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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스스로 손발 묶었다…‘항소 포기’에 대장동 업자들만 웃는다 [세상&]

유동규(왼쪽부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 [뉴시스]

대장동 민간업자 항소심 서울고법 형사3부 배당
검찰은 항소 포기, 피고인은 전원 항소
검찰, 대장동 일당 주장에 ‘반박’만 가능
재판부 직권 판단 여지도 사실상 없어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 배정이 마무리됐다. 검찰의 항소 포기로 항소심 재판이 대장동 일당들의 일방적인 주장만 펼쳐지는 ‘독무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 비리와 관련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에 대한 항소심이 전날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부장 이승한)에 배당됐다.

지난달 31일 1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2부(부장 조형우)는 유 전 본부장에 징역 8년과 벌금 4억원 및 추징금 8억 1000만원, 김 씨에게 징역 8년과 428억원의 추징금을 선고했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각각 징역 4년과 5년을, 정 변호사에게는 징역 6년과 벌금 38억원 및 추징금 37억 2200만원을 선고했다.

형사 사건 항소 기한은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다.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는 선고 당일인 지난달 31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어 4일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5일 김 씨까지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피고인 전원이 항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8일 오전 0시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아 ‘항소 포기’ 상태가 됐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을 경우에는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1심 판결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

법조계에서는 항소심 결과 뿐만 아니라 재판 자체도 민간업자들의 일방적인 독주무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장동 일당이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주로 심리가 이뤄지고 1심에서 무죄가 나온 부분을 유죄로 뒤집거나 추징금을 늘리기 위한 공방은 이뤄지기 어렵다는 예측이다. 항소심 재판은 항소한 측이 제출한 ‘항소이유서’를 중심으로 심리가 이뤄진다. 항소이유서에 담기지 않았어도 1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유에 대해 재판부가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피고인 측에게 유리한 방향이 아니라면 양측이 주장하지 않은 내용을 판단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형사 재판은 검사에게 엄격한 증명 책임을 지우고 피고인 측에게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검찰이 항소를 하지 않았는데 피고인 측의 무죄나 양형 부당 주장 외에 더 중한 혐의를 살펴서 판단할 재판부는 없을 것”이라며 “선고형을 1심보다 늘릴 수 없어서 검사가 재판에서 열심히 주장할 요인이 없다. 설사 검찰이 주장해도 재판부가 ‘실익이 없다’며 제지시킬 수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현직 부장판사는 “이론적으로 1심 판결에서 ‘이유무죄’에 해당하는 부분은 검찰이 항소하지 않는다고 무죄가 확정되지 않아 재판부가 직권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대장동 사건의 경우 특가법 배임은 포괄일죄여서 직권 판단 대상의 예외에 해당하고,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은 주문무죄가 나와 직권 판단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장동 항소심에서는 1심에서 무죄가 나온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 혐의가 주된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가법 배임은 대장동 일당의 형량과 연결된다. 1심 재판부는 업무상 배임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배임액을 정확히 산정할 수 없어 특가법 배임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업무상 배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특가법 배임은 이득액이 50억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검찰은 1심 결심공판에서 김 씨 징역 12년, 정 회계사 징역 10년, 남 변호사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은 범죄수익 추징과 관련된다. 검찰은 대장동 아파트 및 택지 분양 수익 등이 발생하기 시작한 2019년 3월부터를 기수 시점으로 판단해 7886억원 수익금 전액을 추징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2015년 8월 19일이 기수 시점이라고 판단, 공소시효(7년)가 지나 면소 판결을 내렸다.

대장동 민간업자들은 유죄로 판단된 업무상 배임, 뇌물 등 혐의를 부정하고 양형이 과하다는 취지로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등은 1심 재판 막바지에 이르러 수사 당시 검찰의 압박을 받아 거짓 진술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항소심에서도 이러한 주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