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지난 1930년대 대공황 시절 30년 만기 모기지를 도입해 중산층의 주택 소유 시대를 열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과 자신을 나란히 비교한 이미지를 업로드 하면서 "50년 만기 모기지가 루즈벨트 대통령의 정책에 버금가는 성과를 올릴 것"이라고 주장했다.상환기간이 기존 30년에서 50년으로 20년이나 연장되는 만큼 원금과 이자를 지불하는 월 페이먼트가 줄어들어 주택 구매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빌 풀티 미국 연방주택금융청(FHFA) 청장도 "청년층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라며 "50년 만기 모기지는 주택 시장 위기해소에 가장 중요한 무기"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의 주택 시장은 치솟는 집값과 금리 상승 그리고 경기 침체의 삼중고에 고통 받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물가 상승을 막겠다며 금리를 올리자 한때 2~3%까지 떨어졌던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3년 넘게 6%를 넘고 있고 이에 팬데믹 기간 초저금리로 집을 샀던 주택 소유주들은 이사를 포기하면서 재고는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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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부동산 포털 레드핀과 부동산중개인협회(NAR) 등은 집값과 금리의 동반 상승에 미국인 가구의 대다수가 월 소득의 약 39%를 모기지 상환에 할애하고 있으며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연령층도 어느새 40세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일단 단순 계산만으로는 50년 만기가 30년에 비해 부담은 적다. 가령 현재 금리인 6.25%(30년 고정)으로 미 중간가 주택(40만달러)을 구매한다면 매월 2463달러(다운페이 20% 기준)를 상환해야 하는데 기간이 50년으로 늘면 월 상환액은 2180달러로 약 12%가 줄어든다. 문제는 상환 기간 연장이 실제 절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순 페이먼트가 아닌 총 이자 납부액을 생각해 보자. 기존 30년 상환의 경우 대출 기간 동안 지불하는 이자는 48만7000달러 정도다. 하지만 50년의 경우 이 이자금액만 무려 90만 8천달러가 된다. 월 페이먼트 12%를 줄이고자 40만달러 이상의 이자를 추가로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특히 모기지 상환 프로그램이 초기에는 대다수의 페이먼트가 월 이자로 나가고 이후 기간이 길어질 수록 원금 상환비율이 높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는 곧 상환 기간이 길 수록 주택 가치 상승에 따른 에퀴티 축적 효과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30년 상환의 경우 절반이 조금 넘는 18년이 되면 20만달러 정도의 에퀴티를 갖게 되지만 50년 상환의 경우 28년이 지나서야 겨우 주택 가치의 절반이 내 것이 된다. 만약 서브프라임 위기 처럼 주택 시장이 위축돼 집값이 떨어지면 50년 상환 주택의 상당수는 이른바 깡통주택이 되고 결국 채무불이행(디폴트)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 정책은 대다수이 미국인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마조리 테일러 조지아 주 하원의원 등도 "평생 원금 보다 많은 이자만 내다 집값을 다 갚기도 전에 죽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자 수익 증가로 수혜 대상이라는 은행들도 '50년 모기지'에 부정적이다. 한 대형 은행 모기지 부서 관계자는 "바보가 아닌 이상 월 페이먼트 조금 아끼느라 2배가 넘는 이자를 내는 프로그램을 왜 택하겠는가"라며 "인간의 노동 가능 기간이 갈 수록 짧아지고 있는데 상환기간을 더 늘리면 이직이나 실직 등에 따른 위험부담도 커져 실제 디폴트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기관 측면에서는 이자 수익보다 부실대출의 위험이 더 걱정된다"라고 지적했다. 금리 역시 50년이 가장 높게 책정된다. 5년보다는 10년, 10년보다는 15년,그리고 15년 보다는 30년 고정의 금리가 높듯 50년의 경우 그 금리가 더 상승하게 되고 이 경우 월 페이먼트도 차이를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