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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보험 가입→해지 반복…보험사 울상

진단만으로 보험금 지급구조 이용
면책기간 없는 단기보험 허점 노려
선의 가입자 보험료 인상 전가 우려


겨울 독감철을 맞아 일부 소비자들이 단기 질병보험을 이용해 보험금을 받은 뒤 곧바로 해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특정 시점에 보험금 청구가 집중되며 손해율이 급등하고, 결국 선의의 가입자에게 보험료 인상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독감 진단받고 하루 만에 보험금 받았다”, “보험금 받은 뒤 바로 해지했다가 1년 뒤 재가입하면 된다”는 식의 게시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월 3000~5000원의 보험료로 10만~30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는 후기성 글이 퍼지며 ‘독감철 단기보험 꿀팁’처럼 소비자 간 정보공유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행태는 단기 질병보험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독감이나 감염성 질환 진단만으로 보험금이 지급되는 구조를 이용해, 유행 시기에만 단기 가입→진단→보험금 수령→해지를 반복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손보업계 관계자는 “이처럼 가입 후 해지를 반복하는 행태가 포착되고 있다”라며 “악용 사례가 더욱 많아지면 상품구조 변경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면책기간 없는 단기 질병보험’ 확산이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꼽는다. 기존에는 가입 후 90일가량 면책기간이 적용돼 해당 기간 중 진단을 받아도 보험금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상품들은 면책기간을 없애거나 30일 이내로 단축해 ‘즉시 보장’을 내세우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리하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금 청구가 단기에 집중되는 리스크가 커진 구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장을 빨리 해주는 구조 자체는 문제될 게 없지만, 이를 악용해 반복 청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단기성 상품이 많아질수록 유행성 질환이 번질 때마다 손해율 변동 폭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상품은 보험금 지급 후 60일만 지나면 해지가 가능해, 이를 이용한 ‘단기 이익 챙기기’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보험료보다 훨씬 큰 보험금을 받은 뒤 단기간 유지 후 해지하면 사실상 이익이 남는 구조다.

이런 가운데 올겨울 독감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손해보험사들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질병관리청의 의원급 인플루엔자 환자 표본감시 결과에 따르면, 올해 44주차인 지난 일주일간(10월 26일∼11월 1일) 전국 300개 표본감시 의원을 찾은 독감 증상 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22.8명으로 집계됐다.

1주 전(13.6명)보다 67.6% 급증한 수치로, 이번 절기 유행 기준인 9.1명의 2.5배 수준이다. 질병청은 “올해는 환자 증가 속도가 빠르며, 남반구 유행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동절기 유행 강도도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보사들은 실손보험과 독감 특약으로 인한 보험금 지출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보험사들이 감염성 질병 보장 한도를 대폭 확대한 뒤 경쟁적으로 판매에 나섰던 탓에 올겨울 유행이 장기화될 경우 손해율과 예실차(예상과 실제 차이) 실적이 다시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예실차는 보험사가 예상한 보험금·사업비와 실제 발생한 금액 간 차이를 의미한다. 새 회계기준(IFRS17) 아래에서는 예실차가 보험사의 경영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지표로 평가된다. 올해 1분기에는 독감 유행의 여파로 일부 손보사의 예실차 손실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독감 특약은 보장 단가가 낮아 보험금 지급액이 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소액 계약이 단기간 몰리면 전체 실손·질병보험 손해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단기적 이익을 노린 반복 가입을 자제하지 않으면 상품 유지율 관리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빠른 보장’의 장점을 제도 취지대로 활용해야지, 단기적 금전 이익을 노린 반복 가입은 시장 건전성만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감염병 유행 시기에 단기성 상품 수요가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소비자 인식 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상품 지속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