선을 받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제도 공백 속에서 대형 자본의 움직임이 국내 M&A 지형을 바꾸고 있다”며 “주주평등 원칙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면 ‘프리미엄은 지배주주만의 몫’이라는 낡은 관행은 사라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