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김형석, 백 년의 유산’ 출간 기자간담회
지난해 기네스 등재…“평생 인문·철학에 헌신”
“더 많은 사람이 인간답게 살아야 사회가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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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가 12일 서울 중구의 한 컨퍼런스하우스에서 ‘김형석, 백 년의 유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북이십일]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오래 살면서 보니 우리 사회는 가치관을 상실했다. 가치관이 성장하면 나와 사회가 성장하고, 가치관을 상실하면 분열과 혼란이 온다. 가치관을 상실하지 말고 휴머니즘과 진실을 택해야 한다.”
기네스 세계 기록 인증 ‘세계 최고령 저자’인 김형석(105)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는 12일 서울 중구의 한 컨퍼런스하우스에서 열린 ‘김형석, 백 년의 유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이 경제적으로는 발전했지만 이념 대립과 경쟁 속에 인간성을 잃어버렸다고 통찰했다.
1920년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해방 전후, 군부 독재, 민주 정권까지 한국사를 고스란히 겪어 온 그는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젊은이들한테 미안한 일을 하지 말라고 얘기한다. 싸우는 것밖에 배우는 것이 없다. 진실하고 정직해야 한다”며 “악을 버리고 선을 택하자. 더 많은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사회는 성장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치의 관여가 적었던 문화, 의학 분야나 경제 분야는 국제적인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평가다. “자유가 인정된 사회는 올라가고 구속된 사회는 올라가지 못한다. 보편적 자유를 누리는 나라가 성장할 것”이라며 “앞으로 30년쯤 지나게 되면 진정한 의미의 자유를 느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우리나라가 독재 국가, 권력 국가를 넘어서 법치 국가까지 왔지만, 다시 혼란을 거듭해 권력 국가로 내려가려 했다”며 질서 국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는 진보 보수가 되고, 진보는 미래를 창조하는 진보가 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김 교수의 말이 묵직한 울림을 주는 것은 그가 지식인으로서 온전히 살아낸 세월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기네스 세계 기록에 ‘세계 최고령 저자’로 등재돼 올해 5월 기네스 레코드 실물 액자를 받았다. 기네스는 “세계 최고령 남성 작가는 대한민국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김형석이다.
그는 2024년 서울에서 ‘김형석, 백 년의 지혜’의 최종 원고가 출판 승인을 받을 당시 103세 251일이었다”며 “김형석 교수는 평생을 인문과 철학의 길에 헌신해 온 학자로, 이 책에는 그가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자 하는 삶의 통찰과 지혜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국내외에서 화제가 됐지만 정작 본인은 기네스 등재 사실도 나중에 알았다. 그는 “나는 관심이 없었는데 외손녀가 기네스북 등재를 준비했다. 미국에 있는 한국 사람이 기네스에 올랐다고 얘기하더라”며 “두 권쯤 더 쓰면 나보다 더 나이 들어 쓰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는데 한 권은 모르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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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가 12일 기네스 세계 기록 인증 액자 옆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북이십일] |
‘김형석, 백 년의 지혜’가 50대 이상 독자를 염두에 둔 책이었다면, 이번에 출간한 ‘김형석, 백 년의 유산’은 전작보다 좀 더 젊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철학과 종교, 죽음과 삶, 사회와 공동체를 하나의 사유로 엮어내며 이 시대가 잃어버린 ‘인간의 품격’을 되찾고자 한다.
‘무엇이 인간다운 삶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사랑과 양심, 자유와 감사’라고 답한다. 휴머니즘과 사랑이 개인과 공동체의 의무이며, 인간의 궁극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는 정언이다. 그는 인간성이 소거되고 모두가 자본과 권력만을 추구하는 이 시대에서 “휴머니즘이 모든 물질과 이데올로기에 앞선다”고 말한다.
인공지능(AI)에 대해서도 “좋은 것을 택하면 플러스가 되지만 잘못 택하면 큰일이 난다. 인간이 주인이고 목적이라는 생각을 버리면 안 된다. 진실과 거짓, 선과 악은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세기를 넘게 살아온 어른으로서 그는 미래를 이끌 청년들에게 “사회는 항상 경쟁하게 돼 있지만 선의의 경쟁을 하자. 나보다 못한 사람이 같이 갈 수 있도록 도와주자”며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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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석, 백 년의 유산’ 표지. [북이십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