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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은퇴가 뭐죠?…‘영원한 청년’ 유준상의 큰 꿈

유준상 21세기경제사회연구원 이사장 스토리
마라톤 사랑 인생…오늘날 K-마라톤 열풍 주역
100세때 마라톤 10㎞ 완주한후 그때 손뗄 것
‘화이트 해커’ 대부라 불리며 정보보안 인재 양성
정보 리더 키우는 “한국형 마쓰시타 정경숙” 꿈
정치 원로로서의 조언 “AI 시대, 포용ㆍ협치를”
APEC 기간 ‘GPU 26만장’은 AI경제에 청신호
개인적으론 손자의 아이들과 여행하는 게 소망

‘영원한 청년’이자 ‘화이트해커의 아버지’로 불리며 마라톤과 정보 보안 후학 양성의 꿈을 꾸며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유준상 21세기경제사회연구원 이사장. 그는 지난 11일 헤럴드미디어그룹을 방문해 정치인 이후의 마라톤 삶, 그리고 AI시대 화이트 해커 양성에 전력을 다했던 자신의 스토리를 인터뷰를 통해 풀어냈다. 유 이사장이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유준상 21세기경제사회연구원 이사장에겐 두가지 닉네임이 따라붙는다. 하나는 ‘영원한 청년’이고, 또다른 것이 ‘화이트해커의 아버지’다. 청년과 아버지라니, 상충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 두개의 키워드는 그의 향후 꿈과 관련이 크니 묘하게 어울린다. 국회의원 4선의 내로라하는 정치인을 거쳐 어느날 마라톤에 꽂힌 삶을 살았고, 이후 정보보안 전문가로서 쉼없이 달려온 그는 늘 동안(童顔)을 지닌 청춘(靑春)이었고, 후학을 위한 대부(代父) 인생을 살아왔으니 그렇다는 것이다.

그동안 15년간 이끌었던 한국정보기술연구원(KITRI) 원장 자리에서 물러난뒤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헤럴드미디어그룹에서 만난 유준상 이사장(그는 현재 21세기경제사회연구원 이사장으로서 새 미래를 설계 중이다)은 “정들었던 KITRI 원장직에서 퇴임하셔서 섭섭하겠다”는 말에 “퇴임이요? 은퇴요? 그런 말 마세요. 제게 은퇴란 없습니다. 제 인생의 마라톤은 끝나지 않았어요”라고 손사래친다. 새로운 역할을 찾아 젊은 마인드를 계속 추구하면서 후학들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모색하고 있다는 뜻이다.

유 이사장은 두가지 큰 꿈을 갖고 있단다. 역시 마라톤과 정보보안 분야에서의 꿈이다.

“올해 개최한 제17회 사이버 영토 수호 마라톤대회를 발전시켜 앞으로 30회까지 열고, 그 30회 대회에서 마라톤 10㎞를 완주한 후 손 떼는 게 소망입니다.”

인생 4막, 여전히 마라톤은 현재진행형

유 이사장은 지난달 29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에서 ‘내 인생의 마라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는데, 그날 “정치 인생을 마친 후 65세 나이에 42.195km 마라톤 완주를 통해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찾았으며 나아가 울트라 마라톤까지 완주하며 ‘인생 3막’을 열었고, 여전히 제게 마라톤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해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젊은이에 비할 바는 안되지만 아직 건강한 체력을 갖고 있기에 앞으로 13년간은 더 뛰겠다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하면 100세때까지 마라톤을 뛰고, 그때 마라톤인생 화룡점정을 이루겠다는 것이니 의욕이 대단하다.

유 이사장은 오늘날 대한한국을 휩쓸고 있는 마라톤 열기, 나아가 전세계 주목을 받고 있는 K-마라톤 열풍의 주역이기도 하다. 그가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21세기경제사회연구원은 지난 1992년에 시작돼 1993년 기획재정부에 등록된, 30년 넘게 정책 개발과 봉사 활동을 지속해 온 단체다. 연구원은 정책, 사회, 정치, 문화, 통일 문제까지 광범위한 세미나와 토론회를 통해 우리 사회에 기여 중이다. 이 연구원의 상징적 활동이 바로 마라톤 대회다. 그는 연구원 등을 통해 ‘더 좋은 나라 만들기 마라톤’을 출발점으로 ‘독도 수호 마라톤’을 거쳐 현재의 ‘사이버 영토 수호 마라톤’까지 17회를 진행했다. 유 이사장은 앞으로 30회까지 대회를 운영하며 세대 간 소통, 통일 문제, 지역 갈등 해소, 사이버 보안 등 모든 분야에 대해 마라톤을 통해 소통과 논의를 지속하겠단다.

유준상 제17회 사이버 영토 수호 마라톤대회 대회장(맨앞)이 지난 9월 본격적인 대회 마라톤 출발에 앞서 참석 내빈들 앞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정보기술연구원>

그의 삶의 철학은 이처럼 마라톤으로 집약된다. “인생은 마라톤과 같아요. 짧은 거리를 뛰는 게 아니라 긴 호흡을 갖고 뛰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 인생의 마라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다닙니다.”

마라톤을 인생에 비유하자면, 가장 힘든 30km~33km 구간 고비를 넘어야 완주라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듯이, 인생 3막을 넘어 4막으로 가는 고비를 지혜롭게 넘기는 것이 중요하단다. 그러니 인생 4막을 아름답게 일궈 100세까지 뛰겠다는 그의 의지를 감안하면 역시 ‘영원한 청년’임이 틀림 없다.

유 이사장의 다른 쪽 시선은 정보 보안 리더 양성에 꽂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일찌감치 ‘AI 세계 3대 강국’을 표방하면서 인공지능(AI) 분야 100조 투자 등 ‘AI코리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정보 보안에 대한 획기적인 육성책이 시급합니다. 유능한 정보 보안 리더를 대거 양성해야 합니다.” AI 정책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떠오른 것은 환영할 만한 것이지만, AI 시대에 걸맞는 정보 보안 인력과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유 이사장이 오랫동안 ‘화이트 해커(White Hackerㆍ악의적인 해킹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해커)’ 양성에 심혈을 기울여왔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15년간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을 맡으면서 AI시대 도래를 예견했고, 나날이 커져가는 정보 보안에 대한 심각성과 중요성에 주목해왔다. “AI 강국 선언과 함께 발생한 SK텔레콤과 KT통신망 해킹 사건은 우리가 앞으로 정보 보안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입니다. 이를 방치하면 앞으로도 계속 보안 사고가 터질 것이고, 이걸 막으려면 AI 기술로 무장한 보안 인력 양성이 어느 때보다 시급합니다.”

더 나은 대한민국...훌륭한 리더들 양성하고파

KITRI 원장 때의 성과는 크다. 지난 여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전 세계 해커들이 모여 세계 최고 국제해킹방어대회, 즉 ‘2025년 DEFCON(데프콘) CTF 33’을 열었는데, 대한민국 연합팀은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해킹방어 기술에 관한한 우리 인재들이 세계 초일류이며, 화이트 해커에 관한한 대한민국이 최고라는 긍지를 가져다줬다. 이러한 정보 보안 고급 기술과 인력을 더 많이 배출해 AI시대 정보 보안에 물샐틈없는 방어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유 이사장이 ‘한국형 마쓰시타 정경숙((松下政經塾)’의 꿈을 꾸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마쓰시타 정경숙은 마쓰시타 전기산업의 창업자인 고(故)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제2의 메이지유신을 일으킬 인재를 키울 목적으로 설립한 차세대 리더 양성기관이다. 정경숙은 1979년 설립됐다. 기업 출연으로 만들어진 정경숙은 정부 지원없이 이자 수익 등으로 운영되는데, 오늘날 일본에선 정경숙을 통해 사회 각계에 최고 리더들이 다수 배출됐다. 이런 일에 그가 나서고 싶다는 것이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각 분야의 훌륭한 리더를 양성하는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일본의 ‘마쓰시타 정경숙’처럼 AI시대 대한민국 발전을 견인할 후학을 많이 키우고 싶습니다.”

유준상 21세기경제사회연구원 이사장이 헤럴드스퀘어 스튜디오에서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임세준 기자

그는 자신이 이끌고 있는 21세기경제사회연구원을 확대 재편성해 각 분야 전문가와 국가를 이끌 리더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훈련시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국가 발전을 위해 각 분야별 전문 인재양성을 통해 국가에 헌신과 봉사를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 역시 인재양성을 위해 정보보안 인력 양성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봅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식으로는 절대로 정보 보안을 지켜낼 수 없어요.”

유 이사장은 그런 점에서 최근 경주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유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중 패권 싸움이 절정에 달했을 때 한국 외교를 전세계에 보여주는 좋은 기회였다는 것이다. 특히 핵추진잠수함 제작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점과 엔비디아(NVIDIA) 젠슨 황의 GPU 26만장 우선 배분 약속은 AI코리아에 커다란 청신호를 줬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AI 3대 강국으로 가기 위한 네 가지 핵심 요소를 제시했다. 일단 최고급 AI 인재 양성 및 확보, AI 연구ㆍ개발 및 산업 현장을 이끌어갈 최고 수준의 고급 인력의 대규모 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고품질 데이터 및 인프라 구축 그리고 보호가 절실하다고 했다. AI 개발의 기반이 되는 양질의 학습 데이터와 고성능 컴퓨팅 자원(AI 인프라) 확보가 필수란다. 셋째로는 혁신을 촉진하는 제도 및 거버넌스를 확립, 제도적ㆍ법적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하며 AI 발전에 따르는 이같은 제도와 법적 기반을 국가가 튼튼하게 받쳐줘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컴퓨팅 강화가 필요하단다. “AI강국으로 가기 위해선 GPU 확보가 중요한 만큼 GPU 클러스터 등의 고성능 컴퓨팅 파워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 체계 등 AI 연산을 위한 강력한 기반 시설을 확충해야 합니다.”

마라톤과 같은 긴 호흡으로 대한민국 미래와 AI 강국으로의 도약을 강조하던 그는 정치권에 대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유 이사장은 현재의 지나친 정치 대립 구조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며, 정치 원로로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한때 몸담았던 정치권과 국민에 대한 예의일 것 같다고 했다.

AI시대 정치, 국익 위한 통합과 포용으로

“현재 우리나라에는 정치보다 경제와 안보가 가장 중요하며 경제 발전을 위해선 첨단 과학, 특히 AI시대에 맞는 기술패권 국가로서 집중적인 투자가 절실합니다.”

정치(政治)의 한자 뜻을 보면 ‘나라와 정사를 다스린다’인데, 지금은 ‘정치’가 아닌 ‘싸움’으로 변질돼 오직 갈등과 분열로만 치닫고 있다는 것이 그가 아쉬워 하는 대목이다.

“지금부터라도 여당은 정부로서 권력을 잡았으니 좀 큰 형님처럼 선정을 베풀듯이 해야 하고, 야당은 여당 발목만 잡을 게 아니라 정책을 갖고 국민을 설득시켜야 합니다. 정치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해선 서로가 양보할 건 양보하고, 국익 앞에선 과감히 손잡고 포용해야 합니다. 즉, 정치권이 ‘통합과 포용’의 정치를 해 나가야 해요.”

통합과 포용은 특히 AI시대를 맞아 더욱 중요하단다. AI 혁명시대의 연구개발(R&D) 투자 그리고 AI 3대 강국으로 가기 위한 입법 문제엔 여야가 정쟁 고리를 풀고 오로지 국익에 초점을 둔 협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뷰 끝 무렵 ‘100세 마라톤 10㎞ 완주와 한국형 마쓰시타 정경숙 외에 다른 특별한 꿈이 있느냐’고 물으니 다소 엉뚱하지만, 인간적인 답이 돌아온다. “개인적으로 손자의 아이들과 여행하는 게 꿈입니다. 그걸 소망합니다. 4대가 함께요.” 혹시 손자의 아이들을 앞세워 여행지에서 가족 마라톤을 계획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ysk@heraldcorp.com

사진=임세준 기자/jun@heraldcorp.com

■유준상 프로필

-1942년생.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11~14대 국회의원, 신민당 원내부총무, 민주당 수석부총무, 신민당 정책위의장, 민주당 최고위원ㆍ부총재 역임

-전 한국정보기술연구원장

-현재 21세기경제사회연구원 이사장, 국민의힘 상임고문, 대한민국헌정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