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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 내겠습니다’ 검찰의 꽃 검사장 줄줄이 떠난다…평검사 강등 압박에 결국 [세상&]

전·현 검찰총장 대행과 동기들 사표…다음 기수 움직임 주목

박재억 수원지검장[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집단 성명을 냈던 박재억(사법연수원 29기) 수원지검장과, 노만석 전 총장대행에게 해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송강(29기) 광주고검장이 사의를 표했다. 검찰 내부 비판을 집단 항명으로 간주하고 징계를 추진하는 정부·여당에 반발해 검찰 간부들의 줄사퇴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검찰 간부 집단성명 등을 ‘국기 문란’으로 규정하고 검사도 다른 공무원처럼 해임·파면을 가능하게 기존 검사징계법을 대체하는 법률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법안이 목표대로 연내 처리되면 일반 검사는 물론 검찰총장까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없이 파면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집단 반발한 검사장 전원을 평검사로 전보 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박 지검장과 송 고검장의 사의 표명은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 강등 또는 징계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사실상 ‘입막음을 위한 직급 강등’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오랫동안 검찰 내에서 검사장은 직급이라는 인식이 굳어져 온 만큼, 법무부가 검사장에 대한 대규모 전보인사를 단행할 경우 파장은 불가피하다.

법무부는 검사장급 외에도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성명을 낸 검사들에 대한 징계 및 감찰도 검토 중이다. 단순한 의견 표명을 넘어서 ‘연판장’ 형식으로 검찰총장 대행에 경위 설명을 촉구한 것은 공무원법상 금지된 단체행동이자 지휘부를 향한 사실상의 사퇴 압박이라는 게 법무부의 판단이다. 당시 의사 결정 과정과 상세 타임라인을 내부망과 언론 등에 공개한 검사들에 대해서는 공무상 비밀누설 금지 규정 위반 혐의로 수사·징계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검사 파면 요건이 매우 엄격한 현행 제도에 대해 “그러한 신분보장이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국회에서 (검사징계법 폐지·개정) 논의가 시작되면 저희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했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을 둘러싼 검찰의 반발과 관련해선 “이런 문제로 집단행동을 하고 조직 전체에 지휘력을 상실시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본다”며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를 하겠다”고도 했다.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전보조치하는 방안에 대해선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특별한 내부반발 움직임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내부망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는 ‘검사장 강등 검토에 대한 반발’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업무상으로 위법 또는 부당해 보이는 상황에 대해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공무원들에게 징계, 형사처벌, 강등을 시키겠다고 한다”며 “표현의 자유는 이제 쓸모를 다했나 보다”라고 밝혔다.

또 “다수의 정치인이 대놓고 저런 어처구니없는 겁박을 하고, 그 겁박을 현실화할 법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눈을 부라리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라며 “정당한 의문 제기를 ‘찐윤’ ‘내란 동조 세력’의 반란으로 프레이밍하면 다 속아주리라 생각하는 것이 너무나 안쓰럽다”고도 했다.

당장 정부·여당의 ‘검사 길들이기’에 반발해 박 지검장과 송 고검장은 사의를 표했다. 박 검사장은 지검장 중에서 가장 고참이며 송 고검장은 고검장급 3명 가운데 한 명이다. 박 지검장은 이번 항소 포기 사태 이후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주목받아왔고 송 고검장의 경우 지난 윤석열 정권 당시 업무처리를 놓고 국정감사장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공세를 받은 바 있다.

검찰 고위 간부들의 추가 퇴진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날 사의를 밝힌 고위 간부들은 신임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퇴진한 노 전 대행과 연수원 동기들인 만큼 일선 지검장 주축 기수인 30∼31기와 직전에 검사장으로 승진한 32∼33기에서 얼마나 동참자가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10일 박 지검장을 포함한 검사장 18명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의 1심 일부 무죄 판결에 대한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두고 검찰 내부뿐 아니라 온 나라가 큰 논란에 휩싸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 대행이 밝힌 입장은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당시 노 대행의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

송 고검장은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이후 검찰 내부망에 명시적으로 입장을 내놓진 않았지만, 항소 포기 경위를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노 전 대행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