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보험대상 30주년 기획④
보험사 디지털전환 핵심 과제
노후 시스템 개선 ‘코어 현대화’
디지털 보험사 ‘맞춤형 규제 적용’
고객 데이터 활용 ‘신뢰도 제고’
보험사 디지털전환 핵심 과제
노후 시스템 개선 ‘코어 현대화’
디지털 보험사 ‘맞춤형 규제 적용’
고객 데이터 활용 ‘신뢰도 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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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보험산업의 디지털 전환 세 가지 허들을 넘는 열쇠입니다.”
보험산업이 인공지능(AI) 중심 디지털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20년 이상 된 노후 시스템, 대면 채널 중심 규제 체계, 낮은 소비자 신뢰도 등의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AI 전환의 선봉장 역할을 해야 하는 디지털 보험사조차 제한적인 영업 제도·환경 등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혀 AI 혁신에 충분한 자원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산업이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지만, 유독 보험만큼은 대면 채널 비중이 절대적이다. 생명보험사 신계약 중 대면 채널 비중은 지난 2022년 99.8%에서 지난해 99.6%로 변화가 없었다. 예금·증권·카드 모두 디지털 채널이 주류가 됐는데 왜 보험만 예외일까.
김영석 교보라이프플래닛 대표는 이런 현실에 대해 “트랩에 갇혀 있다”고 진단하며 세 가지 구조적 장벽을 언급했다.
먼저 예금이나 카드는 필요할 때 소비자가 스스로 찾지만, 디지털 보험사는 이런 수요를 불러올 수 없어 검색 광고와 통신사·플랫폼 제휴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다.
둘째, 보험 상품의 복잡성이다. 복잡한 상품은 수익성이 높지만, 디지털로 팔 수 없다. 설명과 설득, 안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미 많은 마케팅 비용이 투입되는데, 상담원 비용까지 있어 이익을 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셋째, 신뢰의 벽이다. ‘내가 보험금을 제때 받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설계사가 있는 채널은 이 신뢰를 어느 정도 보장한다. 설계사가 보험금 청구를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디지털은 무형이기 때문에 이 확신을 주기 어렵다.
김 대표는 AI가 이 세 가지 허들을 넘을 열쇠라고 강조했다.
그는 “설계사가 불러일으킨 수요를 우리가 앞서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면서 “설계사한테 이야기를 들은 고객이 한 번 더 찾아볼 때, 쉽게 대화 나눌 수 있는 AI가 있으면 승산이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는 시스템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 실시간 데이터 처리와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연동이 필요한 AI 서비스를 구현하려면 코어 시스템부터 현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보험사들은 이미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IT 지출의 70%를 기존 시스템 유지에 쓰는 구조를 개선해, 다각적으로 혁신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예컨대 프랑스 신용보험사 알리안츠 트레이드는 거대한 단일 시스템을 작은 서비스 단위로 쪼개 응답 시간을 수 초에서 수백 밀리초(ms)로 단축했다. 고객이 보험 가입을 문의하거나 보험금을 청구할 때 기다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다. 미국 보험사 스테이트 팜은 수십 년간 사용해 온 대형 컴퓨터 시스템의 30%를 클라우드로 옮겨,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현대적 프로그래밍 언어로 전환했다.
적극적인 AI 전환을 위해서는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국이 디지털 전용 보험 모델의 특수성(낮은 사업비·운영 리스크)을 반영하지 않고 대면 채널과 동일한 자본·마케팅 규제를 적용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디지털만의 운영 모델을 당국이 인정해 주지 않아, 대면 채널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면서 “대면 채널뿐인 산업은 건강하다고 보기 어렵다. 디지털이 선택지로 있어야 보장 갭을 줄이고 보험료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디지털 보험사에 차별화된 규제를 적용하는 것처럼 국내에서도 디지털 보험사의 특성을 반영한 규제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도 “한국에서는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지만, 혁신 속도는 더딘 경향이 있다”면서 “회사 규모에 비례한 규제를 적극 도입해 다양한 공급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시장 세분화를 촉진해 특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무엇보다 AI 전환의 성공을 위해서는 소비자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 보험연구원 조사에서도 보면 보험사 데이터 활용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는 39%에 불과했다. 은행(50%)·의료기관(46%)보다 낮은 수치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AI 챗봇 이용자 중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결국 전화 상담으로 넘어온 고객의 80~90%는 챗봇과 씨름하다 화가 난 상태로 문의하는 고객”이라고 전했다. 디지털 서비스 경험에서 불신을 키우고 있는 상황인 만큼, 서비스 품질도 빠르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보험계리법인 밀리만의 톰 프린스 수석계리사는 신뢰할 수 있는 AI 시스템의 3대 원칙으로 ▷안정성 평가 중심 개발 ▷규제 준수·개인정보보호 설계 ▷최종 책임은 인간이 개입할 수 있는 체계(Human-in-the-loop) 등을 제시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생성형 AI 리스크로 환각(잘못된 정보 생성)·편향·독성·데이터 프라이버시 침해·보안 취약성 등을 지목했다.
AI 신뢰 확보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개입과 포용적 설계의 문제라는 점을 학계는 공통적으로 제언한다.
한소원 서울대 교수는 “단순히 조언이 AI로부터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고령층과 디지털 취약 계층을 배려하고, 기능적 효율을 넘어 관계적 적응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