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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블랙리스트<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배상 책임없다”

前 PD·작가 11명 국가상대 소송서
법원 “소멸시효 지났다” 청구 기각
국정원의 MBC 불법사찰은 인정
법원 “언론인 인격권 침해 존재”
피해자 항소제기…2심 심리 예정

이명박 정부 시절 불법 사찰을 한 국가정보원이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피했다. 사진은 국정원 모습 [ DB}

이명박 정부 시절 ‘MBC 정상화 전략’ 문건을 만드는 등 불법 사찰을 한 국가정보원이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당시 국정원의 사찰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했지만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국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46민사부(부장 김형철)는 전 MBC 소속 PD·CP, 작가 A 씨 등 11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국가배상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A씨는 “국가가 1인당 5000만원씩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A씨 등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은 공영방송 장악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0~2013년께 MBC 담당 국정원 정보관이 ‘MBC 정상화 문건’을 작성해 당시 김재철 MBC 사장에게 전달했다. 해당 문건은 총 49건에 달했는데 제목은 ‘좌편향 인물 활동 실태’ ‘종북 기자 및 PD현황’ ‘불순모임 특이동향 및 평가’ 등이었다.

실제 퇴출 대상으로 분류된 기자·PD 등은 부당하게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사장은 국정원의 문건 방침을 그대로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사장으로 있는 동안 ‘PD수첩’ 등 시사 프로그램이 폐지됐고, 파업에 참여한 직원들이 업무와 무관한 스케이트장 등으로 전보됐다.

A씨 등은 2023년 6월께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국정원의 행위는 직무 범위에서 벗어난 행위”라며 “언론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하며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가는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은 정보수집 활동을 한 것에 불과하다”며 “방송의 부적절한 면을 지적한 것에 불과하므로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소멸시효도 이미 지났다”고 반박했다. 국가배상법에 따르면 손해배상 청구권은 불법행위 종료일부터 5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국정원이 관련 문건을 작성한 마지막 시기는 2013년 1월이었다. 그런데 A씨 등은 소송을 2023년 6월에 제기했다. 국가는 이를 지적하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대한민국의 손을 들어줬다. 국정원이 불법행위를 한 건 맞지만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봤다. 재판부는 “당시 국정원의 행위는 정부가 표방하는 것과 다른 견해 또는 이념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 하에 불법사찰을 한 것”이라며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행위로 A씨 등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는 점은 충분히 인정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가는 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멸시효가 지났다며 A씨 등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A씨 등에게 현실적으로 손해의 결과가 발생한 날은 관련 문건이 마지막에 작성된 2023년 1월”이라며 “소송은 5개월이 지난 2023년 6월에 제기됐으므로 손해배상 채권이 소멸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결론내렸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소멸시효 기간을 다르게 계산해야 한다”며 “이 사건은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일 뿐 아니라 국정원 조직의 특성상 A씨 등은 불법행위가 있었음을 객관적으로 아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서울중앙지검은 2018년 1월께 보도자료를 통해 국정원 소속 공무원의 불법행위를 공개해 국정원 직원의 사찰 사실을 외부로 드러나게 했다”며 “그럼에도 소송이 5년이 지난 2023년 6월에 제기됐으므로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하는 게 맞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A씨 등의 항소로 2심이 서울고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안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