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02.6억 늘었는데 매출 채권 103.2억달러 증가
하이퍼스케일러들 지불 능력에 의심
“빅테크보단 재무건전성 취약한 기업 주시”
하이퍼스케일러들 지불 능력에 의심
“빅테크보단 재무건전성 취약한 기업 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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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달 31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엔비디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경주=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 넘는 실적에도 인공지능(AI) 반도체주 엔비디아의 주가가 추락했다. 실적 발표 다음날인 지난 20일 장초반 5% 넘게 뛰었던 주가는 장중 8% 변동폭을 보이며 급락했다. 범인은 외상값, ‘매출 채권’ 때문으로 지목됐다. 환호했던 시장의 반응은 곧바로 싸늘하게 식었다.
2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매출채권은 직전 분기 230억7000만달러에서 333억9000만달러로 뛰었다. 103억2000만달러가 늘어난 것으로, 증가율은 44.7%에 달한다.
매출채권은 기업이 판매한 상품·서비스 대금 중 아직 회수되지 않은 금액으로, 엔비디아 주요 고객사인 하이퍼스케일러(대형 AI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대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는 신호로 읽혔다. 월가에서는 이들 고객사의 자금 여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엔비디아의 3분기 매출은 570억600만달러로, 직전 분기(467억4300만달러)보다 102억6300만달러 증가했다. 매출 증가분이 사실상 대부분 매출채권으로 잡힌 셈이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를 엔비디아의 재무 리스크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엔비디아가 보유한 현금 등 유동성이 탄탄해 매출채권 증가만으로 건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회수기간(DSO)’도 큰 이상은 없다는 평가다. 엔비디아의 회수기간은 40일대 수준으로, 과거 평균과 큰 차이가 없어 이상 징후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 우려하는 리스크는 따로 있다. 엔비디아의 신규 고객들의 재무 건전성이다. 최근 하이퍼스케일러들은 막대한 규모로 데이터센터에 투자하고 있지만, AI 데이터센터의 수익화가 지연될 경우 수익과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붕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과거 클라우드 사업자는 높은 투자수익률(ROI)를 거뒀지만 현재는 자본지출 대비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로스차일드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의 투자 의견을 잇따라 하향 조정한 배경도 이러한 AI 수익화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매출채권 증가에 따른 우려는 빅테크가 아니라 중간 플레이어들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가 고객사별 매출 비중을 공개하지는 않지만, 현금 여력이 충분한 마이크로소프트(MS)나 아마존 같은 빅테크가 외상 구매로 매출채권을 늘렸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오라클·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 등 상대적으로 현금 여력이 취약한 중간 플레이어들이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로 부담이 커지며 외상으로 GPU를 구매했을 가능성이 높게 거론된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 GPU를 구매한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의심이 짙어지고 있다.
리스(임대) 형태로 대규모 GPU를 확보하는 오픈AI를 제외하고 오라클,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 등이 이들 기업으로 꼽힌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수익화 문제에도 빅테크의 주가는 견조했다”라며 “주가가 버틴 이유는 이들이 현금 창출 능력이 뛰어난 기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이번 매출채권 증가를 빅테크가 아닌 중간 단계 기업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들 기업은 현금이 부족하지만 지출은 계속 늘고 빚을 내서 투자하는 구조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라며 “실제로 주가도 이들 기업들이 더 크게 조정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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