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지구상의 총생물종은 약 3000만종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인구 증가와 야생동식물의 남획, 각종 개발 및 환경오염 등으로 자연 서식지의 파괴에 따라 매년 2만5000종에서 5만종의 생물이 멸종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물종의 감소는 이용할 수 있는 생물자원의 감소뿐만 아니라 먹이사슬을 단절시켜 생태계의 파괴를 가속합니다. 올해는 1995년 1월 1일 국내에서 생물다양성협약이 발효된 지 30년이 됩니다. 동식물을 아우르는 종 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지만 알지 못했던 신기한 생태 이야기를 ‘에코피디아(환경 eco+사전 encyclopedia)’란을 통해 국립생태원 연구원들로부터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겨울이 다가오면 일부 동물들은 겨울잠을 자거나 먹이를 저장하며 긴 계절을 버틸 준비를 한다. 그렇다면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식물들은 어떻게 겨울을 맞이할까? 인간의 눈에는 고요하게만 보이지만, 식물들 역시 계절의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하며 동물 못지않은 전략으로 혹독한 추위를 견딜 준비를 한다. 특히 활엽수와 침엽수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겨울을 나는데, 그 이면에는 우리가 쉽게 보지 못하는 정교한 생리적 변화가 숨어 있다.
단풍나무, 자작나무, 벚나무처럼 잎이 넓은 활엽수는 가을이 되면 잎의 색이 선명하게 변한다. 이는 단순한 계절의 장식이 아니라 겨울 준비의 시작을 알리는 생명 활동이다. 가을철 햇빛의 세기가 약해지고 낮의 길이가 짧아지면 잎 속에서 광합성을 담당하던 녹색의 엽록소가 서서히 분해된다. 엽록소가 사라지면서 그동안 가려져 있던 노란색·주황색 색소인 카로티노이드가 드러나고, 동시에 붉은 빛의 안토시아닌이 새롭게 생성되며 다채로운 단풍빛이 완성된다.
이 화려한 변화 뒤에는 중요한 생리적 전략이 자리한다. 활엽수는 잎 속의 질소, 단백질, 당 등 유용한 영양분을 줄기와 뿌리 쪽으로 이동시키며 저장한다. 이렇게 축적된 자원은 혹독한 겨울을 버티는 데 쓰일 뿐 아니라, 봄철 새싹을 틔우는 기반이 된다. 이 과정에서 잎자루와 줄기의 경계에는 ‘이탈층’이라 불리는 약한 조직이 형성되어 잎이 쉽게 떨어지도록 하고, 그 자리에 보호층이 생겨 병원균 침입과 수분 손실을 막는다. 이탈층 형성과 낙엽 과정이 마무리되면 물관과 체관의 활동이 크게 줄어드는데, 이는 물이 얼며 생길 수 있는 기포 손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조치다. 또한 세포 안에 당과 염류의 농도를 높여 얼음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항동결’ 전략을 구사하며, 결국 활엽수는 잎을 모두 떨어뜨린 채 마치 겨울잠을 자듯 생리 활동을 최소화하고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반면 소나무, 전나무처럼 바늘 모양의 잎을 가진 침엽수는 잎을 유지한 채 겨울을 난다. 그렇다고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침엽수 잎에도 엽록소가 존재하지만, 추위가 심해지면 엽록소 비율이 일부 낮아지고 대신 카로티노이드의 비중이 높아진다. 이러한 색소는 약한 겨울 햇빛 속에서 광합성 기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침엽수가 잎을 떨어뜨리지 않고도 광합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침엽수의 잎은 구조적으로도 겨울에 최적화되어 있다. 작은 크기와 두꺼운 큐티클층은 수분 증발을 억제하고, 기공은 깊숙한 위치에 있어 차가운 바람에도 수분 손실이 거의 없다. 더불어 세포 속에 당과 단백질의 농도를 높여 얼음을 억제하는데, 이는 마치 식물 속에 흐르는 천연 부동액과도 같다. 물관 또한 가늘고 벽이 두꺼워 얼음 결정이 생겨도 쉽게 파열되지 않도록 진화해 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침엽수는 겨울 내내 잎을 유지하면서도 극한의 온도를 견뎌낸다. 추운 날씨에는 광합성이 매우 느려지지만, 햇살이 드는 따뜻한 날에는 조금씩 광합성을 재개하며 다가올 봄을 준비한다.
이처럼 활엽수와 침엽수는 각기 다른 전략으로 겨울이라는 공통의 도전에 맞선다. 활엽수는 잎을 떨어뜨리고 생리 활동을 최대한 줄여 에너지를 아끼는 전략을 택하고, 침엽수는 잎의 구조와 세포 조성을 강화해 환경 자체를 견뎌내는 전략을 선택한다. 두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모두가 생명력을 이어가기 위한 지혜로운 적응이다. 마치 동물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겨울을 나는 것처럼, 식물들도 복잡하고 정교한 준비 과정을 거치며 계절을 건너간다.
그리고 봄이 오면, 겨울 동안 저장해 둔 영양분과 남아 있던 색소들이 다시 활발해지며 새로운 잎이 돋아난다. 식물들은 이처럼 계절의 변화를 반복적으로 헤쳐 나가며 생명의 순환을 이어간다. 고요해 보이지만 치열한, 식물들의 겨울나기 전략은 자연이 지닌 경이로움을 다시금 느끼게 하는 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한성민 국립생태원 자생식물생태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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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살나무 단풍[국립생태원 제공] |
겨울이 다가오면 일부 동물들은 겨울잠을 자거나 먹이를 저장하며 긴 계절을 버틸 준비를 한다. 그렇다면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식물들은 어떻게 겨울을 맞이할까? 인간의 눈에는 고요하게만 보이지만, 식물들 역시 계절의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하며 동물 못지않은 전략으로 혹독한 추위를 견딜 준비를 한다. 특히 활엽수와 침엽수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겨울을 나는데, 그 이면에는 우리가 쉽게 보지 못하는 정교한 생리적 변화가 숨어 있다.
단풍나무, 자작나무, 벚나무처럼 잎이 넓은 활엽수는 가을이 되면 잎의 색이 선명하게 변한다. 이는 단순한 계절의 장식이 아니라 겨울 준비의 시작을 알리는 생명 활동이다. 가을철 햇빛의 세기가 약해지고 낮의 길이가 짧아지면 잎 속에서 광합성을 담당하던 녹색의 엽록소가 서서히 분해된다. 엽록소가 사라지면서 그동안 가려져 있던 노란색·주황색 색소인 카로티노이드가 드러나고, 동시에 붉은 빛의 안토시아닌이 새롭게 생성되며 다채로운 단풍빛이 완성된다.
이 화려한 변화 뒤에는 중요한 생리적 전략이 자리한다. 활엽수는 잎 속의 질소, 단백질, 당 등 유용한 영양분을 줄기와 뿌리 쪽으로 이동시키며 저장한다. 이렇게 축적된 자원은 혹독한 겨울을 버티는 데 쓰일 뿐 아니라, 봄철 새싹을 틔우는 기반이 된다. 이 과정에서 잎자루와 줄기의 경계에는 ‘이탈층’이라 불리는 약한 조직이 형성되어 잎이 쉽게 떨어지도록 하고, 그 자리에 보호층이 생겨 병원균 침입과 수분 손실을 막는다. 이탈층 형성과 낙엽 과정이 마무리되면 물관과 체관의 활동이 크게 줄어드는데, 이는 물이 얼며 생길 수 있는 기포 손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조치다. 또한 세포 안에 당과 염류의 농도를 높여 얼음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항동결’ 전략을 구사하며, 결국 활엽수는 잎을 모두 떨어뜨린 채 마치 겨울잠을 자듯 생리 활동을 최소화하고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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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참나무[국립생태원 제공] |
반면 소나무, 전나무처럼 바늘 모양의 잎을 가진 침엽수는 잎을 유지한 채 겨울을 난다. 그렇다고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침엽수 잎에도 엽록소가 존재하지만, 추위가 심해지면 엽록소 비율이 일부 낮아지고 대신 카로티노이드의 비중이 높아진다. 이러한 색소는 약한 겨울 햇빛 속에서 광합성 기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침엽수가 잎을 떨어뜨리지 않고도 광합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침엽수의 잎은 구조적으로도 겨울에 최적화되어 있다. 작은 크기와 두꺼운 큐티클층은 수분 증발을 억제하고, 기공은 깊숙한 위치에 있어 차가운 바람에도 수분 손실이 거의 없다. 더불어 세포 속에 당과 단백질의 농도를 높여 얼음을 억제하는데, 이는 마치 식물 속에 흐르는 천연 부동액과도 같다. 물관 또한 가늘고 벽이 두꺼워 얼음 결정이 생겨도 쉽게 파열되지 않도록 진화해 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침엽수는 겨울 내내 잎을 유지하면서도 극한의 온도를 견뎌낸다. 추운 날씨에는 광합성이 매우 느려지지만, 햇살이 드는 따뜻한 날에는 조금씩 광합성을 재개하며 다가올 봄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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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국립생태원 제공] |
이처럼 활엽수와 침엽수는 각기 다른 전략으로 겨울이라는 공통의 도전에 맞선다. 활엽수는 잎을 떨어뜨리고 생리 활동을 최대한 줄여 에너지를 아끼는 전략을 택하고, 침엽수는 잎의 구조와 세포 조성을 강화해 환경 자체를 견뎌내는 전략을 선택한다. 두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모두가 생명력을 이어가기 위한 지혜로운 적응이다. 마치 동물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겨울을 나는 것처럼, 식물들도 복잡하고 정교한 준비 과정을 거치며 계절을 건너간다.
그리고 봄이 오면, 겨울 동안 저장해 둔 영양분과 남아 있던 색소들이 다시 활발해지며 새로운 잎이 돋아난다. 식물들은 이처럼 계절의 변화를 반복적으로 헤쳐 나가며 생명의 순환을 이어간다. 고요해 보이지만 치열한, 식물들의 겨울나기 전략은 자연이 지닌 경이로움을 다시금 느끼게 하는 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한성민 국립생태원 자생식물생태부 연구원



