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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비즈] 대한민국 제조업, 산업고도화를 향한 도전과 기회


지난 50여년간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엔진은 언제나 제조업이었다. 철강·석유화학·조선·자동차 등 중화학 공업으로 산업화의 뼈대를 세우고, IT 혁신으로 반도체·스마트폰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선도해 왔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을 필두로 시작된 대외여건의 변화는 기존판을 뒤흔들고 있다. 수출을 중심으로 경쟁해 왔던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경쟁국들은 기술·에너지·공급망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산업정책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가 산업정책을 둘러싸고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는 가운데 제조업의 고도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진화(進化)하고 있다.

우리 제조업도 새로운 질서에서 살아남기 위해 ‘산업정책의 전장(戰場)’에 서 있다. 그 첫 번째 시험대에 석유화학과 철강산업이 올라와 있다. 두 산업은 범용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한 뒤 저렴한 가격으로 전 세계에 수출하는 방식의 성장전략을 취해왔으며, 그간의 자유무역 질서하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했다. 하지만 무역장벽이 높아지는 가운데 경쟁국들의 설비 증설에 따른 글로벌 공급과잉이 유발한 구조적 위기는 기존 성장전략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제 석유화학과 철강산업은 산업고도화를 통해 구조적 전환에 성공하느냐, 역사의 뒤안길로 쇠퇴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두 산업은 ‘산업의 쌀’로서 자동차·조선·기계·반도체·배터리 등 전방산업의 근간이다. 산업 연관 효과를 보면 석유화학은 1위, 철강은 3위로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막대하다. 또한 석유화학에는 약 4만명, 철강에는 약 10만명의 근로자가 종사하며 지역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 핵심 소재산업인 석유화학과 철강산업이 무너지면 그 여파는 전방산업으로 확산되어 우리 산업의 공급망이 흔들리고, 제조업의 근간까지 약화할 수 있다. 결국 두 산업이 가야 할 길은 산업고도화를 통한 고부가·친환경으로의 구조적 전환뿐이다.

정부는 지난 8월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 로드맵’과 11월 4일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하며 산업 체질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번 구조개편은 한 산업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 소재인 화학과 철강산업이 살아나야, 자동차·조선·반도체 등 전방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또한 두 산업의 성공적인 재편은 성숙기에 접어든 우리 주력 제조업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모범사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구조로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다. 비효율을 걷어내기 위한 설비조정과 고부가 전환에는 비용과 고통이 수반된다. 그러나 유례없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려면 그에 맞는 혁신이 필요하다. 기업들은 자발적 사업재편에 나서고 정부는 금융, 세제, 연구개발, 규제 개선 등 정책 패키지를 마련하여 뒷받침하는 이인삼각 협력으로 이 위기를 넘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과감한 구조개편으로 부활한 ‘조선업’이라는 좋은 선례가 있다. 조선업은 고강도 자구노력과 기술혁신으로 세계 1위의 경쟁력을 되찾고, 최근 한-미 통상협상에서도 결정적으로 이바지했다. 석유화학과 철강 역시 혁신 의지와 전략적 지원이 결합한다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다. 민관이 함께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산업구조개편에 성공한다면 우리 제조업은 다시 한번 새롭게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