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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2.8조 매도 폭격에,‘AI 버블’ 걱정에 코스피 151P 급락

코스피가 전장보다 151.59포인트(3.79%) 하락한 3853.26에 장을 마친 21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7.7원 오른 1475.6원을 기록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코스피 지수가 ‘큰손’ 외국인 투자자의 ‘코리아 엑소더스(한국 증시 대탈출)’에 버티지 못하고 150포인트 넘게 급락하고 말았다. 엔비디아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에 불식된 줄 알았던 인공지능(AI) 거품론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미국 증시가 흔들린 것도 코스피 지수의 우하향 곡선 기울기를 더 가파르게 만들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51.59포인트(3.79%) 하락한 3853.26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코스피는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에 1.92% 상승하며 사흘 만에 4000선을 재탈환했으나 하루 만에 4000선은 물론, 3900선도 내줬다.

오후 1시 51분께에는 3838.46까지 떨어지며 3800선마저 위협받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 낙폭은 아시아 주요국 증시 대비 컸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2.4% 하락했으며,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3% 내렸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7.7원 오른 1475.6원을 나타내며 7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2조8289억원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액은 지난 2021년 2월 26일(2조8300억원)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2조2929억원, 4955억원 매수 우위를 보이며 지수 하방을 지지했다.

외국인은 다만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는 838억원 ‘사자’를 나타냈다.

이는 전날(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AI 거품론 우려가 다시 부각되며 기술주를 중심으로 투매 현상이 나타나면서 3대 주가지수가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는 3.15% 하락했고 마이크론의 낙폭은 10.87%에 달했다. AMD(-7.84%), 팔란티어(-5.85%), 인텔(-4.24%), 퀄컴(-3.93%) 등 반도체 종목도 급락했다.

이에 AI·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4.77% 떨어졌다.

엔비디아가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지만, 매출 채권 규모의 증가로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확대된 탓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리사 쿡 이사가 ‘고평가된 자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증가했다’고 한 발언도 AI 관련 종목에 대한 매물 출회를 자극하며 투자 심리가 악화했다.

여기에 최근의 증시 변동성 확대로 옵션 만기일을 앞두고 추세 추종형(CTA) 펀드 등 수급 요인까지 더해지며 주가가 큰 폭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CTA 펀드는 지난주부터 매도세가 이어져 온 가운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준으로 지지선이었던 6,725포인트를 하회하자 기계적인 매도세가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가 힘을 잃고 급락하자 국내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대형주도 큰 폭으로 내렸다.

삼성전자는 5% 이상 하락하며 ‘10만전자’를 내줬고 SK하이닉스도 9% 가까이 주가가 내려갔다.

아울러 LG에너지솔루션 등 시가총액 대형주의 주가도 하락세를 보였다.

증권가는 이 같은 변동성이 다음 달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이후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와 AI 관련 밸류체인(가치사슬)의 (주가) 회복 시도가 있었으나 아직은 여의찮은 모습”이라며 “실적 발표를 통해 산업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은 일정 부분 완화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투자를 진행하는 주체들의 자금 조달과 관련된 경계심이 남아있는 만큼 12월 FOMC까지 여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도 “다음 주에도 이 같은 AI 버블 우려 등에 대한 우려를 일축할 만한 주요 이벤트가 부재한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12월 FOMC 전까지 관련 노이즈(잡음)가 이어지고, 미국 증시는 매물 출회 대(vs) 저가 매수 자금 유입 등이 상존하며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스피 지수가 추세적 하락으로 돌아설 가능성보단 중장기적으론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단 평가도 나온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들어 시작된 최근 코스피 조정은 중기 상승 사이클의 첫 유의미한 조정”이라며 “펀더멘털 악화보단 기술적 과열 해소 성격 강하다”고 분석했다. 과열 완화 구간을 코스피 3700대 중반으로 짚었고, 해당 구간이 코스피 지수의 과열 완화와 기술적 정상화가 동시에 이뤄지는 분기점이라고도 노 연구원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