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 개인전 ‘오토니엘 코스모스…’
시 전체에서 260점 전시·160점 최초 공개
교황청 ‘백미’…내년에 부산비엔날레 참여
시 전체에서 260점 전시·160점 최초 공개
교황청 ‘백미’…내년에 부산비엔날레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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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작품이 외부의 과거와 연결되고, 주변 환경과 대화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백년의 역사를 간직한 무채색의 도시 프랑스 아비뇽이 찬란한 색을 입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사진)의 작품을 통해서다. 오토니엘은 내년 1월 4일까지 아비뇽 전역에서 개인전 ‘오토니엘 코스모스 혹은 사랑의 유령’을 개최한다.
아비뇽 전역 전시 최초…역대 최대
아비뇽의 ‘유럽 문화 수도’ 선정 25주년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3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프로젝트는 오토니엘이 지난 30여 년간 쌓아 온 작품 세계를 아비뇽의 역사적 명소에 펼쳐 보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다. 그동안 아비뇽의 특정 공간에서 전시가 열린 적은 있지만 시(市) 전체를 한 작가에게 오롯이 내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실 헬레 아비뇽시장은 “오토니엘은 교황청을 비롯해 도시 곳곳의 유적지와 박물관을 가로지르는, 우주를 향한 실로 예술적이고 시적인 여정을 만들어 아비뇽을 기렸다”며 “도시와 박물관을 거니는 그의 낭만적인 산책이 아비뇽의 문화적, 예술적, 정서적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길 것”이라고 밝혔다.
오토니엘은 아비뇽 교황청, 아비뇽 다리, 쁘띠 팔레-루브르 박물관, 칼베 미술관, 레퀴엥 미술관, 라피데르 박물관, 생 클레르 예배당, 뱅 퐁메르, 람베르 컬렉션, 아비뇽 교황청 광장 등 주요 장소 10곳에서 총 260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 중 160점은 프랑스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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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아비뇽 교황청에 장-미셸 오토니엘의 ‘코스모스’가 전시돼 있다. 김현경 기자 |
교황청 위한 신작 106점…다리에도 작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교황청이다. 미로처럼 이어지는 15개 공간을 따라가다 보면 133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 중 106점은 교황청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신작이다.
교황이 손님을 맞이했던 접견실의 천장에는 ‘별자리’가 빛나고 있다. 미러 글라스와 금박을 사용한 12점의 공중 조각 연작은 12개의 별자리를 나타낸다. 과거 종교의식이 열리던 대예배당에는 지름 5m에 달하는 4점의 금빛 조각 ‘코스모스’가 천체처럼 공중에 매달려 있고, 바닥에는 7500개의 파란 벽돌로 이뤄진 강이 흐른다.
기도실 바닥에 새겨진 무덤은 ‘사랑의 유령’이라는 존재를 드러내고, 수도원 마당에는 11m 높이의 거대한 황금 ‘아스트롤라베’가 길을 안내하는 나침반처럼 자리 잡고 있다. 또 교황청 궁전 정원의 단조로운 분수를 유리와 금으로 재탄생시킨 ‘환희의 분수’와 60점의 백금박 회화 등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작품이 펼쳐진다.
도시의 관문 역할을 하는 아비뇽 다리에는 론 선원의 십자가에서 영감을 얻어 금과 유리로 제작한 ‘항해자의 문’과 ‘선원의 십자가’가 어우러져 있다. 쁘띠 팔레-루브르 박물관에는 신성한 사랑의 광휘를 모티프로 한 금박 유리 원형 40점을 박물관의 기존 작품들 사이에 설치했다. 칼베 미술관에는 연꽃을 형상화한 조각들이 고전 조각과 조화를 이루고 있고, 라피데르 박물관에는 유리벽돌로 만든 거대한 규모의 ‘프레셔스 스톤월’이 고대 제단, 묘지와 연결된다.
생 클레르 예배당의 ‘심장’은 오토니엘의 시적 감수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1337년 이탈리아 시인 페트라르카가 짝사랑한 여인 라우라를 처음 목격한 장소에 얽힌 전설을 붉은 유리 하트 조각으로 표현했다. 뱅 퐁메르에선 유리로 만든 소형 분수들이 물과 감정의 흐름을 은유한다. 람베르 컬렉션에는 작가가 어린 시절 생테티엔미술관에서 접한 미니멀리즘과 추상에 경의를 표하는 신작을 선보인다.
2년간 수차례 아비뇽 방문…장소 살펴
아비뇽 곳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작가의 작품들은 특유의 화려함을 갖췄으면서도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진다. 가장 현대적인 작품이 유구한 도시의 역사를 만나 이곳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인피니티(무한대)의 모티프를 반복하며 사랑, 기억, 인간, 우주의 연결을 이야기하는 오토니엘의 작품으로 도시 전체가 하나의 오페라 무대로 변모한 모습이다.
이 같은 절묘한 조화는 작가의 끊임없는 탐구의 결과물이다. 파리에 거주하는 그는 2년 동안 수차례 아비뇽을 방문해 장소를 살피며 작품을 떠올렸다. “아비뇽의 역사, 건축과 대화를 하면서 영감을 얻었다”는 그는 작업의 과정을 “시적인 여행”이라고 표현했다.
파리 외곽 몽트뢰유에 위치한 작업실 ‘오토니엘 스튜디오’에 가보면 그의 작품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일견 상상이 간다. 19세기 건물에 조성한 대형 스튜디오에선 원더블록과 금속 등을 활용한 여러 시도가 펼쳐진다. 2만5000개의 벽돌로 만든 ‘빅 웨이브’가 한쪽 벽을 장식한 가운데, 20여 명의 동료들이 함께 아이디어를 나누고 다양한 작업을 한다.
예술적이지만 난해하지 않게 관객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오토니엘은 특유의 작품 세계로 인해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다. 국제갤러리,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 수차례 개인전을 가졌고, 리움미술관엔 그의 작품이 소장돼 있기도 하다. 오토니엘은 “내년 하반기 부산 비엔날레에 참여할 예정”이라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가 또 어떤 공간 맞춤형 작품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파리·아비뇽=김현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