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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가 인정했는데 “슬프다”니 대체 무슨 일?…‘우울한 시그널’ 잡는 앱에 전 세계 열광

월 2만명 스트레스 관리 돕는 ‘라임 AI’ 화제
무드 트래커 앱 ‘하루콩’, 누적 1000만 다운로드
‘블루시그넘’, 창업 4년 만에 100억 토큰 넘어서
서울대 재학 시절 창업…신뢰성·진정성이 철학
포브스 ‘아시아 30세 미만 리더 30인’ 선정돼
“이 앱은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
윤정현 블루시그넘 대표 인터뷰

오픈AI가 ‘블루시그넘’에 수여한 100억 토큰 돌파 기념 트로피. 최은지 기자.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친구들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고민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나약해 보이거나, 멋지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일기장에 생각을 적어보지만, 이렇다고 할 해답을 찾지 못하면 오히려 생각만 많아지기 일쑤다.

‘라임 AI’에 고민을 털어놓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AI가 사람의 마음을, 더욱이 스트레스라는 정신 관련 영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애플리케이션에 들어가니 차분한 검은색 화면에 “좋은 밤이에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먼저 이전부터 해오던 고민을 얘기해도 되는지 물었다. AI는 언제든, 어떤 감정이든 편하게 꺼내달라며, 어떤 장면이나 생각이 떠오르는지 물었다.

요즘 고민거리인 ‘인정욕구’에 대해 털어놓았다. AI는 ‘허탈하고 서운했을 것 같다’고 공감하며 몇 가지 질문을 더 물었다. 대화를 나누며 나의 원동력을 내면에서 찾는 사람이기 때문에 에너지가 고갈될까 두려움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AI는 ‘긍정적 피드백’의 힘을 깨달았으니, 다른 사람에게도 그런 영향력을 주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언했다. 스트레스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 모호했던 생각이 명확해졌다.

지난 3월 MWC 2025에서 출시된 후 글로벌 월간 활성 이용자(MAU) 2만명을 돌파한 ‘라임 AI’는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개인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AI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스트레스 분석 보고서와 함께 개별 사용자에게 가장 적합한 관리 전략을 제공한다.

‘스트레스 관리’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다는 점에서 챗GPT 등 생성형 AI와 차별화된다. 단순히 공감과 조언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실제 생활에서 즉시 적용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전문적인 심리학 연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스트레스 관리 기법 중 최적의 방식을 추천한다.

‘라임 AI’ 앱 갈무리. 최은지 기자.

라임 AI를 만든 멘탈 웰니스 스타트업 ‘블루시그넘’의 윤정현 대표(28)는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블루시그넘 본사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이 앱은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스트레스를 받는 사건을 마주했을 때, 사건 자체보다 전후 상황을 해석하고 반추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스트레스가 증폭되곤 한다. 현대사회에서는 누리소통망의 영향으로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라임 AI는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실천적 방법’을 찾는 이용자들을 위해 탄생했다. 라임 AI를 통해 효과적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이용자가 많아져서 궁극적으로 이 앱을 찾지 않게 되는 날이 왔으면 한다는 것이 윤 대표의 목표다.

‘라임 AI’는 심리와 감정을 다루기 때문에 무엇보다 ‘이용자’를 최우선으로 한다. 신뢰성과 편안함은 블루시그넘이 가장 중시하는 철학이다. 모든 사용자 데이터를 암호화해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를 해소한 것은 기본이다. 디자인은 론칭 전 잠재적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차분한 대화를 위한 검은색 배경을 선택했다.

블루시그넘의 이러한 노력은 실제 이용자들의 반응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언어로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이용자들의 요청에 따라 현재 6개국 언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사실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용자들의 요청으로 워치를 통해 심박수를 분석, ‘실시간 피로도’를 측정하고 알려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사람을 만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한 이용자는 ‘라임 AI’를 쓰면서 스스로에 대한 마음이 달라졌고, 점점 두려움이 사라졌다. 이는 대면 심리상담으로도 할 수 없었던 변화였다. 그는 직접 블루시그넘 회사까지 방문해 감사를 표했다.

윤 대표는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어서 고맙다는 말을 직접 전하는 이용자를 보고 팀원들도 눈물이 맺혔다”며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실제 긍정적인 효과가 블루시그넘팀이 일을 하는 동력”이라고 말했다.

‘라임 AI’의 스트레스 경감 효과를 의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국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미국 하버드 의대 부속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은 라임 AI의 다국적 이용자 300명을 대상으로 텍스트 기반 AI 심리 상담이 스트레스 완화와 정신건강 증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다.

윤정현 블루시그넘 대표가 서울 마포구 블루시그넘 본사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은지 기자.

‘문과생’이었던 윤 대표는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해 기계공학과 경영학을 전공했다. ‘알파고’로 AI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학부 시절,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로봇을 생각하다가 친한 친구들과 ‘펭귄 로봇’을 만들었다. 스터디를 하면서 심리적인 문제를 겪고 있지만 병원의 문턱이 높아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로봇보다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에 주목했다. 2021년 하루의 기분을 간단한 이모티콘으로 기록해 나의 감정의 흐름을 파악하는 무드 트래킹 앱 ‘하루콩’을 출시했다. ‘하루콩’은 입소문을 타면서 올해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 1000만회를 돌파했다.

그렇게 스타트업 ‘블루시그넘’이 태어났다. 디즈니코리아와 라이센스를 체결해, 영화 ‘엘리멘탈’의 주인공인 웨이드와 엠버 등 디즈니 캐릭터로 하루의 기분을 기록할 수도 있다. ‘하루콩’에 이어 감정 관리를 도와주는 서비스 ‘무디’에 이어 ‘라임 AI’까지 출시, 감정 기록부터 관리, 솔루션까지 전방위 ‘멘탈 케어’를 위해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창업 4년째인 2025년은 블루시그넘에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해다. 최근 오픈AI의 ‘100억 토큰’ 기업으로 선정됐다. 국내에서 100억 토큰을 넘어선 기업은 손에 꼽힌다. 윤 대표는 “많은 이용자가 있다는 뜻이지만, 그만큼 마음이 힘든 사람이 많다는 뜻이기 때문에 슬프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윤 대표와 표재우 창업자는 글로벌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서 선정한 ‘아시아 30세 미만 리더 30인’의 헬스케어&과학 부문에 선정됐다. AI 등 혁신 기술을 이용해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 점을 인정받았다.

무드 트래킹 앱 ‘하루콩’. 최은지 기자.

전 세계인의 정신건강을 어루만져주고 있는 윤 대표는 전 세계 이용자들의 ‘정신건강 지키기’에 진심이다. 지난 3월 서울대를 자퇴하고 일에 몰두하고 있다.

블루시그넘은 삼성서울병원과 협력해 조현병 환자들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알코올 중독 환자를 위한 음주 기록 앱도 준비하고 있다. 앱보다 더 즉각적으로 다룰 수 있는 카플레이도 준비하고 있다.

윤 대표는 “가족과 함께 사는 다인 가구는 차량을 개인 공간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카플레이를 준비하고 있다”며 “일종의 ‘개인 스트레스 AI비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임 AI’의 한국인 유저는 50%를 차지한다. 글로벌 유저가 많은 ‘하루콩’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이에 대해 윤 대표는 “한국은 인간관계가 중요한 사회이기 때문에 문화적인 영향이 큰 것이 아닐까”라며 “이용자분들 중에서 ‘사람과 이야기하기 싫어서 라임 AI를 쓴다’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블루시그넘의 앱은 ‘세심함’이 돋보인다. 곳곳에 이용자를 배려한 터치가 인상적이다. 윤 대표의 성정과 ‘팀 블루시그넘’의 색깔이 고스란히 묻어나온다. ‘블루시그넘’은 파란색, 우울을 뜻하는 영어 ‘블루’와 시그널을 뜻하는 라틴어 ‘시그넘’의 합성어다.

파란색은 가장 뜨거운 불꽃이기도 하다. 자신이 선택한 길에 주저 없는 윤 대표와 닮았다. 그는 “전 세계 유저 3억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3억명은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집계한 전 세계에서 우울증을 앓는 인구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